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 여파로 최근 이틀간 10% 가까이 급락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이슈가 맞물린 탓이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지주사 대비 은행 비중이 높아 금리인상기 집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주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4.7% 내린 1만4200원에 마감했다.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이날 신한지주(-3.2%), KB금융(-2.24%), 하나금융지주(-1.95%) 주가도 약세를 보였지만,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유독 낙폭이 컸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이달 17일 1만5700원에서 이날까지 9.55% 급락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전날 주식시장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세일)로 우리금융지주 지분 2.33%(1700만주)를 매각한 가운데 국내 증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우리금융 주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금융지주가 1분기 순이익 884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직후 여러 악재들이 한 번에 터진 셈이다. 특히 예보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전량을 매각하지 않은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이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올해까지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전량 매각해 완전 민영화를 이룬다고 공언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예보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1.29%도 연내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예보 블록딜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MSCI는 당초 이달 말 MSCI 한국지수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유동비율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는데, 예보 블록딜을 계기로 이러한 결정을 철회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13일 MSCI의 정기변경 발표 이후 유입된 자금 이탈은 블록딜로 조정된 우리금융지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MSCI 유동비율 상향조정 철회로 1277억원의 자금유입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간 우리금융지주 주가 추이. |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변함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 기준 은행 비중이 81%로, 하나금융지주(65.4%), 신한금융지주(59%)보다 높다. KB금융지주의 경우 1분기 수수료이익 가운데 비은행 비중이 67.4%로 은행 비중(32.6%)을 상회했다. 올해 연간 기준 우리금융지주 순이익 증가 폭이 타사 대비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증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우리은행 횡령 사고, 예보 블록딜 등 각종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출렁였다"며 "그러나 올해 내내 시장의 화두는 기준금리 인상이고,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을 비롯한 은행주는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해외 IR(투자설명회)를 실시한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추가로 상승할지도 관심이다. 손 회장은 지난 1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의 재무적 성과와 함께 ESG, 디지털 등 비재무적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 지분 매각은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악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호재"라며 "최근 국내 증시 흐름이 좋지 않은 만큼 우리금융지주 주가 하락 역시 일시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