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월 20만원의 월세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지원자격이 너무 엄격해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장원석 기자]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20대 A씨는 서울 원룸에 거주하고 있다. 월세 60만원과 공과금 식대 용돈을 쓰면 월급은 거의 남는게 없는 상황. 정부가 20만원의 월세를 지원해 준다기에 반가워 동사무소를 찾았지만 소득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거절당했다. A씨는 "일을 하지 말라는 소리냐"며 직원에게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올해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월세사는 청년들에게 20만원의 특별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득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지원을 받기가 까다롭고, 더욱 중요한 것은 1년 한시적으로 월세 20만원 지원을 받아봤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에게 큰 희망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탁상 행정이 아니라 진정성있게 청년의 아픔을 헤아리는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 정부, 소득 중위 60% 이하 청년에게 20만원 월세 지원
27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주재했다. 이번에 32개 중앙행정기관이 합동수립한 2022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은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5개 분야 376개 과제 총예산은 24조6000억원이다. 작년에 비해 과제 수는 68개, 예산 규모는 8000억원 증가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을 신설해 14만명에 일인당 연최대 960만원을 지원한다. 또 월 20만원의 월세 특별지원과 1만5000명 대상 3개월 간 마음건강 바우처 사업도 신규 실시한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될 ‘청년 한시 특별 월세지원사업’이다. 가구소득 중위 100% 이하면서 본인 소득이 중위 60%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에게 월 최대 20만원까지 실비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무주택 청년 약 15만2000명 정도가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월세 지원은 12개월간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정부는 청년들이 당면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궁극적인 주거 안정성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월세 대출 소득기준을 연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해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 전문가 "푼돈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와 전세자금대출이 더 효과적"
정부의 생각대로 집값 폭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푼돈이라도 월세 지원이 반가울 수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현실에 비해 너무 엄격하고 또 지원 기간이나 금액도 적어 ‘선거용’ 또는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소득은 320만원, 중위소득은 242만원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중위소득 60%는 월 소득 150만원 이하다. 월세 지원을 받으려면 150만원 이하 소득이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은 만약 풀타임으로 일한다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다수 20대 청년이 월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주 5일, 8시간 근무하면 한 달 소득이 191만원이 넘어 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월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시장의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가속돼 청년들이 실제로 느끼는 월세 부담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왕 월세 지원을 하려면 자격을 좀 더 폭 넓게하고 지원액도 더 많이 지원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양질의 일자리와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전세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이 근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일갈한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공급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높아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 세입자들의 고충도 커질 수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나 전세자금대출 문을 열어주는 것 만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