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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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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다음 먹거리 환경·에너지에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4.12.18 17:34

세계 석학 릴레이 인터뷰 (3)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대표


[에너지경제 송찬영, 최석재 기자]

제조업 몰락 이후 대안, ‘환경과 에너지’
한국 경제에 필요한 ‘혁신’, 자율과 소통에 있어

"제조업 몰락 이후의 대안은 환경과 에너지에 있다. 한국 기업이 차세대 동력을 에너지 시스템 개조, 바이오, 인공지능, 의약, 해수 농업 분야 등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산업에서 찾는다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대표는 지난 10일 여의도 소재 한식당에서 가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 기업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환경과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롬 글렌은 이와 함께 한국사회가 앉고 있는 과제로 남북문제와 저출산 고령화를 지적했는데, 특히 고령화와 관련해 인터넷 등을 통한 노인들의 활발한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1) 한국에 자주 오는 편이다. 올 때마다 변화를 느끼나?
"공항 호텔 음식점만 왔다 갔다 해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공항과 신라호텔은 좋아졌다. 교통은 좋아진 것 같지 않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2시간 걸렸다."(웃음)

2) 한국에서의 일정이 아주 바쁘게 짜여 있다. 본국에 있을 때도 그렇게 많이 바쁜가?
"주로 강연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하지만 책을 쓸 때는 아무 것도 못한다. 3개월간 꼼짝도 못하고 집필에만 매달린 적이 있다."

3) 당신이 미래를 예측하는 단서를 얻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나?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모든 미래 예측 방법(약 3000여개)을 이용해 카테고리화 했다. 그리고 약 40개의 방법론을 정리했다. 방법론 중 70% 이상을 UN미래포럼에서 만들었다환경스케닝기법(environmental scanning), 미래바퀴(future wheel), 시나리오 기법(scenario), 상호영향기법(cross impact analysis), 사후교차분석 등을 이용했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슈퍼컴퓨터에 모든 정보를 입력,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점집과는 다르다.(웃음) 그리고 나는 많이 읽는다. 계속해서 읽는다. 하루에 7시간 이상을 읽는다.

4) 책을 읽는다는 것인가?  특정 분야에 상관없이?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 인터넷에서 수시로 정보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초단위로 올라오는 정보들은 책에 있지 않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

5) 자신이 예측한 미래 모습에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세계 3차 대전(핵전쟁)에 대해선 100% 부정확하길 바란다. 미래 연구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다.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고 경고를 하기 위함이다. 얼마나 정확한지 문제가 아니다.
항상 유연하게 미래를 예측해서 사람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73년에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이 언제 이메일을 사용할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이 유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것을 예측한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날씨를 예보하는 것을 보라. 정확히 비가 올지 안 올지를 맞추기 위해 예보하는 것이 아니다. 비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사람들에게 비에 젖지 않게 우비나 우산을 준비하라고 예측해 주는 것이다."

6) 한국 경제는 삼성, 현대 등 몇 몇 대기업에 많이 의존한 구조이다. 당신은 오래전부터 제조업 몰락을 예측해왔는데...
"분명 제조업은 사라질 것이다. 그들(삼성, 현대)은 생물분야, 인공지능분야, 폐기물을 사용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개조(redesign) 분야, 화상 의약분야, 해수 농업분야에 뛰어들 수 있다. 이밖에 그들이 뛰어 들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많다. 배양육 또한 주목해야 할 분야다."

7) 당신은 인구의 급증과 환경변화로 식량난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GMO나 배양육이 해결 대안인가? GMO의 경우 한국 환경시민운동가 중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배양육은 이미 30년~40년 동안 연구를 해왔다. 현재의 축산업은 인류가 먹을 상당량의 식량을 동물에게 주면서 식량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축산업은 사육과정에서 많은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배양육은 환경적으로도 유리하다. 유전자변형을 누가 반대하나? 내 주변엔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환경론자가 없다."
 
