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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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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대의 몰락 빨라진다"...석유 수요 정점시기 2030→2026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22 13:45

전기차 보급 확대가 석유 수요 정점시기 앞당겨



리스타드 에너지, 골드만삭스 석유 정점시기 2026년으로 봐



전 세계 그린에너지 정책도 석유 소비 급감에 일조

CLIMATECHANGE-FOSSILFUELS/OFFSETS

▲원유 송유관(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곽수연 기자] 전기차 보급 확대와 각종 산업계의 가속화된 전기화로 인해 세계 석유 수요의 정점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석유 수요가 하루 1억 160만 배럴로 빠르면 2026년에 정점을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석유수요인 하루 1억 배럴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리스타드 에너지는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추진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작년에 석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할 시기를 2030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탈(脫) 석유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피크 수요를 2026년으로 앞당긴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중요한 에너지 자원인 석유가 피크를 찍고 쇠퇴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빨라진 석유 수요 정점시기에 대해선 전기차 대중화가 핵심 원인으로 꼽혔다.

현재 내연기관차가 세계 석유 수요의 48%를 차지하지만 리스타드 에너지는 전기차가 2025년에 전체 승용차 판매의 23%를 차지하고 2050년에는 전기차 보급률이 96%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2050년 사이에 전기차 보급률이 23%에서 96%로 상승하면서 석유 수요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전기 트럭 보급, 플라스틱 재활용, 선박용 대체연료 등도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 리스타드 석유 애널리스트 소피아 산테는 "2025~2035년 사이에 석유 수요가 구조적 쇠퇴와 대체효과를 크게 받을 것"이라며 "2050년에는 하루 석유 수요가 5100만 배럴로 더욱 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원유 수요가 정점인 1억 160만 배럴에서 50%가량 떨어진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도 머지 않은 석유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 보고서를 발표해 단기적으로 석유시장이 강세를 보이지만 전기차 보급으로 석유 수요가 2026년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은 또 전기차 판매 증가에 이어 미국과 유럽 중심의 배출규제, 재택근무 활성화에 따른 통근규모 감축 등이 석유수요에 악영향을 끼쳐 2025년부터 차량용 석유수요가 빈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도 지난해 "석유 수요가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평가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같은 맥락으로 "2030년쯤 석유 수요가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이 강화될 경우 석유수요의 정점시기가 한층 더 빠르게 앞당겨질 것이란 시각도 나왔다.

에너지 조사업체 우드 맥킨지는 지난 16일 "석유회사들이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전세계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기후위기대응을 강화하면 원유 수요가 2023년부터 급감하고, 국제유가가 2050년에 10달러로 폭락할 것이고 산유국들의 위상도 같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반면 석유시대가 갔다는 예측은 시기상조라며 친환경목표 달성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에너지 탐사회사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의 스콧 쉐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회담에서 "석유수요가 2035년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리스타드 에너지의 예상보다 더 늦은 10년 후에야 정점이 온다는 뜻이다.

석유회사 셰브론의 부회장 브루스 니에마이어 또한 "전 세계가 저탄소를 향해 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석유는 전세계 에너지의 강한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붕괴하는 과정에서도 석유는 필수 에너지원으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구는 큰 행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저탄소 추세에 맞쳐 에너지 시스템을 진화시키는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원유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투자은행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원유수요가 회복돼 올 3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1일(현지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25달러(1.9%) 떨어진 배럴당 65.32달러에 장을 마쳤다.

sooyeon070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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