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성철환

cwsung@ekn.kr

성철환기자 기사모음




[EE칼럼] 탄소중립, 에너지 수요 관리부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09 10:56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2021030901000390000016641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탄소중립이 화두다. 기후위기가 임계점에 다다르니 뭐라도 해야하는 급박함 때문이겠다. 그리고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 전략, 전력계통 인프라 혁신,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향상 등에서 보듯 여기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같이 따른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엄청난 도전이니 혁신 없이는 어렵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 탄소중립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방안은 대체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에너지 공급의 전기화, 수소 경제 활성화, 효율향상을 통한 에너지 수요감축,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 후 이용/저장(CCUS)을 꼽을 수 있다. 이중 국민과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은 효율향상을 통한 에너지 수요 감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기여도는 ‘에너지효율향상 44% > 재생에너지 36% >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6% ’순이다. 에너지효율향상이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감축 수단이라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산업·건물·수송·가전기기 분야에 에너지효율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유사한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19년)은 시스템 단위 차원의 관리와 시장 중심의 수요감축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는데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보급,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EERS) 의무화, 국민 수요반응(DR) 시장 확대, 에너지효율 학습 네트워크(LEEN) 구축 등이 해당된다.

특히 에너지공급자에게 전력 소비량 절감 의무를 부여하는 EERS(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s)는 2018년 한국전력공사를 시작으로 2019년부터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의무화를 법제화할 예정이다. 반면 미국은 1999년 EERS를 도입하여 2019년 기준 27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전기·도시가스 공급사들이 고효율 공조설비·조명 지원, 주택 개보수 지원, 에너지 평가 및 효율 개선 등의 자체 효율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면서 주로 가정과 상업 부문의 수요감축을 견인해왔다. 여기에 문자, 전화, 메신저 등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수요 감축을 지시하는 행동기반의 수요반응도 실시할 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소비 패턴을 변화시켜 감축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비용은 전기 요금 조정 또는 기금을 통해 보전을 받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제도적 기반 마련이 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고효율 기술(기기) 보급 확대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소비자 행동변화에 따라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리바운드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고연비 자동차로 교체 후 여가활동 증가로 운행거리가 확대되거나, 고효율 기기 도입 시 상대적으로 낮아진 비용으로 해당 상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이려면 적절한 에너지 가격 책정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변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에너지 효율개선을 통한 절감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EERS 운영 역시 비용 회수방안을 위해 적절한 요금제 등이 활용되어야 원래의 운영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영국 EDF Energy는 전력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와 IoT를 활용한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증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에코에게 ‘알렉사, 현재 우리 집 전력사용량 알려줘’ 라는 음성 명령을 통해 실시간 전력사용량 파악을 가능케 하거나 앱의 푸쉬 알림으로 전력사용량을 알려주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알면 절감행동으로 옮긴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적절한 전기사용 비용을 부담하려는 소비자의 인식, 공급을 지향하는 에너지 공급자의 변화, AI 등 기술을 통한 행동변화 수요관리 등 전 국민이 함께 혁신적인 에너지 수요관리를 시작하자. 탄소중립의 첫걸음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면 좋겠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