8) 당신은 기업가의 윤리에 대해 강조해 왔다. 그러나 그 윤리를 지키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다. 
"미래는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대한항공의 땅콩사건을 보듯이 사건이 한 번 터지면 모든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정보의 공유가 실시간으로 가능해 지면서 윤리관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자본주의가 끝나가고 있다. ‘non ownership economy‘(누구의 소유도 없는 경제 시스템)이 도래할 것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윤리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바람직하게 적응을 하기 위해선 윤리관이 바르게 서 있어야 한다.

9) 자본주의 유통기한이 끝났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이후의 새로운 경제체제와 정치체제는 어떤 모습이라고 보는가?
"자본주의는 지금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물질에 대한 소유권은 남아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집 등등. 당분간은 공유경제나 협동조합 등이 자본주의 체제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미래사회는 똑똑한 개인이 사회를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기업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뛰어난 개인과 개인이 모이는 형태의 협동조합이 주류가 될 것이다."

10) 최근 석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당신이 예견한 석유의 종말과 관련이 있는가? 그리고 유가 하락 추세는 계속되리라 보는가?
"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유럽 경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에서도 새로운 석유탐사 기술이 개발돼 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셋째,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이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고갈이 가까워 오기 때문에 올라 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11) 현대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저출산 고령화’ 를 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OECD 국가가운데 가장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한 것보다 더 오래 산다. 잘 먹고, 좋은 약이 있고, 좋은 교육을 받는다. 우리는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 때문에 과거 늙은 사람들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할 수 있다. 훈련을 통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 속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노인들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 그들을 똑똑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한국은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져 세금을 내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혜택을 받아야 할 인구(노인)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12) 한국은 남북이 분단돼 있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어때야 한다고 보는가. 통일의 핵심 키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나는 그 쪽 전문가가 아니다. 또 얘기하기 좋은 위치에 있지 못하다. 다만, 통일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점점 더 네트워킹해지고, 점점 더 열려져 있게 되면(정보공유가 활발해 지면)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가난한 사람들은 부를 원한다. 현재 북한 아이들의 키는 남한 아이들에 비해 훨씬 작다. 지능지수(IQ)도 20이나 더 낮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50,100년 후엔 남한이 북한 사람 모두를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13) 최근 한국 내 한 시민 단체에 의하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노르웨이산 고등어에서도 세슘이 발견 됐다. 향후 이 사고가 지구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측하는가.
"나는 원자력 발전 사후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할 과학기술 능력에 대해 지난 1971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바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478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 세계인이 쓰는 전기를 원자력에서 얻으려면 1만 8000개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4) 환경오염과 에너지 문제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환경산업을 소개한다면?
"이산화탄소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재생 에너지가 현재의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어 땅속이나 바다 밑에 묻는 ‘탄소 격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사용할수록 탄소는 땅에 묻으니 산소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 비용과 효율성에 대해 연구하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에너지원 중 하나는 태양이다. 현재 땅에 전지판을 세우는 것에서 나아가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연구를 미국 나사에서 하고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수㎞ 길이의 태양 전지판을 단 위성을 지구 상공 궤도에 띄우는 것을 말한다. 지열을 이용한 발전 기술도 있다. 지구 중심은 엄청난 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석유 개발 과정에서 지하 5㎞ 이상을 파 내려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지열 발전 방식이다. 지열 발전의 장점은 환경오염과 상관없이 24시간 가동된다는 점이다. 이미 MIT에서 초기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15) 당신은 최근 개최된 미래전략포럼에서 한국사회를 향해 ‘혁신’을 주문했다. 혁신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혁신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둘째는 자율적인 혁신이다. 위에서 지침을 내리는, 탑다운 방식은 혁신이 아니다. 그래서 혁신하려면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송찬영,  최석재 기자 sjjw@ekn.kr  통역 : 박영숙 유엔포럼대표

 
# 제롬 글렌은 누구인가?
1945년생으로 아메리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안티오크대학 뉴잉글랜드교에서 사회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매사추세츠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뉴욕타임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미래의 국가> <미래보고서 2030> <미래보고서 2040> 등을 공동 출간했다. 

테드 고든. 엘리자베스 플로레스큐 등과 함께 저명한 미래학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유엔미래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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