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가(사진=신화/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4회 이상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장이 예측했던 수준보다 더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CNBC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23일(현지시간) 투자노트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물가 급등을 부추기고 있어 연준이 더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메리클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3월과 6월, 9월 12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때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회의 때마다 긴축조치를 취하려할 리스크가 있다"고 전망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수요공급 불균형이 지속되는데 이어 근로자들의 임금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클은 "그 결과 양적긴축이 5월에 발표되고 올해 4회 넘는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어 만약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경우 기준금리를 50 bp(베이시스포인트) 인상하는 것보다 모든 회의마다 25bp씩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의 이 같은 전망은 연준이 올해 첫 FOMC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제기됐다. 연준이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FOMC 회의는 이달 1월 25~26일을 시작으로 총 8회 열린다. 즉, 경우에 따라 금리 인상이 여덟 번 단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도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에 무게를 두는 부위기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시장 트레이더들은 95%의 확률로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4회 금리인상 예상 비율도 85% 이상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회 금리인상 확률은 60% 가까이 높아졌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증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증시는 그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로금리’ 환경에서 승승장구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연준의 긴축전환 예고로 휘청대기 시작했다. 실제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들어 12% 넘게 빠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역시 연간 하락률이 각각 8.31%, 6.34%에 달한다.
▲골드만삭스(사진=로이터/연합) |
이런 와중에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등 일부 투자은행들은 신흥시장 주식에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신흥국들은 작년부터 일찌감치 금리인상에 나섰기 때문에 올해 긴축조치를 추가로 취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투자은행들은 지난 4년 동안 미국 주식보다 수익률이 안 좋았던 신흥국 주식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10년만에 가장 매력적인 수준인 것으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한달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3.6%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8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지난 20일에도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코로나19 직전 수준인 1.25%까지 올렸고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헝가리 등도 지난달 금리를 잇따라 올렸다.
이와 관련해 BNP 파리바의 다니엘 모리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작년 11월부터 EM(신흥시장) 주식을 두고 ‘비중확대’로 나섰다"며 "연준은 시장이 예상해왔던 수준보다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작년부터 긴축에 나섰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정책 방향을 경기부양 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신흥국 경제가 올해는 더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 같다"며 "신흥국과 선진국 간 성장률 격차는 20년만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지만 올해는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신흥국 주식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우호적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 지수에 대한 실적대비 밸류에이션은 S&P 500에 비해 4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한국에 이어 필리핀, 대만이 이번 주 4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다"며 이러한 수치를 통해 아시아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얼마나 잘 회복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