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단독] 산업부, 체코원전 계약 보류 책임 묻는다…한수원·한전KPS 등 팀코리아 사장단에 사직 권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07 13:38

본계약 하루 앞두고 현지 법원에서 계약 서명금지 가처분 인용

상황 모른채 장관·국회의원·총리실 포함 100여명 특사단 파견

“국제적 망신…가처분 인용 가능성 사전 인지하지 못한 책임 져야”

한수원·한전KPS 등 계약 주도한 주요 에너지공기업 인사 대상

1

▲체코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 체결을 하루 앞두고 현지 법원의 결정으로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이를 모른채 체코에 방문한 안덕근 산업부장관과 이철규 국회 산자위원장 등 고위인사들로 구성된 정부·국회 대표단만 머쓱한 상황이 됐다.


결국 산업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전반적 책임을 물어 한수원, 한전KPS 등 관련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단에 사직 권고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현지에서 내부 검토를 거쳐 체코 원전 본계약 체결이 무기한 연기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요 공기업 수장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에는 원전 수출 실무를 주도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지원기관인 김홍연 한전KPS 사장 등 팀코리아 핵심 공기업 수장들이 포함됐다.


산업부는 체코 원전 계약이 산업부 직접 사업이 아닌, 한수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코리아'의 주도 하에 추진된 상황에서 체코의 정세 및 법적 변수에 대해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체코 현지에서는 한수원 등 팀코리아와 체코 전력공사(CEZ) 간에 26조원 규모의 원전 수주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안덕근 산업부장관과 국토교통부, 과기정통부, 외교부, 중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 고위 인사와 국회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 위원장 등 대규모 정부·의회 대표단이 체코를 찾았다.




하지만 우리 측 대표단이 이미 출국한 시점에서 체코 브루노 지방법원은 프랑스 EDF사가 제기한 행정소송과 관련해 본안 판결 전까지 본계약 서명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결정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은 본안 소송이 결론 나기 전까지 무기한 보류됐다.


우리 측 정부·의회 대표단은 본계약은 체결하지 못한 채 다른 일정만 치러야 했다.


정부 관계자는 “계약이 임박한 상황에서 체코 측 행정소송 가능성이나 EDF의 대응 전략을 좀 더 주도면밀하게 파악하고 대비했어야 했다"며 “총리실, 산업부 장차관, 국회 의원들까지 포함해 100여명이 넘는 대규모 특사단이 파견된 상황에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국제적 망신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 산업부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직 권고는 법적·행정적 계약 실패가 아닌, '정무적·국가 이미지 차원의 책임론'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계약 성사 불발이 체코 내부 사법 절차라는 외부 변수에 따른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경영진에게 전가되는 것이 부당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한수원과 한전KPS의 경우, 해당 사장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상황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직 권고가 향후 계약 일정에 실질적인 차질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계약 관련 세부 협상은 모두 마무리된 상태이며, 현재는 서명만 남겨둔 단계이기 때문에 후속 인선이 이뤄지더라도 본계약 체결과 실무 이행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직 권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관계 기관 내부에서는 이미 후임 인사 선임에 대한 논의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체코 전력공사(CEZ)의 항소 절차와 체코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해 계약 재개를 위한 외교적·법적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 조치로 팀코리아 내부의 동요와 분위기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의 이번 문책성 인사 조치는 체코 법원의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에 따른 것일 뿐 원전 계약과는 별개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7일 체코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계약만 법원 판단으로 잠시 연기된 것일 뿐, 나머지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된다"며 “EDF 소송은 체코 경쟁당국이 이미 두 차례 명확히 기각한 사안과 유사하다. 본안 소송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로서는 유감스럽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체코원전 계약 보류와 관련해 한수원·한전KPS 등 관련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단에 사직 권고를 내린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