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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글로벌 경영 보폭 넓히는 이재용, 잇단 대규모 투자로 신 성장 동력 확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8 14:00

LJF 등 국내외 협력사 상생 체제 구축·강화
패키징·NPU 미래 먹거리 발굴, 투자 박차

이재용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소재 삼성SDI 배터리 공장 현장을 시찰 중인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핵심 사업을 키우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2020년 삼성전자가 이동통신 세계 1위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회장의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의 인연이 계약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피터 베닝크 ASML CEO·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과 연쇄 회동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바이오 분야에서도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2반도체 신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호아킨 두아토 J&J CEO·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등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선두 주자들과 만나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수주를 달성했고, 위탁 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전세계 상위 20 제약사 중 14개 기업을 고객사로 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급증하는 고객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생산 능력 초격차 확보 차원에서 현재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회장, 국내외 협력사 생태계 강화…상생 체제 구축


작년 11월, 이 회장은 일본 내 삼성 협력사 모임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며 미래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LJF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휴대폰·TV 등 IT업계 기업들과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이 회장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협력사들과도 반도체 생태계 육성·상호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2021년 1월에는 평택 반도체 생산 라인 설비 반입식에 원익IPS·솔브레인·피에스케이·동진쎄미켐 등 협력사 대표들을 초대해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육성 및 상호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협력 회사·학계·연구 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언급했다.


앞서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 강화·선제적 투자 지속·고객사 확대·반도체 생태계 육성 등 미래 준비를 꾸준히 지속해왔다.


삼성은 2022년 세계 최초로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은 2022년 매출 208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2019년 117억 달러 대비 약 80% 성장한 수치다.


향후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연평균 64.8%)은 전체 시장 성장률(연평균 13.8%)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TSMC와 삼성의 점유율 격차가 크지만, 향후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의 수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총 1044억달러로 집계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2026년 1538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같은 기간 3나노 이하 시장의 경우 74억달러에서 331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KB증권 2.1 리포트에 의하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은 작년 역대 최대 파운드리 수주 잔고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16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미세 공정 기술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삼성은 중요성이 급증한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I-큐브'로 불리는 최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3차원(3D) 패키징 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2022년 '첨단 패키지팀'을 신설한 삼성은 매년 패키징 설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이 2022년 20억 달러, 작년에는 18억달러를 들였을 것으로 추산한다. 삼성은 TSMC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수율'을 안정적으로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반도체 공장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삼성은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은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 기흥 사업장에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이곳은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은 경기 평택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메모리 라인이 대부분인 삼성은 TSMC에 비해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절대적으로 열세였지만 대규모 시설이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파운드리 고객사는 100개 이상이며, 2028년에는 200개사가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은 2023년부터 미국 AI 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5나노 자율 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관련 스타트업 기업인 그로크와 텐스토렌트의 차세대 4나노 AI칩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은 2019년부터 '테슬라'의 3세대 자율 주행 칩, 2023년부터 '모빌아이'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칩을 생산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최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V920을 양산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커버그 메타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삼성 경영진을 찾았으며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생산 공동 투자, 파운드리 협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성은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반도체 설계 자산(IP)·전자 설계 자동화(EDA)·후공정 및 테스트(OSAT) 업체들과 파운드리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CLX 컨트롤러 개발 IP 기업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온디바이스 AI 특화 IP 기업 '퀄리타스 반도체', 가온칩스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 전문 기업들 간 협력과 기술 다양성이 사업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생태계 싸움'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는데, 아직까지는 TSMC를 필두로 한 대만의 생태계가 삼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생태계를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바일AP '엑시노스 2400'은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탑재됐으며, 전작에 비해 AI 성능이 약 15배 이상 향상돼 스냅드래곤과의 성능 격차를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24 판매 호조가 모바일 AP 매출 급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차기 모델인 엑시노스 2500이 애플 AP의 성능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은 업계 최초로 초당 11.2Gb 데이터 전송 속도를 달성한 엑시노스 모뎀 5400과 '아이소셀 비전 63D' 이미지센서를 공개하며 업계 1위 퀄컴과 소니를 맹추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시장에서는 21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옴디아는 삼성이 2023년 3분기 기준 매출 7억5000만달러로 시장 점유율 29.7%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신경망 처리 장치(NPU) 사업도 본격적으로 육성하며 시스템 반도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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