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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면세한도, 올릴 때 됐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12 16:53

산업부 유예닮 기자

유예닮
한국의 면세점 산업은 점유율 부문에서 세계 1위다. 그런 면세점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출입국자가 감소하면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세계 1위라고 자부하던 조선업도 지난달 중국에 수주 1위를 내준 판에 이제는 면세점에서도 1위 자리를 뺏기게 생겼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면세점이 주춤한 가운데 중국이 부상하는 이유로 600달러(약 66만원)에 불과하는 한국의 낮은 ‘면세한도’를 지목한다.

2019년 21조원 규모였던 한국의 면세점 산업이 지난해에는 10조 원대로 떨어지며 반 토막 났다. 이에 정부는 재고 면세품 판매와 무착륙비행과 같이 이전에 없던 제도들을 만들어 활로를 열어줬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먼저 재고 면세품 판매 허용의 경우 시장의 파이가 업체당 수십억원 규모로 크지 않다.

또한 무착륙비행은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와 같은 업계 활성화에 기여하겠지만 비행편과 면세 한도가 적어 현금 흐름을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는 현금 흐름을 가져올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면세점 산업이 반 토막 나는 동안 중국은 급부상했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 섬의 출섬면세한도를 기존 3만 위안(약 500만 원)에서 10만 위안(약 1700만 원)으로 늘리면서다.

출섬면세한도는 섬을 벗어나기만 하면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를 방문했는데 1700만 원 규모의 면세 한도를 부여받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하이난 섬 출섬면세한도 상향 조정에 힘입어 2019년 세계 4위였던 중국의 CDFG(China Duty Free Group)는 기존 1위 업체인 듀프리의 자리를 차지하며 세계 1위로 도약했고, 하이난 섬의 지난해 면세 매출은 320억 위안(약 5조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개선이 면세점 업계 활성화로 다가온 것이다.

중국 업체의 부상을 한국 업체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면세한도는 수년째 600달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면세 한도 증액이 어려운 이유로 국내 유통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특수한 상황이라 내국인들이 주요 고객으로 부상한 것이지 면세점은 주로 외국인들을 상대하고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산업이다.

지금까지 외국 업체들과 경쟁해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세계 1위 산업으로 성장시킨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생명력이 꺼지기 직전인 지금이 정부가 면세한도를 올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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