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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가뭄과 앙코르와트 그리고 멸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4.08 09:38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아침햇살] 가뭄과 앙코르와트 그리고 멸망

힌두교와 불교에서 바라보는 완전한 세계를 표현한 그림, 바로 만다라다. 이 만다라를 3차원 건축으로 입체화한 문명이 있다. 바로 앙코르와트다. 그런데 앙코르와트 문명을 만든 나라가 앙코르왕조였다. 크메르, 캄보디아, 베트남뿐만 아니라 타이, 미얀마, 말레이시아 지역까지 정복한 위대한 왕조였다.

그런데 위대한 문명 앙코르와트가 어느날 정글 속에 묻혀 버렸다. 잠들었던 앙코르와트가 다시 사람들에게 발견된 것은 5세기가 흐른 후였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떻게 이렇게 위대한 건축물을 남긴 문명이 소문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을까? 전쟁 때문일까? 종교적인 갈등 때문일까? 아니면 외계인이 데리고 간 것일까? 정답은 기후변화였다.

앙코르왕조는 자야바르만 2세에 의해 건국됐다. 802년부터 1431년까지 37명의 왕을 배출한 왕조다. 앙코르왕조가 세워진 곳은 앙코르 평야 북방 40km 부근이다. 이곳에 위치한 ‘프놈 쿨렌’의 낮은 산(구릉지역)이다. 이 지역은 메콩강과 인접해 있다. 아울러 톤레삽 호수와 맞닿아 있어 충분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이다.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수리아바르만 2세 때다. 그는 1114년 앙코르와트를 만들기 시작해 31년 만에 앙코르와트 축조에 성공했다. 당시는 기후조건이 적당해 풍부한 벼농사로 경제적 여유가 많았다. 수만 명의 백성을 동원해 궁전과 신전을 지었다. 힌두교 영향을 받은 종교적인 유토피아를 건설한 것이다.

앙코르와트는 천상의 세계를 지상에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 한복판에 앙코르와트에서 가장 높은 탑인 우주의 산 ‘메루’가 솟아 있다. 낮은 탑 4개는 메루의 낮은 봉우리를 나타낸다. 주변을 둘러싼 벽은 세계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을 묘사한다. 바깥에 있는 해자는 대양을 가리킨다. 길게 이어진 부조는 화려함 그대로이다. 왕이 중무장한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코끼리를 타고 숲을 행진하는 모습도 조각돼 있다. 날씬하고 관능적인 무희들이 천국의 환희를 약속하는 춤을 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앙코르와트 문명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앙코르 왕국이 위치한 동남아시아는 몬순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몬순 기후가 앙코르와트 문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메콩강와 톤레사프 호수와 주기적으로 내리는 비는 앙코르왕조를 강력하게 만들었다. 풍성한 벼농사는 찬란하고 부유한 문명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앙코르왕조 전성기는 중세온난기에 해당하는 900년에서 1200년까지의 긴 우기였다.

그런데 앙코르 제국은 15세기에 쇠퇴했고, 앙코르 도시들은 16세기 말에 버려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기후학자들은 농업 생산력의 쇠퇴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본다. 기후 분석에 의하면 온난기가 지나고 소빙하기가 닥쳤다. 시도때도 없이 엘니뇨가 발생했다. 건기가 자주 오래 지속된 것이다.

건기에 운하가 침니로 막혀 물 공급이 어려워졌다. 대대적인 개간으로 토양이 훼손됐다. 토양 침식을 막아주는 나무의 벌채가 심해졌다. 수리시설의 노후화로 물이 공급되지 못하는 논은 식량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앙코르와트 문명은 천천히 무너졌다. 사람들은 흩어졌고 앙코르의 웅장한 건축물은 밀림 속에 잠들었다.

앙코르와트 문명은 위대한 문명도 가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부경대 변희룡 교수는 우리나라도 대가뭄기에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2015년 시작된 대가뭄기가 2021년 정점을 찍고 2040년까지 지속된다는 거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변 교수 예측대로 된다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다. 가뭄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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