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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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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겸손 마케팅’ 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3.17 19:02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3국 경기 모습.오른쪽 셔츠 끝난에 작게 G5로고가 보인다. (사진제공=구글코리아)

▲이세돌 9단. (사진제공=구글코리아)


[에너지경제신문 김동규 기자] LG전자 ‘겸손 마케팅’이 은근하면서도 잔잔하게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LG전자는 이세돌 9단을 후원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쪽 셔츠 끝단에 1센치미터 크기로 새겨진 ’G5’를 발견한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국이 끝나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LG전자가 너무 겸손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겸손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슬림 노트북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G 그램’ 특징은 980g으로 ‘초경량’이다. 그런데 무게를 확인하기 위해 저울 위에 그램을 올려 놨더니 980g보다 덜 나가는 경우가 있어 LG전자가 마케팅에서 너무 신중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작년 10월 출시한 스마트폰 ‘V10’도 일부 모델의 테두리가 진짜 금으로 제작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민은 대체로 겸손 마케팅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신모(33)씨는 "만약 무게를 재봤는데 1kg이 넘는다 든지 하는 식으로 반대 사실이 발견됐다면 배신감을 느껴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졌을 것"이라며 "오히려 알려진 것보다 나은 사실이 숨어 있다는 점이 더 정감이 간다"고 말했다. 누리꾼 역시 ‘LG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도 괜찮았을텐데’ ‘LG 담백함이 좋다. LG 은근 멋있다’ 등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LG전자는 겸손마케팅을 의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마케팅에서 기본을 지키다 보니 겸손 마케팅이란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 그램의 경우 도료의 양을 어느 정도 쓰느냐에 따라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오차가 가장 크게 발생해도 980g을 넘지 않도록 하다 보니 알려진 것보다 무게가 덜 나갈 수 있다"며 "이것은 소극적인 마케팅이기보다는 원칙을 제대로 지킨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 후원도 마찬가지다.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G5 로고를 크게 노출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는 "요즘 마케팅 트렌드는 직설적인 것보다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색인데 여러 가지 마케팅 방법 중 하나일 수도 있다"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마케팅의 파급력의 강점을 LG전자가 누리고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광고는 기본적인 속성이 자랑 혹은 과장인데 이런 겸손한 마케팅은 소비자 공감을 얻기도 좋고 사소한 것을 크게 부풀리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마케팅과 광고에 있어서도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는 만큼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환영할 만한 사례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겸손 마케팅이라고 보는 것보다 고객을 향한 진정성이란 마케팅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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