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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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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非과학적 백신논쟁 사라져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09 08:32

강은정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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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정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65세 이상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곧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요양병원 환자가 잇달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코로나 백신을 맞고 수백명이 사망했어도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없었다는 질병관리청장의 입장 표명이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최종 판단을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의학의 아버지가 히포크라테스라면 파라셀수스는 약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모든 약은 독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것은 100% 안전한 약은 없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서 오늘날에도 이 명제는 유효하며 백신도 예외일 수 없다.

백신이 시중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얻어야 한다. 판단의 근거는 임상시험 자료가 되는데 임상시험은 임상1상, 2상, 3상으로 까다롭게 구성돼 있다.

이 중 임상3상 시험은 수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지만 코로나의 경우와 같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약자, 임산부는 다수가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판이 허가된 후 기저질환자, 노약자 등에서 효과가 없거나 혹은 이전에 발견되지 못한 부작용이 뒤늦게 발견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가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에게 1분기에 접종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임상3상시험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 효과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질병관리청 등 정부 당국에서는 이미 백신을 보급한 영국, 독일, 미국 등으로부터 백신 효과성과 부작용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접하면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미한 후유증을 과장하거나 심지어 비과학적인 주장 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행태에 휘둘려 백신 접종을 기피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물론 백신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명백히 드러나고 그런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백신 접종은 중단해야 마땅하다. 사실 이 정도 결함이 있다면 원천적으로 정부의 시판 허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게 상식에 맞을게다.

중요한 것은 백신을 맞을거냐 아니냐의 판단에서 오로지 과학적 근거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터무니 없는 이야기에 현혹돼 막연한 불안에 휩싸이기 보다는 코로나 백신을 왜 맞아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이성적 자세가 필요하다.

백신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해 심리적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실제로 항체가 형성되어 감염이 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중증으로 증상이 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명의 확진 간호사를 통해 많은 기저질환을 가진 요양병원 환자들이 감염되고 또 일부는 사망에 이르는 일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백신뿐이다. 돌봄이나 의료서비스의 현장에서 완벽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백신은 더욱 절실하다.

백신을 맞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일상의 회복과 경제적 손실의 최소화를 위해서이다. 방역을 위해 필수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임금 손실이 저소득층일수록 크게 나타나 소득분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 또한 큰 사회적 문제이다. 코로나 백신은 이런 문제를 조기에 개선시킬 수 있는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다.

독이 없는 약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약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해 온 것은 질병관리청의 과학적 전문성을 믿고 국민이 방역에 적극 동참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백신이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에 의심을 갖기 앞서 안전성에 대한 명백한 과학적 근거에 눈을 돌려 백신 접종에 국민 모두 흔들림 없이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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