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탄소중립 열풍’...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에 "이젠 역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24 16:02
UKRAINE-CRISIS/GERMANY-COAL

▲독일 석탄발전소(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 세계에 큰 열풍을 일으킨 탄소중립이 올 들어 역풍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에 나선 국제사회가 석탄 등의 화석연료에 눈길을 다시 돌리기 시작해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단가마저 급등하면서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으로 세계가 탄소중립 달성에 또 다시 멀어졌다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보다 에너지 안보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화석연료 시장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석탄발전의 부활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전날 천연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현행 1단계에서 2단계인 비상경보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가 발트해를 관통해 독일까지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60% 축소해서다. 최고단계인 3단계 ‘위급’ 경보가 발령되면 가스 배급제를 시행하게 된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아직 느끼지 못하지만 천연가스 위기가 왔다"며 "에너지 시장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이라고 밝혔다.

이에 독일 최대 에너지 전력회사인 EnBW는 석탄의 조달과 운송 계약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날 공식 발표했다. EnBW는 "회사의 장기적인 인사 계획이 석탄발전의 폐지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석탄 재가동에 대한) 인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또 다른 다국적 에너지기업 RWE 역시 독일에 위치한 탄광 광산 3곳에서 채굴을 재개할 준비라고 밝혔다.

러시아발(發)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부집행위원장은 27개 회원국 중 10개국이 가스 공급에 대한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다른 EU 회원국도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석탄 발전 비중을 35%로 줄였지만 2024년까지는 석탄발전소를 다시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폐쇄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밝혔고 이탈리아 역시 석탄발전을 늘리는 내용이 담긴 에너지 경계 상태 선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 유럽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에너지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발전용 석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BNEF는 "여름철 전력 수요에 앞서 아시아가 비축량을 늘리고 있어 석탄 가격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석탄 거래량은 과거 수준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과 2025년에 인도되는 호주 뉴캐슬 석탄의 현재 거래량은 작년 6월에 비해 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이를 고려해 석탄에 대한 투자 규모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가구(IEA)가 최근 발표한 ‘2022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 투자액이 전년대비 10% 증가한 1050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올해는 그 규모가 1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세계 각국들이 본격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기 시작하기 전인 2019년(1040억 달러)보다 10% 높다.

태양광

▲태양광 패널(사진=로이터/연합)

석탄발전의 부활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탄소중립 달성으로부터 멀어지는 또 다른 요인이다.

IEA는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장비업체들은 부품에 가격 상승분을 전가하고 있다"며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비용이 10∼2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로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2020년 수준 대비 20∼30% 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비용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비용 지출을 주저하게 만든다"며 "현재 추이로 봤을 때 세계는 기후목표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설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최근 들어 또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273.1위안(40.62달러)로, 작년 최고치인 272.2위안을 넘어섰다. 중국이 사막 등 지역에 태양광 확대에 나서기 시작한데 이어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대체에 나서면서 태양광 패널 수요가 예상보다 급증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된 태양광 셀과 모듈이 전년 동기대비 12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으로 태양광 패널 비용이 오르자 태양광 프로젝트 일부가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