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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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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주민 삶 속으로 스며든 풍력...상생 바람 '솔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5.26 10:29

풍력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영광백수풍력단지

▲평화로운 영광백수풍력단지의 전경. 주민은 풍력탑 바로 아래서 보리 농사를 짓는다. (사진=안희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7시간을 달려 도착한 영광백수풍력단지엔 보리밭이 넘실대고 있었다.

풍력발전단지 사이에 난 신작로는 사람을 어디든 데려다줬다. 밭을 갈려는 사람에겐 보리밭으로 실뱀장어를 잡으려는 사람에겐 갯벌로 길을 열어줬다. 마을 주민들은 그곳에서 저마다의 생업을 이어갔다. 풍력발전기와 함께 말이다.

사람과 풍력발전기가 공존하는 모습은 영광풍력발전단지만의 것이다. 발전을 위해 적절한 풍속과 풍양을 얻기 위해 우리나라의 풍력발전은 대개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보니 ‘사람과의 공존’이 가능한 풍력발전의 미덕이 생명력이 얻기 힘들었다. 산마을 사람들에겐 풍력발전은 그리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풍력발전이 평지로 내려와 사람을 만나니 사정이 달라졌다. 위험설비도 아니고 사용하는 부지도 작은 풍력발전의 장점이 십분발휘됐다.

사람들은 풍력발전이 긴 팔을 휘저어 발전하는 사이 꼬막을 줍거나 실뱀장어를 잡거나 밭을 갈아 보리밭을 일궜다.

영광백수풍력은 자신을 일부러 위장할 필요가 없다.

풍력발전기엔 그저 낮은 높이의 정사각형 녹색 그물망이 담장으로 사용된다.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위압적으로 높지도 않고 화장하듯 예쁘게 꾸미지도 않았다. 사람이 곁을 지나가고 제 할 일을 함께 하는 만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친구는 원래 편한 사이가 아니던가.

영광백수풍력이 생길 때 진통이 없었던 건 아니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전남 영광군 백수읍 상사리 주민들은 한때 찬반으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상대편을 검찰에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들이 선택한 건 결국 이웃이었다.

▲영광백수풍력단지 앞 뻘에서 실뱀장어, 꼬막 등을 수확하는 주민들 (사진=안희민 기자)

"마을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려 대립했을 때 가장 마음 아팠던 일은 상대방이 어릴 적 배꼽친구라는 점이다. 친구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지금은 행복하다."

상사리에 거주하며 함초와 보리 농사를 같이하며 시시때때로 갯벌에서 꼬막과 실뱀장어를 줍는 A씨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상사리 마을 주민은 산업부가 지원한 발전소인근지역지원기금으로 같은 마을에 위치한 폐교를 매입해 요양원을 지어 노후를 대비할 계획이다.

또 일부 기금을 태양광 발전사업에 재투자해 전력수입도 얻을 계획이다.  

풍력발전단지 주민과 관광객에 사랑받아

영광백수풍력은 풍력발전의 고질적인 소음 시비에도 자유롭다.

사업부지 해발고도가 5미터 내외로 평탄해 사방으로 소음과 진동이 퍼져나가는데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치를 만족했다.

인근엔 터진개마을, 광동마을, 상촌마을, 한성리마을, 중촌마을이 있고 50마리의 소를 키우는 우사와 백수시설채소작목반이 있다. 교육시설로 백수남초등학교가 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결과 환경규제기준을 충족했다.

일반지역 소음규제기준은 50데시빌이지만 마을은 33.5~46데시빌이었다. 한우 축사의 경우 60데시빌이지만 상사리에 위치한 우사의 소음도는 43.7~57.4데시빌로 기준치를 하회했다. 백수남초등학교의 소음도는 33.5∼41.8데시빌로 학습환경 기준 65데시빌을 하회했다. 백수시설채소작목반도 42.8~48.9데시빌로 역시 기준치를 하회했다.

실제로 마을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해 가축이 폐사하거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바람이 거센 날은 다소 무섭다고 했다. 풍력발전기와 30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데도 행정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 지산리 주민들도 "풍력소음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산리 주민 B모씨는 "생긴지 1년밖에 되지 않아선지 아직 특별한 문제는 없다. 다만 기상이 좋지 않은 날엔 다소 위협적이고 풍력 블레이드 돌아가는 소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아쉽다"고 표현했다.

▲풍력발전 유치를 찬성 플랭카드

영광백수풍력은 관광객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발전단지를 한눈에 보려면 영광백수해안도로를 타고 고창 방향으로 오르면 된다. 해안도로 인근에 답동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서 영광백수풍력을 조망할 수 있다.

답동은 특유의 풍광으로 외지인의 발길을 끌고 있다. 부산 재송동에서 온 C씨는 "영광백수풍력의 풍광이 산과 바다 등 자연배경과 잘 어울린다"며 "부산에도 설치할 수 있을 듯 싶다"고 말했다.

