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를 시작으로 여러 국가들이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패권경쟁까지 이어지면서 신냉전 기류까지 확산되는 탓에 무기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력을 인정받은 ‘K-방산’에 대한 전세계 국가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올해 무기 수출액이 지난해 70억달러(9조 650억원)를 넘어 100억달러(12조 95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로 인해 방산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면서도 "방산 업종 특성상 기업 대 기업 비즈니스가 아닌 정부, 국제관계 등 여러 변수가 섞여 있어 확실한 계약이 진행돼야 실제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K-방산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폴란드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자국의 전투기와 전차를 상당수 지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달초 폴란드 육군·공군 평가단과 경제개발은행 관계자 20여 명이 한국을 방문해 국내 방산업체와 군부대를 방문하고 일부 무기 구매계약 협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방한 일정에 이어서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방한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국산 FA-50 48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FA-50은 한 대당 4000만달러(518억원)으로 48대는 19억 2000만달러(2조 4864억원)에 달한다.
크지슈토프 플라텍 폴란드 국방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바르샤바가 폴란드 공군의 잠재적인 증원 수단으로 KAI FA-50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KAI의 제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FA-50이 폴란드 공군을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이 성사된다면 이는 단일국가 방산 수출 역대 최대 금액이다.
한 투자업체 관계자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나비효과여서 의미가 크다"며 "한국 방위산업(K-방산)의 유사한 수출 기대감이 커 올해 완제기 수출 계약이 4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경공격기.. 사진=KAI |
K-방산의 전차·자주포·장갑차·대공미사일 등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다. 지난해 12월 한화디펜스가 호주와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1조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1월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대 천궁-Ⅱ(지대공 미사일) 수출 계약을 맺었다. 2월에는 이집트가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200여 문 도입을 확정했고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화와 9800억원 대 무기물자 구매 계약에 서명했다.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는 호주 육군의 차기 장갑차 획득사업 ‘Land 400 Phase 3’ 최종 후보에 올라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 KF41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레드백 장갑차가 해당 사업에 선정된다면 그 규모는 5조원 대로 역대 최대 금액을 경신할 전망이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에서 험지 돌파 능력이 뛰어난 궤도형 장갑차와 방호력을 갖춘 전투차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저희 레드백이나 K9 자주포가 그런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지상 분야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2’에 참가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궤도장갑차 레드백과 K9 자주포, 타이곤 차륜형 장갑차, K21 장갑차, 비호-Ⅱ 방공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또 K9 자주포의 최신 업그레이드 모델인 K9A2 형상을 처음 공개했다. K9A2는 100% 자동으로 포탄과 장약이 장전되는 자동화 포탑이 탑재됐다. 한화디펜스는 영국의 MFP(Mobile Fires Plarform) 자주포 획득 사업에 K9A2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K2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HR-셰르파(Sherpa) 다목적 무인차량 등을 전시했다. 현대로템은 전차 수출을 추진 중인 노르웨이와 폴란드의 요구에 맞춰 개량한 ‘K2NO(노르웨이형’, ‘K2PL(폴란드형)’ 모형을 전시하고 각국 국방 대표단 및 현지 방산업체와 면담을 진행했다. 특히 전시회 현장에서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인 PGZ(olska Grupa Zbrojeniowa S.A.)와 전차 및 장갑차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해 폴란드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로템은 "전차 교체 시기가 도래한 국가를 대상으로 K2 전차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차의 주요 수출 추진 국가는 터키 알타이전차 양산부품, 노르웨이, 폴란드, 오만, UAE 등이지만 차련형 장갑차 수출을 위해 페루 말레이시아 등에도 영업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방산 업계는 올해 방산 수출 규모가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30억달러, 지난해 70억달러에서 매해 30억달러씩 늘고있는 셈이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재무장과 군비 확충에 힘쓰고 있다"며 "K-방산은 가성비, 유지보수 측면에서의 강점에 기술력까지 인정받고 있어 관련 사업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sj@ekn.kr
▲방산전시회 ‘유로사토리 (Eurosatory) 2022’한화디펜스 부스에 궤도장갑차 장갑차 레드백과 K9A2 신형 자주포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한화디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