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다가 보고 싶을 때 특별한 준비없이 훌쩍 다녀올만한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넓은 백사장과 철썩이는 파도가 연상되는 푸른 동해바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강원도 속초는 도시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하루 만에 달려갈 수 있는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설악산과 동해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영랑호와 청초호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오징어순대, 닭강정, 물회 등 다양한 먹거리로 다양한 매력을 갖춘 속초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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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고속터미널에서 해변으로 가기 전 무심히 오른쪽을 바라봤다. 거기엔 눈이 채 다 녹지 않은 웅장한 설악이 이방인을 반겨 주고 있었다. 관광안내소를 찾아 두장의 안내지도를 건네 받았다.한장은 속초의 맛집 지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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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할아버지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의 그 노인처럼 작살대신 낚시대를 움켜 쥐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의 작은 섬이 속초팔경중 하나인 조도이다. |
아침 7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행 직행버스를 탔다.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를 지나 미시령 터널을 통과한 시간이 오전 10시를 훌쩍 넘었다. 버스는 20여분 정도를 더 달려 속초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속초시는 아직 겨울눈이 녹지 않은 설악산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반면 도시 외곽 쪽은 푸른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속초고속터미널을 빠져 나와 좌측 도로 편에 속초 관광지와 먹을거리 정보를 알 수 있는 관광안내소가 보인다. 초행길인 여행객이라면 이곳에 들러 속초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와 함께 다양한 먹거리 정보가 담긴 안내 팸플릿을 챙기면 더욱 수월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우선 속초는 바다가 인접해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속초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속초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고, 푸른 바다와 함께 하얀 파도가 인상적이다. 해수욕장 모래사장 뒤편엔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나무 사이로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코스로는 그야말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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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이어서 사람이 드물던 속초해변 앞 조도와 가까운 산책로엔 오후 들어 연인들과 가족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기 저기 사진찍는 즐거운 소리가 정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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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처음으로 격하게 반겨준 녀석. 녀석의 짖는 소리때문에 집밖으로 나온 동네 사람들에게 "전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고 일일이 인사를 해야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유명해진 한 생선구이 집에 들어가서 "혼자는 식사가 안된다"고 문전박대를 당하자 마자 만난 이녀석은 내가 저 만큼 갈때까지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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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수,저 멀리 설악산이 보인다. |
설악산과 푸른 동해바다 그리고 석호
속초에는 ‘속초 8경’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제1경 속초등대전망대, 제2경 영랑호 범바위, 제3경 청대리 청대산, 제4경 청초호, 제5경 속초해변 조도, 제6경 대포 외옹치, 제7경 설악해맞이공원, 제8경 상도문 학무정 등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조도는 8경 중 하나로 속초해수욕장 앞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다. 새들이 많이 찾아 ‘조도(鳥島)’란 이름으로 불린다. 바위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섬에는 1960년대만 해도 용초정이란 정자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1984년 7월에 세워진 무인등대가 서 있다.
조도는 최근 늘어난 가마우지로 인해 황폐화되고 새들의 배설물로 백화현상이 생겨 섬 안의 소나무들이 시들고 말라가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만 푸른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의 모습이 주변 자연경관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속초 바다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통한다. 속초 해안의 백사장은 연인과 가족과 함께 걸기 좋을 뿐만 아니라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히 생각에 빠질 수 있는 명상로가 되기도 한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규칙적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닷간 산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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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대교(청호대교) 아래쪽에서 속초의 명물인 갯배를 체험할 수 있다.처음 본 느낌은 대개 "애개"지만 설악대교(청호대교)가 생기기전 겨우 50m거리를 5km넘게 돌아가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갯배의 가치를 다시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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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간 생선구이집에서" 혼자는 식사가 안된다"며 문전박대를 당한뒤 두번째 찾은 생선구이집. 1인분이라 푸짐해 보인진 않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연어구이도 생소했지만 기름진 생선이라 고소한 맛을 느낄수 있다. |
아바이 마을 갯배 체험과 관광수산시장서 장보기
속초 연안엔 작은 다리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다. 특히 설악대교는 속초의 대표 호수 중 하나인 청초호와 바다가 만나는 바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다. 설악대교는 속초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또한 속초의 앞 바다도 시원하게 바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설악대교 아래쪽엔 과거 6.25때 함경도 피난민들이 내려와 정착한 아바이마을이 있다. 당시 피난민 중 할아버지들이 많아 할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가 지명으로 사용됐다. 지금은 청호동 일대로 1990년대 말 인기드라마였던 ‘가을연가’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으며, 지금은 오징어 순대와 함흥냉면 등 속초만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또한 속초의 명물 중 하나인 갯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갯배는 뗏목 수준의 바지선으로, 사람이 직접 와이어를 끌어당기는 동력으로 이동한다. 배를 타는 시간은 3분 정도이고 요금은 편도 200원이다. 청호동에서 갯배를 타면 건더편 중앙동으로 갈 수 있다. 청호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이 배가 없으면 50m정도 되는 거리를 5km되는 거리로 빙 돌아가야 했다고 한다. 갯배에서 내리는 중앙동쪽 선착장엔 생선구이집이 밀집해 있다. 인근엔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그 배들이 바다에 나가 잡아온 다양한 생선들을 모듬 구이 해 먹을 수 있는 곳들이다.
