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위기 '10문 10답'

박진우 기자 tongtong@ekn.kr 2015.06.28 13: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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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좌파연합의 수장인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7월 4일 국민투표를 밀어붙였다. 국민들이 구제금융 채권단의 제안에 찬성하면 채권단의 지원을 받는대신 치프라스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 이 경우 반년만에 다시 조기총선을 치르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협상안을 거부하면 그리스는 디폴트와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가는 또 다른 화차를 타게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에너지경제 박진우 기자] 그리스와 채권단 사이의 협상이 거의 ‘파국’에 이름에 따라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가 예견되는 가운데 디폴트가 미칠 충격 등을 ‘10문 10답’으로 정리했다.


◇그리스 사태 어디까지 왔나?

그리스는 30일(이하 현지시간)에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를 갚아야 하지만 현금이 부족해 상환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7월 20일에는 ECB 부채 35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유로그룹은 구제금융 연장을 거부했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협상안을 7월 5일 국민투표에 부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유로그룹이 27일 이를 거부했다.

한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한 직후 5억유로(약 6270억원)가 빠져나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8일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등은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치프라스 총리가 실효성 의문과 위헌 논란에도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다시 협상이 이뤄질지 확실하지 않다.

◇그리스는 무엇을 반대하고 있나?

유로존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은 연금 지급과 공무원 임금 삭감 등의 개혁안을 도입하면 11월 말까지 구제금융을 5개월 연장하면서 155억유로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국민과 정부가 반대하는 것은 개혁안이다.

그리스는 저임금 연금 생활자에 대한 특별교부프로그램을 채권단이 요구한 것보다 1년 빠른 2018년 말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연금 지급분을 당장 삭감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또한 채권단은 부가가치세(VAT)의 조세기반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리스는 약품이나 전기세 등에 대한 추가 부가가치세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리스는 호텔과 레스토랑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상에도 반대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다른 문제는 법인세로, 그리스는 2% 인상한 28%(기존 29%)로 제시했으나 채권단은 경제 성장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리스 정부는 또 확실한 부채 탕감 약속을 원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안 국민투표는 어떤 의미인가?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일은 7월 5일이다. 그러나 구제금융은 6월 말 종료된다. 그러면 구제금융을 5개월 연장하는 내용으로 하는 협상안도 무효가 된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가 실제로 구제금융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어쨋던 국민투표가 치러진다면 다수 여론이 유로존 잔류를 원하기 때문에 채권단의 제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카파 리서치가 긴급 설문한 결과 찬성한다는 답변이 47.2%, 반대는 33%로 나타났다.

여론 조사대로 투표결과가 나온다면 IMF를 비롯한 채권단이 신속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 위기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나 이 경우 그리스는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무정부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급진좌파연합이 주도한 현재의 연립정부가 실각하고 반년만에 다시 조기총선을 치르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 디폴트 현실화 가능성은?

유로그룹이 구제금융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30일까지 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그리스가 디폴트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다.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거부했다며 구제금융이 끝나도 그리스의 채무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30일 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지만 재정의 현금이 부족해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IMF는 회원국의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arrears)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도 민간 채권자에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때만 디폴트로 규정하며 IMF나 ECB 등의 공공기관에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디폴트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IMF 체납과 구제금융 지원 중단은 재정증권 만기연장 실패 등으로 이어져 결국 중기적으로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디폴트는 그리스가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는 그렉시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불가피한가?

그렉시트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그러나 아직 유로존 회원국이 탈퇴한 전력이 없어 그 양상이 어떨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유로존 탈퇴에 대한 대비 규정은 어떤 나라도 없다면서 5일 국민투표는 그렉시트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비토르 콘스탄시오 ECB 부총재도 지난 4월에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해도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는 법규정은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으며 금융시장에서도 그렉시트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그리스는 IMF 뿐만 아니라 7월 20일에는 ECB에도 35억유로를 갚아야 하는데, 만약 그리스가 ECB에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ECB가 그리스 은행을 계속해서 지원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현금 부족으로 그리스가 어쩔 수 없이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최악의 상황으로 결국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과거의 드라크마 통화체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드라크마는 즉각 평가절하되고 인플레이션과 은행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드라크마 체제가 결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떤 긍정적인 측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스 정부의 반(反)긴축 정책에 대해 그리스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과 달리 절반이 넘는 그리스 인들은 여전히 유로존에 남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스 은행 영업 중단되나?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그리스 은행들이 파산위기에 처했다.

뱅크런 사태에다 30일 구제금융 종료로 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이 계속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금 인출이 가속화하면서 그리스 정부는 은행 공휴일을 선포하거나 자본통제에 나서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공휴일을 선포하면 자금 유출은 중단되겠지만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은행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이다.

자본통제를 결정하고 그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스 정부의 몫으로 즉각 법령으로 채택될 수 있다.

다만 자본 통제를 시작하려면 적어도 3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며 은행들은 제한적인 수준에서나마 자금 수요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정 부분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로이터를 통해 국민투표 때까지 은행을 열어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그리스 관리들은 필요하다면 일시적으로 은행 공휴일을 선포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공휴일을 선포하는 것이 극심한 금융 불안 때에 은행을 파산으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면 국민투표에서 협상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오면 은행들은 파산하거나 국유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스 디폴트가 유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일어나도 다른 유럽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적완화 덕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재정취약 국가들의 경제 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은행들의 대(對) 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42억달러(36조9천억원)로 2010년 말(1284억달러·138조7천억원)의 26%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리스의 국가 부도로 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이유다. 채권단이 간소화됐다는 점도 위기 전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2012년 위기 당시에는 다국적 보험기관과 은행권 등 다수 채권자가 있었지만 현재 그리스의 경우 채무의 80% 상당을 IMF·EU·ECB 등 ‘트로이카’가 가지고 있다.

다만 IMF는 "위험과 취약성이 여전하다"면서 그렉시트 논의가 가열되면 시장은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유로존 내에서 유로존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정당 등은 그리스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그렉시트가 일어난다면 다른 유럽국가들의 도미노식 탈퇴 이어질까?

디폴트와 함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과거와 비교해 채권단이 간소화된데다 현재 유로존의 양적완화와 ESM(유럽안정화기구) 작동 등 강력한 방어 기제 덕분에 2012년과 같이 유로존 전역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양적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금리가 크게 인상되기 어렵고 인상되더라도 시장에 대한 충격은 크지 않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는 그리스만의 문제이지 남유럽 국가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다른 유럽국가의 도미노식 탈퇴는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 시스템의 결함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어서 ‘탈 유로존’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리스 디폴트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일시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디폴트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위험 경계심이 낮았던 만큼 금융시장은 불안해질 수 있다. 그리스 위기는 선진국보다 대외채무가 많은 신흥국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리스 악재가 금융시장의 패닉을 초래할 정도의 재료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ECB와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펴는 양적완화 정책이 그리스발(發) 충격을 어느정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은 최근 위기대응기금(CRA) 설치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는 등 유사시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그리스 사태가 선진시장보다 신흥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도 ‘소나기’를 피해갈 수 없다.

그리스 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시장에서도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에 유입한 외국계 자금 가운데 유럽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럽 자금의 유출에 따른 변동성 확대도 우려된다.

다만 다른 신흥국과는 비교해 한국의 경제 체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어서 충격의 강도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공공부채 관리가 나아졌고 세계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취약성이 줄어든 점을 반영해 신용등급(Aa3) 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또 한국은 그리스에 대한 직접적 익스포저가 낮은 편이어서 단기적 불확실성이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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