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한국은행 IT전략국 자문역 |
예기치 못한 코로나 위기는 우리에게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사회적으로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은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인한 지구적 위기와 디지털의 혁신적 파괴(Digital Disruption)는 우리가 아무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 시한폭탄이다.
최근 일각에서 지난 2년간 코로나 위기 상황에 가려져 높아져 가던 ESG 열기가 식어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더하여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은 당면한 판매 또는 재무적 이익에 집중하면서 ESG경영 이 느슨해지고, 투자자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ESG 투자펀드의 선택 기준(ESG ratings)이 모호하다거나 기대수익을 낮추는 모습이다. 나아가 ESG투자가 지구를 살리기보다 주주 수익을 높이기만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례적으로 인류의 건강에 대한 깊은 압박감을 불어 넣었고 국가간, 세대간에 걸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이슈를 지구촌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지금 수도권을 강타하고 있는 집중호우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새삼 체감케 하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모두가 ESG가 가리키는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새겨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환경적 관점(E)에서 우리는 코로나 위기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 대 자연의 관계에서 생존 우위가 자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물과 위생, 해양 및 육상 생태계 보존 등 환경 문제가 자신의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사회적 관점(S)에서는 코로나 위기 동안 기업이 우리에게 보여준 행동을 기억하고 기업에게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즉, 우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원, 고객 및 지역사회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제공, 혁신과 사회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사회적 역할이 옳다고 믿는 기업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거버넌스 관점(G)에서, 기업은 코로나 위기로 불가피해진 비대면 업무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경험하였다. 특히 조직원의 감염으로 인한 대체근무는 조직내 성평등을 포함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양한 조직 구성이 함께 일해야 한다는 점도 일깨워 주었다. 나아가 직원들이 모바일 업무, 일과 휴식의 균형을 익숙해하므로 이를 반영하는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의 기업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SG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고 지속적인 시장 테마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ESG 문제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경적 문제는 소비자 선호의 변화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과 영업 마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는 기업의 평판과 지지가 확산되면서 순차적으로 관련 규제와 세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버넌스 문제는 기업이 조직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성별, 지역별 차별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유능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의 이탈을 막을 것이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는 배타적이거나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ESG 경영은 기업 활동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들 E·S·G 모두가 필요하다.
경제는 호경기와 불경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경기침체를 빌미로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ESG경영을 느슨하게 하는 것은 결코 안된다. 지금은 ESG경영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