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선 나무이엔알 대표가 3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앞으로 글로벌 탄소국경조정세가 도입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2050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국내 탄소배출권 현물시장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시장을 활성화 해야 합니다."
김태선 나무이엔알(NAMU EnR) 대표는 1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2050탄소중립 달성을 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했다.
김태선 대표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15년 간 연구해온 이 분야의 대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삼성투신운용·제일선물·현대선물 등을 거친 ‘증권맨’ 출신이다. 당시 주식·채권·외환·원자재 시장을 대상으로 한 금융공학 및 투자전략 업무를 담당하던 중 지난 2007년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연구하면서부터 탄소배출권 시장에 관심이 생겼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 연구용역으로서 직·간접적으로 국내 배출권 거래제 설계에 참여했다. 그는 배출권 거래제 설계와 거래소 선정 등의 노고를 인정받아 환경부와 한국거래소로부터 공로상까지 수상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나무이앤알은 탄소배출권 시장·전력시장·화석연료시장·신재생에너지 시장 리서치 전문기관이다. 시장참여자가 에너지 관련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장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배출권이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정부가 해마다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은 정부에게 받은 할당량보다 넘치거나 남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권 형태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1기(2015∼2017년) △2기(2018∼2020년) △3기(2021∼2025년) 등 총 3개 계획기간으로 설계됐다.
김 대표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시작된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현황을 살펴보면 할당량 측면에서는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시장운영부분에 아쉬움이 많다"며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에 선물시장을 도입하기에 앞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EU-ETS)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시장정보의 비대칭성 개선 △시장안정화(MSR) 조치 개편 △유상할당 경매시장 개편 △계절성 해소를 위한 시장참여자 대폭 허용 △보유한도 완화 △탄소배출권 정산 시 보조금 폐지 △KOC 시장 활성화(REC 연계 강화) △유·무상 할당과 유연성 메커니즘 △탄소배출권 장내거래 의무화 △에너지·상품거래소 신설(전력시장·탄소·신재생·화석연료·원자재 등) 등 10가지를 국내 탄소배출권 제도의 개선점으로 꼽았다.
▲국내 탄소배출권 매매회전율 분석. 나무이엔알 |
김 대표는 우선 턱없이 낮은 매매회전율을 높이려면 탄소배출권 장내거래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매회전율은 거래량을 할당량으로 나눈 값이다. 즉 매매 회전율이 클수록 거래가 활성화 됐다고 볼 수 있다. 배출권 거래의 매매회전율을 살펴보면 1차 계획기간에는 3.29%, 2차 계획기간에는 6.54%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매매회전율이 20% 정도가 돼야 매매가 잘 이뤄지고 유동성이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매매회전율이 낮으면 선물시장이 들어와도 효과가 없다.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100개라면 이 중 최소 20개는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꼽았다. 김 대표는 "배출권 거래제란 시장-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제도인 만큼 시장 수급 및 정책, 제도 등 다양한 정보들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며 "시장정보에 대해 투명하고 즉각적으로 공개돼야 시장참가자들 모두가 공정한 경쟁매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제3자가 얻을 수 있는 시장 데이터는 거래량, 거래대금, 시가, 고자, 저가, 종가 수준 정도다.
김 대표는 "일부 할당 비중이 높은 업종과 업체, 일부 단체에 의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화돼 있다"며 "업종별 매매동향, 이월과 차입정보, 시장조성자 매매정보, 할당량 정보 등 수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돼야 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점도 서둘러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동성이 크다는 건 가격 등락의 범위가 커진다는 뜻으로 시장위험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김 대표 분석에 따르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연간 평균 변동성은 35.13%로 주식시장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해 6월 29일에는 배출권 가격의 등락 범위가 커지면서 무려 132.95%의 연간변동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주식시장의 경우 연간 평균변동성이 18∼19% 정도인 것에 비교하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변동성은 매우 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탄소배출권 연간 평균 변동성. 나무이엔알 |
참여율이 낮은 유상할당 경매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유상할당물량 거래가 오가는 경매시장 개장 여부는 환경부에서 정한다. 하지만 업체들의 경매 시장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2차 계획기간 내 유상할당 대상 업체수 126개 가운데 경매에 참여한 업체는 7개로 5.56%에 불과했다. 3차 계획기간도 지난달 말까지 경매 참여 상황을 살펴보면 대상업체수 192개사 가운데 참여사는 7개사로 3.65%에 그친다.
김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경매시장을 이원화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전환부문과 산업부문으로 분류해 경쟁시장을 개설하고 경매한도를 각각 설정하면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마다 2분기에만 배출권 거래가 집중되는 계절성도 문제다.
김 대표는 "기업들이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출하는 6월에 가까워지는 4~6월에만 배출권 거래가 집중되는 계절성 문제를 해소하려면 다양한 참여자들이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며 "연중 2분기 거래비중이 52.2%고 특히 6월에는 28.0%가 거래되는 등 거래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유동성을 키우려면 배출권 보유한도와 이월제한조치 등을 유상 물량과 무상 물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 시행령에는 100개 배출권을 할당 받을 경우 70개를 보유해야 하고 최소 30~50개를 팔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유상으로 산 배출권을 더 많이 팔 수 있게끔 유·무상에 따른 보유한도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이월제한조치의 경우에도 무상으로 받은 물량에만 조치를 두고 유상으로 얻은 배출권에는 여유를 주는 등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탄소배출권 수급분석. 나무이엔알 |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에너지 포트폴리오 등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마련되는 새로운 시스템과 배출권 시장의 연계 필요성도 제안했다.
지난해부터 한국형 RE100 시장이 개설됐다. RE100 이행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으로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를 꼽을 수 있다. RE100 켐페인에 참여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도 인정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최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RE100 켐페인에 참여하는 업체수가 급증하는 만큼 탄소배출권과 공급인증서 시장의 등가관계 및 교환비율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탄소배출권시장은 에너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에너지 및 원자재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3의 에너지·상품거래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력시장, 석탄시장, 가스시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탄소배출권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태선 대표 주요 프로필
◇약력 △인천 출생(56세)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ㆍ박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출제위원 △ICE Emissions Market & Trading 강의 △KAIST 경영대학원 녹색금융 강의 △삼성투신운용 인덱스펀드 △제일선물 투자공학 △현대선물 금융공학 △글로벌탄소배출권연구소 소장 △나무이엔알(NAMU EnR) 대표이사/탄소시장연구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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