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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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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에 병들어가는 지구 "먹는 것, 개인의 문제 아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1.29 17:31

영국 채텀하우스 보고서 등 육류 과다 소비 체제 위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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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과 육식은 흔히 기호의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육류 소비는 환경 훼손이라는 대가 없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한다는 유엔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경고가 나왔다.(사진=REUTERS/연합뉴스)

채식과 육식은 흔히 기호의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육류 과다 소비가 지구온난화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가 나왔다.

채텀하우스 등이 육류 및 낙농제품 소비와 기후변화 간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의 농토 약 3분의 1이 동물사료 재배에 사용되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밀 생산량의 45%가 사료로 쓰이고, 전체 사료의 30%는 수입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 추세대로라면 세계 육류 소비는 2050년까지 지금보다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가축 사육과 사료용 곡물 재배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환경문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갱의이미 과도한 수준의 육류를 소비하는 선진국의 경우 정점에 달해 증가세 자체는 정지한 상태다. 개도국에선 소득이 증가하며 단백질 공급원을 육류로 전환한 소비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채텀하우스 보고서는 "이는 환경 훼손이라는 대가 없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한다는 유엔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밝혔다.

가축 사육은 다른 식량생산에 비해 유한한 토지와 물 등의 자원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자 삼림벌채, 주거지 파괴, 생물 멸종 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다. 예컨대 소고기 1kg 생산엔 물 617리터가 필요하다. 육류 대량소비는 결국 가축의 사육도 ‘공장식 대량생산’을 초래해 비인도적 사육환경과 항생제와 호르몬제 투여 등으로 이어진다. 또 가축은 소화·배설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목초를 기르기 위해 뿌리는 비료에선 질소산화물이 쏟아져 나온다.

농업은 EU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육류 및 낙농제품은 EU 27개국 전체 상품 및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가축 사육과 사료 생산 과정에서 각각 30억톤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현재 세계 최대 육류소비국은 1인당 하루 평균 약 250g인 미국이다. 반면에 인도는 10g에 불과하는 등 가난한 나라의 소비량은 매우 적다. 따라서 육류 대량소비에 따른 건강과 환경 문제는 주로 부자나라에 해당되지만 중국 등 경제가 급성장하는 개도국들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지구의 친구들 유럽지부의 수석 식품 담당자 아드리안 베브는 "우리가 먹는 것이 더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육류 대량생산을 지양할 지속가능한 대안들이 있으며 이를 선순위 공공 의제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농업은 온실가스의 중요 원천이기도 하지만 토양 순환과 바이오매스 등의 형태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 가후변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해명했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12억8000만마리 소들이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며 지구에서 생산된 곡물의 3분의 1을 소비한다"며 "인간이 소를 먹는 게 아니라 소가 인간을 먹어치우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는 "축산단지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경작지를 사막화한다"며 "육식을 끊는 행위는 모든 대륙의 자연을 회복시키는 생태적 르네상스의 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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