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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형 생활경제부장 |
사건을 발단은 이렇다. 지난 2015년 10월 싱가포르인 사업가 람치용이 보유한 거제씨월드 측은 일본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5마리를 터키 아크수(AKUSU) 수족관에 공연용으로 팔아넘기고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수출 허가를 신청했고, 10월 28일 승인이 떨어졌다.
여기서 수출 허가 주체가 산업부나 국토부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승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이 생명체는 국제적 생물보호종이다. 일본의 포획에 의해 한국에 들여온 큰돌고래는 한국의 환경부 승인에 의해 다시 타지로 떠도는 난민 신세를 지니게 됐다. 돌고래 수출과정을 지켜본 국제사회는 ‘이것은 돌고래 국적세탁’으로 단정하고 있다. 일본의 잔인한 몰아가기 식 포획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자 한국을 우회해 터키로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범죄적 수법에 한국사회가 동조하고 허가한 꼴이 된 셈이다.
일본은 올 5월 돌고래 포획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에서 만장일치로 퇴출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직접 수출이 어려워진 일본은 세계 여론의 감시를 피해 한국을 경유해 ‘멸종위기종 세일즈’에 나섰다는 게 환경단체의 비판이다. 거제씨월드는 WAZA 회원사가 아니기에 직접 규제가 어렵다는 점을 착안해 거제씨월드를 통한 중계거래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물자유연대는 터키로 수출되는 큰돌고래가 수출된 후 벨루가(흰고래)들이 필리핀 마닐라오션파크로 수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곳 소속 조련사들이 거제씨월드를 찾아 조련법을 습득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보에 의해 밝혀졌다.
한국은 이제 타의에 의한 국제사회의 비난 앞에 직면했다. 한국이 돌고래세탁지로 명성을 쌓은 연유는 성장 수치에 매몰된 한국 사회의 일방통행이 한 몫한다. 거제시는 자본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시유지를 조건부 무상제공하며 수족관을 유치했다. 이 과정 중 경제효과가 터무니없이 부풀려 졌다. 돌고래쇼장 개장으로 매년 270억원을 생산하고, 140명의 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난해 11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일자리 역시 관리인과 시간제근로자 몇 명을 고용하는 데 그쳐 거제시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돌고래전시 사업은 현재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생물보호종인 돌고래는 수족관에서 개체 번식을 하지 못하고, 사육과정 중 가혹행위가 동반할 가능성이 있기에 국제사회는 돌고래쇼를 폐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역시 이 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편성해 지난 2012년부터 서울대공원 내 돌고래쇼를 전면 폐지했다. 이후 국제 보호종 남방큰돌고래인 ‘제돌이’는 일년간 제주 바다에서 적응 훈련을 갖고 방사됐다.
동물자유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2일 광화문 앞에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돌고래 수출 승인을 즉각할 것’으로 요구하는 취지의 집회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며 얻은 국제사회의 찬사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생물종 ‘세탁국’이라는 불명예를 사게된 것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환경부가 보호종 거래에 둔감한 것은 환경부의 책임과 권한을 포기한 일이나 다름없다. 돌고래쇼가 없어도 우리는 행복하다. 또 돌고래 수출을 돕지 않아도 싱가포르와 한국의 친선우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단과 목적이 아름답지 못한 일에 왜 한국이 가담되었단 말인가. 싱가포르 소유주의 반생태적인 돌고래 수출을 중단시킬 수 있는 환경부의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