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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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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참사' 민주당과 바이든은 '울상'...트럼프·부티지지는 '방긋'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05 14:18

2020 미국 아이오와 주 코커스 결과

▲유권자들이 3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에 출석하는 모습(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대선이란 대장정의 첫 출발선을 끊은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가 ‘결과 발표 지연 참사’로 대혼란을 겪은 가운데 대선 후보주자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8세의 신예 피트 부티지지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에 오르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평판은 실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개표 초반부터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민주당 깎아내리기’에 나서고 있다.


◇ ‘개표 참사’ 아이오와 코커스…"민주적이지 않은 절차" 지적도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대의원을 지명하는 용지(사진=AP/연합)


아이오와 주 1678곳의 기초 선거구에서 민주당 코커스가 예정대로 시작된 시각은 동부시간 기준 3일 오후 8시(한국시간 4일 오전 10시)였다. 통상 코커스 절차에는 한시간 가량 소요되고 이후 곧바로 개표가 시작되기 때문에 밤 12시 전엔 결과가 거의 확정된다. 과거 2016년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때도 오후 9시 10분께 초반 개표상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은 밤 늦게까지 경선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 이어졌다.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던 코커스 참석자들은 처음엔 결과 발표가 조금 늦어지나 하는 분위기였지만 한없이 시간이 흘러가자 경선 결과에 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보였고 현장에서는 술렁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11시 30분께에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세 가지 유형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며 집계 과정에서 공표 대상 항목 간 수치가 맞지 않아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코커스를 △1차 투표 결과 △1차 투표와 2차 투표 합산 결과 △후보별 할당 대의원 수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 발표하기로 했는데, 이 세 항목의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과거 후보별 할당 대의원 수만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1차, 2차 투표 결과까지 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이들 항목 간 불일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집계 과정에서 모바일 앱 오류로 결과를 곧바로 발표하지 못하자 민주당은 결국 수작업으로 개표해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미 경제매체 CNBC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참사는 정보기술(IT)의 가장 충격적인 실패 중 하나다"고 꼬집었다.

CNBC는 이어 "이번 사건은 사이버보안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적절한 백업 계획과 시험, 검증 등의 절차가 부족했거나 아예 전적으로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앱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적절한 시험 없이 사용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록 기술적인 오류로 인해 사태가 발생했지만 이를 계기로 코커스의 폐쇄성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제도 존립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NN 방송은 "코커스 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아이오와 코커스를 가리켜 "미국 정치 절차에서 과도한 중요성을 갖고 있음에도 거의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라고 꼬집었다.

코커스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함께 공화·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대의원을 뽑는 제도다.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선출된 대의원들은 7∼8월 양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다만 코커스는 당원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라이머리보다 상대적으로 비민주적이고 폐쇄성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라이머리는 당원 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도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이어서 누구나 등록만 하면 개인이 투표할 수 있다

코커스는 해당 주의 18세 이상 당원들이 기초선거구별로 정해진 장소에 모여 토론 과정을 거친 뒤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정하는 방식의 경선 절차다. 1차 투표에서 15% 미만 득표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은 다른 후보로 갈아타거나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과 연합하는 등 ‘합종연횡’하는 식으로 2차 투표를 하는데 민주당은 이 결과까지 합산해 득표율을 산정한다.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은 군소 후보의 지지자들을 대놓고 설득해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장면도 연출된다.

이런 점에서 코커스는 ‘그들만의 리그’ 성격이 크고 선거 캠프의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커스는 원래 규모가 작은 주에서 사용되는 정당 구성 메커니즘으로 고안됐다"며 "대선 주자들에게는 조직력 테스트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민주주의에서 또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아이오와 코커스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 비해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년 간 여러 논쟁으로 얼룩졌다고 전했다.

2012년에는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가 릭 샌토럼 후보를 8표 차로 이긴 것으로 발표됐으나 재검표 결과 샌토럼이 롬니를 34표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2016년에는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니 샌더스 후보가 초접전 끝에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힐러리가 이겼다. 하지만 양측이 득표 동률을 이룬 일부 선거구에서 동전 던지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등 전근대적인 방식이 동원돼 샌더스 지지자들이 1위를 강탈당했다며 반발했다.

이같은 여러 한계 때문에 코커스를 채택하는 지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코커스를 도입한 지역은 아이오와 외에 네바다와 와이오밍 등 일부 주에 불과하며 미국령은 4곳이 있다.

