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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온실가스 감축, 국민·국가·기업이 함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1.06 20:35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세종대 대학원장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세종대 대학원장

‘리마 기후변화회의 낮은 수준 합의 도출’ . 지난해 12월 14일자 주요 언론의 기사 제목이다.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제20차 기후변화총회가 폐막일을 하루 이상 넘긴 14일 새벽이 되어서야 196개 당사국 대표들이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자칫 소득 없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던 터라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총회에서도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서는 현재 배출량이 많은 개도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개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원인자인 선진국의 기술적 경제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라톤 협상 결과, ‘온실가스 억제’에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도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과거 온실가스 배출 면에서 선진국의 책임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배출량의 4분의 1이 넘는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합의안의 강제성이 부족하고, 복잡한 부분을 내년 협상 테이블로 넘긴 것은 앞으로 넘어야 할 어려운 숙제이다. 

이제 세계의 이목이 온실가스 배출량 면에서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쏠릴 것이 확실하다. 우리나라는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권고치의 최대값인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로 감축하겠다고 공표하였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시행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 강화’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산업체는 할당량이 크게 부족하여 거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시민단체는 배출권거래제가 너무 완화되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30% 강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로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에서는 연비 증가와 환경 개선에 따른 편익이 비용의 4배나 되므로 타당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민적 합의’는 우리도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산업체의 경쟁력을 크게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선 두 정책 모두 산업체에 부담을 주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술 개발을 견인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면도 있다. 

이해 관계자들을 잘 설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즉, 관련 중소기업의 감축량을 해당 사업장의 배출량으로 인정해 주는 그린 크레딧( Green Credit)이나 시민들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상쇄 배출권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정책을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당초 목표와 기대 효과를 벗어날 때는 언제든 방향을 바로 잡는 정책의 탄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를 산업체만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생활과 밀접한 수송과 가정·상업부문에서 온실가스의 35%가 배출되며, 두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각각 34%와 27%로 가장 높다. 게다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면에서도 중국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생활 실천을 통한 국민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도 필수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기후변화 대응에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산업체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서는 국가 목표를 절대 완성할 수 없다. 정부는 정책 개발을 통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견인하면서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산업체의 경우에도 이제는 피할 길이 없으므로 오히려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여야 한다. 국민들도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과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촌의 재앙을 피하기 위하여 국가 경쟁력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국가·기업·시민의 아름다운 동행’이 필요한 때다.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장·세종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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