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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사정권…산업계 노조 리스크에 ‘전전긍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11 16:03

삼성디스플레이 ‘삼성그룹 첫 파업’ 가능성 열어···임금 인상 요구



車·조선 등 또 노사갈등 조짐···르노삼성·한국지엠 등 ‘존폐기로’



현대차·LG 등 ‘사무직 노조’도 부담···분리 협상 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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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반도체 전쟁,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환경 관련 투자 부담, 끝날 줄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국내 산업계를 ‘비상 경영 체제’로 돌입하게 만든 대내외 악재들이다. 이에 따른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항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라는 파도까지 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본격적인 ‘하투(夏鬪)’ 시즌을 앞두고 노동계 목소리가 점차 커지며 사업장 곳곳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창사 이래 50년 넘게 노조 리스크가 없었던 삼성그룹도 ‘파업 사정권’에 들어와 긴장감이 감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쟁의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짙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9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 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이미 사측과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여전히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과 와해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끝낸다고 선언한 이후 지난해 2월 한국노총 산하로 출범했다. 현재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10%를 웃도는 2400여명.

자동차 업계는 해마다 찾아오는 노조 리스크에 이미 근본적인 경쟁력까지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녔지만 고임금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하며 7위권으로 밀려났다. 재계 서열 2위 현대차그룹은 노조 리스크 탓에 1995년(전주공장) 이후 국내에 생산시설을 만들지 않고 있다.

지속되는 판매 부진과 적자로 공장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노조의 파업으로 매년 수천억원 단위의 매출 손해를 보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져 누적 손실액이 5조원이 넘었지만, 노조는 매년 임금 인상과 수천만원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 못한 르노삼성 노사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펼치자 사측은 직장폐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가 작년 796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상황에 기본급 7만 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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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여만에 일감을 회복하고 있는 조선·해운 업계도 마음 놓고 웃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6일 4시간 부분파업을 펼쳤다. 이 회사 노사는 2019년과 작년 임단협 교섭을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합병을 앞두고 매각 반대 집회 등을 계획하며 사측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HMM 노조도 작년 말 창사 이래 첫 파업 직전까지 갔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선원들이 파업을 펼칠 경우 화물 인도가 안돼 국내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 출범 붐이 불고 있는 것도 산업계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미 LG전자는 새로 설립된 사무직 노조가 기존 노조의 9% 임금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리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 SK그룹 등도 사무직 노조 신설 또는 행동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사업주 또는 노조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전체적인 기업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한국이 그런 경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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