다른 초반 경선주들도 ‘아이오와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나섰다. 약 3주 후 코커스를 치르는 네바다주의 민주당 의장인 윌리엄 맥커디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이오와에서 있었던 일은 네바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당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뒤를 이어 프라이머리를 치르는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역시 자신들의 검증된 선거 방식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 트럼프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승자는 바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이렇듯 민주당이 겪은 대참사는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먹잇감이 됐다. 트럼프 재선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인 브래드 파스칼은 민주당의 개표 발표 지연은 "역사상 가장 엉성한 열차 사고"라며 "사람들이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조롱했다. 또 "이들이 완전한 의료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맞느냐"며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제대로 운영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기록적인 투표로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대비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4일(현지시간) 수십 건의 ‘폭풍 트윗’을 통해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 참사를 조롱하고 자신의 코커스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이라며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처럼 아무것도 작동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0억달러(약 6조원)짜리 오바마케어 웹사이트를 기억하라. 그건 그 비용의 2%만 써야 했다"라며 민주당 소속인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했다. 또 "지난 밤 큰 승리를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트럼프’다"라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 "그건 아이오와의 잘못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의 잘못"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인 한 아이오와는 그 자리에 머무를 것"이라며 "중요한 전통!"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윗도 올려 "민주당은 위대한 아이오와주에서 일어난 투표 재앙에 대해 그들 자신의 무능함 대신, 언제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를 비난하기 시작할 것인가"라고도 조롱했다. 앞서 민주당은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가 개입한 사실을 지적하며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연루 의혹을 주장했고 이와 관련한 특검 수사까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는 "아이오와에서 민주당은 정말 엉망이었지만, 공화당은 그렇지 않았다"며 "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전 기록을 크게 깨고 그 위대한 주의 역사상 가장 큰 재선 투표를 했다. 또한 97%가 넘는 투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공화당 내에서 나의 지지율 = 95%, 기록! 큰 아이오와 승리. 전체 지지율 = 53%"라며 "가짜 마녀사냥과 사기가 없다면, 우리의 위대한 경제와 다른 주요 성공으로 인해 20포인트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아이오와 경선에서 97.1%의 득표율(대의원 확보비율)로 압승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만큼 예상된 결과이다. 경쟁자인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조 월시 전 하원의의원의 득표율은 각각 1.3%, 1.1%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민주당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알을 낳았다"고 비꼬았고, CNN은 "코커스의 밤에 벌어진 난장판은 아이오와에서 아무 승자도 없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부티지지, ‘깜짝 1위’로 대이변의 주인공 등극…향후 판세는?

▲피트 부티지지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사진=AP/연합)


한편,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부티지지 전 시장이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로 올라서면서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출마 선언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주자들과 상당한 격차로 1위를 유지해 대세론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위에 그치면서 참패와 다를 바가 없는 결과가 나왔다.

아직 62% 개표 상황이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도 간발의 격차이긴 하지만 1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함께 3∼4위 자리를 다툴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부티지지 전 시장이 아이오와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민주당 대선주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주로 4위에 랭크돼왔다.

아이오와 민주당이 공개한 개표 62% 상황 기준 집계결과에 따르면 부티지지 전 시장이 26.9% 득표율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5.1%)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그 뒤로는 워런 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각각 18.3%, 15.6%의 득표율로 순위를 이었다.

‘깜짝 1위’로 오른 부티지지 전 시장은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젊은 후보로, 중도 성향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남편’을 둔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부티지지의 ‘깜짝 1위’는 과거 2008년 ‘오바마 돌풍’과 비슷한 면모들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당시 대세론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면서 상승세를 탔고, 결국 ‘대권행 본선티켓’에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연설의 달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견될 정도로 부티지지 전 시장의 역시 타고난 언어적 재능을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제2의 오바마’ 또는 ‘백인 오바마’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선 일정에 있어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세우면서 다시 승기를 잡을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활에 성공할지 등의 변수들이 작용될 수 있어 향후 판세를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선거 캠프는 "아이오와는 시작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바이든의 진정한 힘은 3~4차 경선지인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부터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특히 부티지지의 경우 중도 성향의 고학력 백인 유권자들이 핵심 지지기반으로 꼽혀 유색인종 진영에서는 지지세가 저조한 상황이다. 흑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인 아성’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선전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려있는 3월초 ‘슈퍼 화요일’에 집중하겠다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해 광고전에 ‘올인’하며 지지율이 서서히 상승해 3위로까지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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