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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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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고려대 교수, IPCC 의장 당선... 5번째 국제기구 한국인 수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10.08 07:46

"기후변화 대응" 이 부의장 메시지 회원국 공감얻어

▲이회성(왼쪽 네번째) 당선자와 정홍상(왼쪽 다섯번째) 차장 등 정부 대표단.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유엔 사무총장,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 세계은행 총재에 이어 다섯 번째 한국인 국제기구 수장이 탄생했다.

이회성(69)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부의장이 6대 의장에 당선됐다.

6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IPCC 총회 의장 선거에서 이 부의장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벨기에의 장 파스칼 후보를 78대 56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날 투표에는 195개 회원국 중 135개국이 참여했으나 1개국은 기권했다.

이번 선거에는 이회성 부의장을 비롯해 미국과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시에라리온 등 6개국에서 6명의 후보가 경합했다. IPCC는 그동안 5차례의 의장 선거를 했으나 사실상 모두 추대해 투표는 하지 않았다.

이회성 부의장의 의장 당선은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데다 "한국이 IPCC 의장국이 됨으로써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못 사는 나라에서 선진국에 근접할 수준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 에너지시스템의 변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는 이 부의장의 메시지가 회원국의 공감을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신임 이회성 의장은 이달부터 2022년까지 IPCC 업무를 총괄하며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수립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IPCC 의장은 최장 7년의 재임기간 동안 IPCC의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새로운 평가보고서 작성을 총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른 국제기구 수장과 같이 별도로 책정된 보수는 없고, 활동비만 보장받는다.

이 의장은 당선 후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안에서(한국에서)만 모르지 밖에서는 기후변화는 일상이 됐다"며 "당선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한국에서 의장이 충분히 나올 때가 됐다’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 이외에 재난대책 수립과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줄여나가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IPCC도이런 실천적 적응 방안에 대해서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의장 의장 당선..박 대통령까지 나서 지원

이회성 부의장 의장 당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8개국)와 관계부처(외교부 환경부 기상청 등) 및 주제네바대표부를 비롯한 전재외공관이 합심한 전방위적 지원활동 노력이 빚어낸 쾌거이다.

외교부 환경부 기상청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정부추진단은 범정부 차원의 총체적 역량을 투입해 지원 활동을 총괄 조정했다. 특히 기상청은 이 교수의 의장 당선 지원을 위해 특별전담조직(TF)을 구성 운영하는 등 지지 교섭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간 관계부처는 장차관 및 청장과 차장 면담시 각국의 지지를 지속 요청해 왔으며, 전재외공관에서도 195개 IPCC 회원국 정부부처 및 각국 대표들에게 우리 후보의 역량과 비전을 홍보해왔다. 선거 후반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동구 지역 23개 국가에 후보와 정부 대표가 직접 방문해 지지를 호소한 것도 막판 표심 확보에 결정적 영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간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민간 부문도 이회성 교수의 당선을 위해 힘을 모았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민간전문가 자문위원회는 정의용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상임위원장, 정태용 교수(연세대) 등 국제적 인지도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활동을 펼쳤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관련 기관과 주한 명예 영사단도 당선에 기여했다. 국회 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김성곤, 진영 의원)에서도 여야 국회의원에게 의회외교 활동시 지지요청을 당부하는 등 측면지원을 위해 힘을 보탰다. 

◇한국인 의장, 크게 덕 볼 건 없지만 국제협력서 주도권 확보

이회성 부의장의 차기 의장 당선으로 한국이 크게 덕을 볼 것은 없다. 다만 의장이 IPCC 각종 프로그램과 관련 예산 등을 총괄, 조정, 집행하는 의장단의 수장이라 평가보고서, 특별보고서, 기술보고서 발간 및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 주도권은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 의장이 한국인인 만큼 한국의 상황을 왜곡 없이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보이지 않는 이점이다.

주관부처인 기상청 박승균 사무관은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한국에 유리한 것이 없듯이 IPCC 의장이 한국인이라 크게 이득 볼 것은 없지만 국제적 위상이 제고된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굳이 의미를 두자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논의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라고 했다.

◇이회성 의장은 어떤 인물?-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인 이회성 부의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미국 럿거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정유회사 엑손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원장을 지낸 후 세계에너지경제학회 회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자문위원 계명대 환경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IPCC에는 1992년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다루는 제3 실무그룹의 일원으로 들어가 이 그룹(기후변화 완화분야)의 공동의장은 맡은 후 1998~2001년 제3차 평가보고서 주요저자(Lead Author), 2004~2007년 제4차 평가보고서 주 검토자(Review Editor)로 활동, 2007 노벨평화상 수상기여 공로 인증서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008년 9월 부의장에 당선됐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어떤 기구?-국제연합의 전문기관인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 의해 1988년 설립된 조직이다. 인간 활동에 대한 기후 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 협약(UNFCCC)의 실행에 관한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IPCC는 독자적인 연구를 추진하지 않으며 기후변화를 감시하거나 관련 현상으로 야기되는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는다.

IPCC의 주 활동은 UNFCCC에 관련된 의제의 실행 여부에 대한 주제 보고서를 작성하고 출판하는 것이다. UNFCCC는 중대한 기후 변화가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협약이며 그 구체화가 교토의정서이다.

IPCC는 저작물에 대한 검증을 관련 분야 종사자에게 맡기고 있으며 과학적인 근거를 확인한다. 가입국은 WMO와 UNEP 회원국에 한정한다. IPCC가 발표하는 보고서는 기후변화 논쟁 및 공식 토론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각국 및 국제사회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국제연합의 기후협력패널에 대해서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IPCC의 의장단은 IPCC 의장(1인)과 부의장(3인), 실무그룹별 공동의장(9인)과 부의장(17인) 등 모두 30명이다.

IPCC는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함께 200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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