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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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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에 원전 분야도 ‘탈러시아’..."신중히 진행돼야" 지적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24 12:24
독일원전

▲원전(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등 서방이 원자력발전 측면에서도 러시아로부터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러시아가 글로벌 원전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서방이 섣불리 ‘탈러시아’에 나섰다간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콜롬비아대 세계에너지연구소(CGEP)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은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며 "러시아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원전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임박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이달 초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어떤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러시아에 돈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도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체코,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원전 분야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이달 초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과 맺은 사업 계약을 종료했다. 체코 역시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던 원전 연료를 2024년부터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세계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서방이 제재 등에 나서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실제로 CGEP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에서 가동중인 439기의 원전 중 38기는 러시아에서 가동 중이고 러시아 원자로 기술로 만들어진 원전, 건설 중인 원전은 각각 42기, 15기로 집계됐다. 즉 전 세계에서 22% 가량이 러시아산 원전인 셈이다.

이에 국가가 앞으로 원전 건설이 예정된 경우 러시아 대신 미국, 프랑스,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공급을 받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보고서가 전했다. 보고서는 이어 러시아산 원전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유지보수 등을 위해 러시아와 접촉하는 대신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료 분야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보고서는 "미국과 우방국들이 집중해야 할 부분이 이곳이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우라늄의 약 6%를 채굴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이 우라늄 채굴량을 늘리면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채굴된 우라늄이 원전에 연료로 직접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원전 연료로 사용되기 위해선 우라늄 농축이 이뤄져야 하는데 러시아가 이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우라늄 변환 시설의 40%를, 2018년 기준 우라늄 농축능력의 46%를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러시아 이외에도 우라늄 변환 및 농축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이 있지만 러시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원전에 사용될 연료 확보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세대 원전에 사용되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를 상업적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 저자들은 미국 등 서방이 원전 공급망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 에너지부 차관으로 지냈던 폴 다바르, 매튜 보웬 CGEP 연구원은 "원전 연료 공급망과 관련해 서방이 러시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선 채굴, 변환 및 농축 시설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며 "다만 시설을 확충하는데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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