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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따듯함+일찍 태어나는 해충…겨울 한파 이어 봄까지 이상기후 이어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12 17:22
역대급 따듯함+일찍 태어나는 해충…겨울 한파 이어 봄까지 이상기후 이어져

벚꽃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로망스 다리 일대를 찾은 시민이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올 겨울 동안 이어진 역대급 한파에 이어 봄에도 이상기후 징후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관측 이래 가장 따듯한 봄날씨를 기록했으며 벚꽃 개화시기도 99년만에 빨라졌다. 높아진 기온에 돌발해충 부화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자 생태계와 농작물 안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기상청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달이 역대 가장 따뜻한 3월로 기록되면서 개화 시기도 앞당겨질 뿐 아니라 각종 돌발해충들의 부화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8.9도로 1973년 기상 관측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평균 최고기온은 14.9도, 평균 최저기온은 3.4도로 이 역시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급 따듯함에 봄꽃도 빨리 피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왕벚나무 기준으로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지난달 24일로 나타났다. 개화시기가 이처럼 앞당겨진 건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99년만이다. 평년 기록이 4월 10일인 것에 비하면 무려 17일이나 빨라졌다.

특히 기온과 강수량이 민감한 벚꽃 만개시기가 해마다 빨라지는 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계절 길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겨울 이후 발육이 시작되는 해충 알의 성장도 빨라지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월동 해충 발육이 시작되는 지난 2월과 3월은 각각 2.4도, 2.6도 이상 기온이 오르면서 돌발해충 알의 생장 속도와 생존율이 높아지고 부화 시기가 앞당겨 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진청은 평소 5월 중하순 부화하는 갈색날개매미충과 꽃매미가 전남과 경남지역에서 최소 10∼12일 정도 일찍 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전북·충남·경북지역에서는 일주일 정도, 경기와 강원도에서는 약 10일 정도 부화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돌발해충 알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부화 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농민들의 피해만 늘어난다. 갈색날개매미충은 산수유·감·매실 등에, 미국선녀벌레는 단감·매실·콩·인삼 등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발해충들의 출현은 식량 위기 문제와도 이어진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아 봄꽃 개화시기가 빨라지거나 돌발 해충들의 이른 부화가 반복된다면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쳐 식량 안보에도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꽃을 먹고 사는 곤충들의 활동 시기가 짧아지면서 전체적인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곤충을 꽃으로 생명을 유지하면서 번식을 돕기 때문에 곤충의 활동 시기가 짧아지면 식물의 생태계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또 봄꽃 개화시기를 앞당긴 도시화(열섬효과)와 기후위기가 결국 생태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많은 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PEC기후센터 권원태 원장은 "올해 유독 따듯한 기온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미 해마다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걸 보면 기후위기 현상에 해당된다"며 "꽃들의 개화와 만개시기가 빨라지면 곤충 생태계도 무너지고, 돌발 해충들의 번식이 커지면 농작물에 피해를 줘 결국 식량 안보 위기까지 도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위기가 단순히 기온이 높아지는 것만 일컫는 게 아닌 이상기후 현상이 잦거나 변동성이 큰 경우도 포함되기 때문에 한가지 현상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가운데 놓여있는 상태는 맞지만 내년에도 따듯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기후위기란 계속 기온이 높아지는 것 뿐 아니라 변동성이 큰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내년에도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거나 개화시기가 빨라지는 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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