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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스안전과 규제혁파, 그 간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5.29 00:49

▲이창훈 경제산업부 기자

[기자수첩] 가스안전과 규제혁파, 그 간극

규제와 안전은 불가분의 관계다. 정부가 명확한 안전지침을 세워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규제 미비 탓이 크다. 옥시싹싹에 사용된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이 ‘살인 가습기 살균제’는 146명(정부 집계)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가스 관련 대형 참사도 마찬가지다. 1995년 사망 101명, 부상 145명 등 총 246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도 안전 규제 미비가 빚어낸 참극이다. 이런 대형 참사 이후 정부는 안전 규제를 강화했고 가스 사고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그런데 27일 ‘제23회 대한민국 가스안전대상’에 참석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우태희 제2차관은 이날 치사에서 "규제 혁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과감한 규제 완화",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해 나갈 것" 등 규제 혁파를 거듭 언급했다.

규제 완화로도 모자라 혁파를 외친 것이다. 혁파는 ‘묵은 기구, 제도, 법령 따위를 없앤다’는 뜻으로 사실상 철폐(전에 있던 제도나 규칙 따위를 걷어치워 없앰)와 같은 의미다. 철저한 안전 규제로 가스안전을 도모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정부 당국 책임자는 정반대 논리를 폈다.

더욱이 군사 도발, 사이버 테러 등 북한의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만큼 에너지 기간 시설의 안전과 에너지 사고 방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책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규제 혁파"를 거듭 강조한 우태희 제2차관의 처신은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가스안전대상’은 가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가스안전에 만전을 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행사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가스안전관리 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해 훈장을 시상하는 자리기도 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태희 제2차관의 "규제 혁파"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기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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