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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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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재용은 "목숨 걸고 한다"는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06 10:07

에너지경제 최석영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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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가까운 시간의 대한민국을 되 돌이켜 보면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갈라치기에 우리 국민들은 딱히 정의하기도 애매한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양분 되어 정치인과 그 가족의 개인비리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펼치며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위법 불법적인 일이라면 사법부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를 놓고 갖가지 논리를 내세우면서 상대방을 헐뜯는데 열을 올렸다.

코로나19가 창궐해 국가 경제가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했음에도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기 진영의 이해타산으로 이를 외면하거나 부풀려 이속을 챙기기에 바빴다. 이런 와중에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삶은 무너졌고, 국가와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고 이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서로 네 탓 공방만 주고 받았다.

그런데도 일 만 할 줄 아는 일반 국민과 기업들만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다. 특히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만들고 수출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나라 경제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출입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길을 뚫고자 동분서주했고, 온라인 등을 이용한 갖가지 아이디어로 되레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IMF사태, 외환위기 등 숱한 고난으로 단련된 기업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6월 1일 지방 선거를 끝으로 대형 정치이벤트가 모두 막을 내렸다. 앞으로 약 2년 동안은 이렇다 할 큰 선거는 없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고,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 민심도 윤 정부 연착륙이라고 볼 수 있다. 출범 한 달 동안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 부정적 여론도 상당했지만 윤 정부 안착은 곧 국가경제의 사활과 직결되어 있기에 당연히 이번 지방선거 민심은 국정안정론에 힘을 싣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기름 값이 급등하고 팬데믹 시기에 풀어놓은 유동성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민간연구기관의 진단도 나왔다. 실제 지난 10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는 5.4%로 근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4%대로, 경제성장률은 2%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또 총대를 메고 나라경제 구하기에 나섰다. 윤 정부의 민간주도 성장에 기조에 적극 화답한다는 명분이기도 하지만 벌써 10여개 기업이 10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자장면값 몇 백원 올라도 화들짝 놀라며 불안해하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해외투자자에게도 우리 경제, 기업들의 펀더멘탈은 끄떡없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기업들은 고민이 깊은 듯 하다. 기업마다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올해와 중장기 계획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입에서 "목숨 걸고 한다"라는 말까지 튀어 나왔다. 그는 최근 향후 5년 동안 ‘45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신중한 스타일의 이 부회장 입에서 나오기 어려운 이례적이고도 거친 표현이었다.

의외의 발언이었지만 재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깊게 공감한다고 말한다. "수 백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져 기업의 미래가 좌지우지 되는 상황에서 고독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업인의 복잡한 심경을 이 보다 더 어떻게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윤 대통령과 정부로 넘어왔다. 눈치 보지 말고 기업인들을 사면해 그들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에 나서게 하고, 규제혁파·노동시장 개혁에 ‘목숨 걸고’ 나서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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