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BIX 2022)’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기존 북미·유럽 중심의 판도를 동아시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한국·중국·일본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한·중·일 ‘CDMO 삼국지’의 선봉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9일 셀트리온 등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현재 건설 중인 인천 송도 제3공장에 오는 2024년까지 7500L 규모의 바이오리액터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최첨단 아이솔레이터 시스템(무균 분리충전 시스템)을 갖춘 프리필드시린지(주사기 안에 치료제가 담겨있어 그 자체로 완제품인 일체형 주사제) 생산설비와 오토인젝터(환자가 직접 투여하는 주사기)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이 시설을 다품종 소량생산의 CDMO 시설로 사용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주력해 온 셀트리온의 사실상 첫 CDMO 시설이 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바이오협회 주최의 바이오산업 종합 전시회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BIX 2022)’의 CDMO 분야 컨퍼런스에서 윤정원 셀트리온그룹 홍콩법인 사장은 이러한 셀트리온의 CDMO 사업계획을 소개하면서 그동안 축적해 온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임상·허가·상업생산·글로벌판매 노하우를 활용해 종합적인 CDMO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 사장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높은 성장률과 함께 CDMO 시장도 연평균 10% 안팎의 고성장이 예견된다"며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노하우를 기반으로 전(全)주기적 CDMO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는 의약품 개발업체로부터 세포주를 받아 의약품을 대량생산하는 ‘위탁생산(CMO)’과 처음 세포주 개발단계부터 임상까지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탁개발(CDO)’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최근 글로벌 감염병 발생주기가 짧아지고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의 신속한 대량생산·공급이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는 물론 실험실 기반의 스타트업도 GMP(우수의약품 품질관리기준) 기준의 생산시설을 갖춘 CDMO 기업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인 의약품) 탄생을 위해서도 대량생산 전문기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CDMO 시장 규모는 113억달러(약 14조5000억원)로, 전 세계에서 100여개 CDMO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위스 ‘론자’, 마국 ‘써모피셔’ 등 소수의 유럽·북미지역 기업들이 과점형태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글로벌 시장의 약 60%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톱 5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10년만에 론자(스위스), 카탈렌트(미국), 베링거인겔하임(독일), 써모피셔(미국)와 함께 세계 톱 5 CDMO 기업 반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올해 론자를 제치고 생산용량 기준 세계 1위 CDMO 기업으로 올라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바이오리액터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20개 안팎의 CDMO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의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2(BIO USA 2022)’에 중국 기업들의 보이콧 분위기에도 참가를 강행했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바이엘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 화이자의 중국 항저우 생산공장, 중국 CDMO 기업 ‘CMBA 바이오파마’를 잇따라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11년 후지필름이 미국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출범한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세포배양시설을 착공한데 이어 지난달 덴마크와 미국 텍사스주 등의 CDMO 시설 증설을 위해 16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잇따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중국·일본 CDMO 기업은 아직 글로벌 5위권 밖에 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생산용량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소 바이오기업을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전주기 CDMO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셀트리온이 우리나라 CDMO 사업의 선봉에 서서 중국·일본 기업과의 수주 경쟁에 맞서야 하는 셈이다. 최근 롯데그룹 역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론자 역시 지난해 스위스, 미국, 싱가포르 등에 총 1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번 BIX 2022에 이례적으로 참가해 전시부스를 운영하는 등 한·중·일의 도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등 강력한 CDMO 생태계를 조성해 더욱 치열해질 CDMO 수주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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