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사태' 이해를 위한 배경 3가지

박진우 기자 tongtong@ekn.kr 2015.07.02 14: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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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 경제만으로 해석안돼 … 정치·군사·문화적 배경 보태져야

▲그리스 디폴트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그리스와 유로존 사이의 밀접한 정치적 이해관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국내외 정치셈법이 그리스 디폴트 사태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에너지경제 박진우 기자] 3차 구제금융 문제를 놓고 그리스와 유럽연합(EU)의 충돌 양상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비경제적 요인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야 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그리스와 유로존 사이의 밀접한 정치적 이해관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국내외 정치셈법이 그리스 디폴트 사태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1. 그리스의 지정학적 중요성  러시아 팽창 막는 전략적 거점

먼저 그리스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냉전이 시작됐을 때 당시 스탈린 정부가 발칸반도의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갖는 대신 그리스를 서방에 내주지 않았다고 가정해보면 쉽다.

그리스가 공산주의 블록에 속하게 되면서 동부 지중해 연안국이나 중동의 이슬람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인접국인 이탈리아는 항시적인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의 미군기지는 미국의 소련 팽창을 막는 봉쇄정책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스의 정치문화가 서방과는 멀고 정서적으로 러시아와 가깝다는 사실은 유로존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그리스는 국교가 동방정교회로 러시아와 정서 및 영적 유대가 깊고 근대 그리스 독립전쟁에서는 제정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다.

냉전 당시 그리스는 서방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속해 있었으나 모호한 중립성을 추구하기에 바빴다.

또 그리스에서는 20세기 말에나 근대적인 형태인 보수당이나 사회당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정도로 정치 문화도 서유럽과는 다르다.

경제 구조도 후진적이어서 대부분 사업이 가족 경영으로 이뤄지고 엘리트 계층도 부족하다. 현재 그리스 경제는 자영업 중심 경제로 세수 기반이 매우 적어 자활능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체성을 놓고 볼 때 처음부터 EU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지만 러시아의 도발이 우려되는 유로존이나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리스가 끝내 유로존을 탈퇴하고 경제 위기가 더 심화하고 현재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마저 약해진다면 러시아에 대응하는 유럽의 지정학적 입지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2. 그리스와 유로존 사이의 밀접한 정치적 이해관계  모두 그렉시트에는 ‘노(No)’

1999년 1월 창립 회원국으로 유로존에 참여한 그리스인들이 유럽에 느끼는 연대감도 이해해야 한다.

유로존이 처음부터 결함을 안고 태어났다는 비판에도 유럽에 속한다는 유럽인들의 유대감은 상대적으로 강하다. 특히 유로화는 유럽통합의 상징이다.

재정통합 없는 화폐통합은 유로존 회원국이 경제적 충격에 노출됐을 때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일자리가 부족해졌을 때 다른 국가로의 노동력 이동이 수월하지 않고, 재정권한을 쥔 중앙정부가 취약한 국가에 재정을 이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위기국 주민들은 유로화를 유지하는 삶이 고단하기는 하지만 유로화 없는 삶도 생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가장 막대한 타격을 입은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유로화를 계속 쓰자는 여론이 70%에 이르는 것은 이런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스처럼 규모가 작은 국가의 주민들은 글로벌한 경제적 사태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에 휘둘리는 것을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더 큰 국가의 통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강행하면서도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하는 것이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법률적 권리를 동원해 그렉시트를 막겠다고 한 것은 유로존이탈을 꺼리는 자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두고 국민투표를 했을 때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이 영국의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 관료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독립에 반대한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의 통합은 시작부터 정치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처음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을 막고 이후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스의 EU 가입도 그렇고 그리스 이후 곧바로 민주화를 이룬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가입에서도 비슷한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자칫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의 탈퇴로 이어져 유럽의 통합이나 이상이 저해되는 것은 유럽도 원하지 않는다.

그리스인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채권단에 의해 희생양이 됐다고 느끼고 있다. 또 유로존 회원국으로 누리는 혜택을 잊어버리고 유로존에서 탈퇴해도 상황이 가 더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유럽 나머지 국가들은 그리스인들이 아직 그렉시트를 더 낫다고 보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3. 그리스 총리와 독일 총리의 국내외 정치셈법  복잡한 정치적 상황

유로존과 그리스를 둘러싼 여건만큼이나 메르켈 총리와 치프라스 총리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도 복잡하다.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을 맺고 있는 유로존 정치인들의 그리스와 유로존의 미래 등에 대한 발언은 실제로 자국민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의 경우 그리스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유리하다. 유로존 통합을 유지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입장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독일인들은 이미 그리스에 자신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국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에 비해 메르켈은 그리스에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서 총선이 예정돼 있어 자신의 정치적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중도우파 정당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 국가는 이미 엄격한 긴축조치를 받아들인 바 있는데다 남부유럽에서 좌파가 꿈틀대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 입장에서는 그리스가 무질서한 상태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긴축 반대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만큼 이미 긴축에 질린 그리스인들의 표심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채권단의 요구를 일부만 수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완전한 항복’ 서한을 6월30일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다음날 바로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요구에 반대할 것으로 촉구한 것은 좌파 지도자의 이미지를 잃지 않고 채권단의 양보를 더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내외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두 정치인의 딜레마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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