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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나무는 경제와 환경을 살찌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4.12.28 17:02

신준환 교수<동양대학교수·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 교수<동양대학교수·전 국립수목원장>

흔히 마주치기에 대수롭지 않은 존재로 여기는 나무는 일반이 모르는 능력을 가졌다. 그중 가장 놀라운 사실은 나무가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 대립하는 개념으로 여기기 쉽지만 이 둘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사람과 숲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서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환경과 경제가 조화로운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을 분리해 어느 한 쪽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엮어내는 창의력을 키우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연애호가 중에는 나무로 만든 제품을 쓰는 것은 좋아하지만 벌목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이율배반적이며 숲의 생태학을 잘 몰라서 나오는 오해라 볼 수 있다. 숲은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생산과 같은 공기정화, 기후조절, 맑은 물 공급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기능과 능력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보존을 이유로 모든 나무를 하나도 자르지 않고 자연림으로만 둔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람이 만든 인공조림 숲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사람이 숲을 만들 때는 ha당 3000그루의 나무를 심는데 이들을 솎아 베지 않고 그냥 방치하면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자라 햇볕이 들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숲 속에 생물이 살 수 없고, 낙엽이 분해되지 않아 수자원 함양이 안 되며, 병해충도 많이 발생할 뿐 아니라 숲이 쇠퇴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상수리나무림을 잘 가꾸면 30년생일 때 ha당 매년 14.5톤을 흡수하고 있는데 이들이 갑자기 방출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따라서 숲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입지에 맞게 계획적으로 나무를 잘라 경제적 수익도 올리고 지구환경에도 도움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조림정책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과거 사방사업과 조림을 하면서 식량을 늘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고 환경도 개선한 결과, 우리의 녹화성공 경험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성과에 대해 칭송하고 있다.

또한 나무는 오래 간다. 콘크리트 수명은 고작 100여 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13세기 초 느티나무를 가공해 세워진 부석사 무량수전은 여전히 세월의 깊이를 감당하며 고건축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불어 나무는 온실가스를 보존하는 탄소 통조림 역할을 하고 있다. 역시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한 변이 10.5cm인 정사각형의 나무기둥 3m에는 약 6kg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건축 재료를 만들 때 건조한 나무에 비해 철강은 191배, 알루미늄은 무려 791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목재를 사용하여 집을 짓는 일은 제 2의 산림을 조성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주택의 수명이 다한다고 해도 나무는 해체 후 여러 가지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목재 활용은 지구 온난화를 제어하는 나무-문턱(threshold), 나무-고개 역할을 하고 있다.
선조들은 정원을 집안에 가두지 않고 사방의 자연을 끌어들이는 차경(借景) 효과를 가져다 집을 지었다. 하회마을의 북촌에서는 마을의 주산, 부용대, 낙동강, 남산과 병산이 다 보이고 명재 윤증선생의 고택에서는 주변 풍광은 물론 멀리 계룡산을 볼 수 있다.

자연과 소통하는 한옥은 분명 훌륭하지만 이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면 대들보는 무너져 내리고  폐허로 바뀌고 말 것이다. 무조건적 보존이 위험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과 숲이 조화로운 활용은 환경과 경제를 지키는 가장 지혜로운 방편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나무를 활용하는데 눈이 어두워 중요한 자연림을 없애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자연의 맥락으로 보아서 자연림이 있어야 될 곳은 철저히 보존해야 한다. 인공림과 자연림 어느 하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큰 숲을 봐야 한다. 대립을 해소하고 원융(圓融)을 지향하는 나무를 보고 배워 사람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차원 높은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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