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가 뭔가. 소수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이익이 더 크다면 다수 의견을 따르자는 제도 아닌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거꾸로 돼 가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문제는 보면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나 사패산 터널 건설사업과 자꾸 겹쳐진다. 방사성페기물처분시설 건설을 위한 후보지 선정 당시 전북 부안 일부 주민들은 반핵단체의 큰 목소리와 분위기에 동조해 반대의 선봉에 섰고, 찬성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말 한 마디 못한 채 끌려갔다.
그 결과 전국을 대상으로 한 후보지 공모에서 80%가 넘는 찬성표가 있었음에도 경주에 밀려 유치에 실패했고, 결국 지금은 땅을 치고 있다. 사패산 터널 역시 대동소이하다. 도롱뇽의 서식지가 없어진다며 결사 반대한 한 종교인 때문에 피같은 혈세 수천억 원을 날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과 사패산 터널공사가 중단되거나 폐기되었던가. 아니다. 오히려 시설을 유치한 지역에는 그만한 대가가 주어졌고, 향후 그 혜택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일부 반대자의 목소리가 알려지면서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더 환경적인 시설을 건설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적이라면 굳이 공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공적이라면 허송한 세월과 수천 수조원의 기회비용을 날려 버린 데 대한 손실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준다는 말인가. 그 동안 정부가 벌여왔던 국책사업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옷을 찢고, 자해하고 급기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불사할 정도로 개인들에게 치명적인 사업들이었던가. 그렇지 않다.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도 사패산 터널도 목숨을 걸고 반대할 만큼 위악적인 사업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밀양 송전탑도 마찬가지다. 전에 없던 시설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전국 곳곳에 수백기의 송전탑 세워져 전 국민의 공기인 전력을 실어 나르고 있지 않은가.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처럼 버틸 때까지 버티면 뭔가 더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가.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후보 선정 문제가 한창 언론에 보도될 때 부안 주민들은 해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며 프랑스 반핵단체 한 인사를 초청한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인사는 안전을 위해 세세하게 따지고 토론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국가가 국민에게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데 반대만 하는 것은 반역행위라고 말해 토론회에 참석한 반대 측의 공분을 샀다. 물론 발전소든 폐기물처분장이든 공동묘지든 인공적인 시설물은 없는 게 낫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좁은 국토 어딘가에는 이런 시설물이 있어야 국가가 유지되고 국민이 살아갈 수 있다. 국가시설을 짓고 관리하는데 이념이 있을 수 없다. 안전과 복지 그리고 공공의 선만이 최상의 가치인 것이다. 밀양에는 반대하며 행동으로 저지하는 소수의 주민들도 있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찬성 주민이 더 많다. 전국의 모든 송전탑을 땅 속에 묻거나 모두 뽑아 버릴 수 없다면 찬성하는 다수 주민들과 국민들의 조용한 외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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