답동에서 태어나 65년을 살고 있는 D할머니는 "영광백수풍력이 세워지는 전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며 "앞집 사람이 풍력발전단지 아래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백수풍력은 같이 사는 사람이나 바라보는 사람, 지난가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영광백수풍력, 성공사례로 남을 것

영백수풍력은 전남 영광군 백수읍 상사리 1724번지 일대 6만1000평에 펼쳐져 있다. 2메가와트급 풍력터빈 20개가 설치돼 있다.

▲평화와 공존의 들녁 (사진=안희민)

풍력터빈 공급사는 유니슨으로 우리나라 최초 풍력터빈 제작사다. 설치된 기종은 유니슨 U93 2.0MW이며 로터 지름이 93미터, 블레이드 길이 54.65미터, 타워 높이 100미터이다.

이 풍력터빈은 초속 3~25미터에서 작동한다.

송전선로로 무리없이 건설됐다. 주로 지방로와 농로를 따라 22.9킬로볼트 가공선로로 송전선을 설치하고 유니슨이 신설하는 접속접 변전소에서 154킬로볼트로 승압해 한전 영광변전소에 연계했다. 주로 국도, 하천, 군도 구간을 이용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진 않았다.

현장에서 실제 만나본 주민들도 다만 "전깃줄이 많아졌다" 정도로 언급했다.

투자된 금액은 1044억원으로 2014년 8월 착공해 2015년 5월 완공했다. 운영기간은 작년 6월부터 2035년 5월로 20년 간이다.

인근엔 2014년 1월부터 가동 개시한 20메가와트급 호남풍력이 있고 작년 10월 SK증권이 금융자문주선을 성공시킨 21메가와트급 약수풍력이 있다.

특이할 점은 영광백수풍력 개발자의 자기자본이 18.9%임에 불구한데도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뜻있는 증권사 임원을 만나 실현했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와 화전이나 원전은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은 사업비의 30%의 자기자본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상득 SK증권 이사(당시 ‘대우증권’소속)의 도움을 받아 뜻을 이뤘다.

영광백수풍력의 성공사례는 육상풍력발전의 모범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손충렬 세계풍력에너지협회 부회장은 "영광백수풍력이 주민참여형이 아니지만 주민들이 자신의 삶에 풍력을 수용해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을 기다리는 다른 풍력단지도 영광백수풍력단지를 모범례로 삼아 개발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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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SK증권 이사

"재생에너지 개발 의지있는 개인과 중소기업 도와 성과"
[인터뷰] 이상득 SK증권 발전PF전담팀 이사


신재생에너지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신재생에너지 전담PF팀이 우리 증권사에도 등장했다. 이상득 SK증권 발전PF팀 이사가 주인공. 그는 개인과 중소기업에게 높던 증권사 문턱을 과감히 낮춰 의지와 성실함만 있으면 자기자본 비율이 사업규모의 3~5%만 돼도 자문주선을 진행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다면 신재생에너지에서 이득을 볼 수 없다. 사업기간이 20년 전후인만큼 최소 4~5년을 봐야한다.

이 이사는 3~4년전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대우증권에 재직했던 2014년 8월 영광백수풍력과 제주김녕풍력을 했고 2014년 11월 SK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후 다음해 3월 경남의령풍력 자문주선을 했고 10월엔 영광약수풍력 금융주선자문도 성공했다.

"기존 증권사들이 신재생에너지에서 성공할 능력이 없었다. 대형발전을 하던 방식대로 자기자본이 사업규모에서 30% 이상되기를 요구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다."

의지와 능력만 보는 그의 행보는 신재생에너지업계엔 파격이자 단비였다. 지난달 20일 강동풍력발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완료했고 동서발전이 진행하는 경주풍력의 자문주선도 마친 상태다. 현재 2400억원 규모의 80메가와트급 육해상풍력인 영광풍력발전단지에 뛰어들었다.

이 이사는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를 회사(SK증권)이 믿어줬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실제로 연이은 그의 성공과 의지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설치가 쉽고 공기도 짧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지역을 잘 알아 주민을 설득시킬 힘과 용기가 있는 사람만나기만 하면 된다.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수소, 전기차로 바뀌는 또다른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3~4년전부터 이러한 흐름을 공부해 현실에 적용했을 뿐이다."

이 이사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지 않으면 국가운영이 어렵다고 과감히 말한다. 유럽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가 생명을 다하면 폐쇄 수순을 밟고 RBS 은행의 경우 석탄과 석유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금융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전했다.

그에게 신재생에너지는 시대의 흐름을 읽다가 발견한 보배이자 의지하는 믿음이었다. 그런 그였기 때문에 개인이 사업 주체였던 약수풍력에 과감히 배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중소기업과 개인이 발전사업에 뛰어드는 시대를 열었다.

"2015년 5월달에 570억원짜리 고흥만태양광프로젝트의 경우 자기자본이 5%에 불과해 95%를 대출했다. 영광약수풍력은 자기자본 4%, 타인자본 96%를 대출해줬다. 결국 사업개발에 의지가 있는 건전한 개인과 중소기업은 무한한 금융지원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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