생선구이집 골목을 빠져 나오면 속초의 또 다른 명물 먹거리 만석닭강정 가게가 위치한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정면에 보인다. 시장을 중심으로 우측으론 속초의 명동거리나 다름없는 로데오 길이 펼쳐져 있고 좌측엔 속초시청과 의회가 자리하고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제철 생선과 다양한 젓갈을 파는 가게들이 밀집해 있어 장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닭강정집은 한 집이 유명세를 타면서 주변 상점들도 모두 닭강정을 팔게 됐다. 닭강정은 식어도 먹을 수 있어 한 박스 구입하면 서울까지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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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속초항 전경. 앞의 큰배가 왕년 러시아를 왕래하던 국제 여객선이다. 현재는 회사의 부도로 언제 다시 러시아로 향하게 될런지 기약이 없다. 뒤로 설악대교(왼쪽)와 금강대교가 나란히 놓여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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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항에서 만난 연인들. 키스와 셀카 연신 낯 뜨거운 애정표현이다.그들 뒤로 영금정이 보인다. 속초는 사랑이다. |
거문고 소리 들려오는 ‘영금정’ 돌면엔 낭만이 가득
시장을 다 돈 후 다시 한적한 바닷가로 이동했다. 시장 앞에서 택시를 타고 속초시청 방향으로 달리면 동명항이 나온다. 속초의 대표항구인 대포항 보다는 규모면에서 작지만 사계절 활기가 넘치는 항으로 활어회 센터에서 횟감을 떠서 2층 식당이나 방파제 등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곳은 특히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그런 의미에서 ‘영금정’이라 불리는 돌로 된 산이 이곳의 명물로 꼽힌다. 지금은 정자가 있어 특히 새해가 되면 일출을 맞으려 전국 각지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기도 한다.
영금정에서 조금 더 해안을 따라 뒤편으로 올라가면 속초 시내는 물론 속초의 해안선과 수평선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등대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산책 겸 가벼운 등산코스로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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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멍게와 성게 .해녀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바다의 수확물을 정리하신다. 속초에는 머구리라고 불리는 남자 해녀가 몇분이 계신다 고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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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항아리 물회 "잘 비벼서 항아리안의 회를 먼저 먹은뒤 국수 면 두덩이를 비벼 먹으면 된다"고 식당 아주머니가 알려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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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속초의 인상을 묻는다면 두말하지 않고 " 속초는 물회"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다. 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한 번 먹어보고 말하라고 얘기 해주고 싶다 |
등대전망대에선 낭만가도도 한눈에 들어온다. 낭만가도는 동해안 7번국도를 중심으로 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말한다. 낭만가도를 달리기전 거문고 쉼터 부근에 곰치국으로 유명한 집은 물론 홍게라면과 다양한 조개를 먹을 수 있는 식당도 함께 방문해 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선 아직도 해녀와 머구리를 만날 수 있다. 머구리는 전국적으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그 수가 드물지만 아직도 속초엔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낭만가도의 거문도 쉼터에서 다시 한번 푸른 바다를 바라보다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택시를 타고 해안으로 돌아왔다. 해안가에 역시 유명하다는 맛집에 들렀다.
속초 하면 무엇보다도 물회가 대표상품 아닌가. 향긋한 멍게와 해삼, 싱싱한 오징어회와 그밖에 살집이 통통한 잡어가 대접 한가득 푸짐하게 나오는 물회국수를 한 사발 먹고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양은 푸짐하지만 위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한마디로 속초 바다나들이는 알차고 맛있는 여행이 아닐수 없다. 오후 다섯시 무렵, 다리는 무거웠지만 마음이 상쾌하고 가볍다. 버스에서 달콤하게 서너시간 푹 잤더니 어느새 서울이다. 당일치기 여행도 나름 묘미가 있다. 하룻만에 바다의 향취와 물회국수의 맛을 맘껏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속초바다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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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해안 바닷가. 푸른 바다에 하얀 파도가 인상적이다. 아담하지만 그리 작지 않은 해안에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여름 휴가철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이쁜곳을 찾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저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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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전망대에서 속초의 자랑인 낭만가도가 한 눈에 펼쳐진다. |
<사진.글 =민원기 기자 mwkee@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