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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사모펀드'가 가른 시중은행장 운명...권광석-박성호에 쏠린 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08 08:13

권광석 우리은행장, 이례적 추가 1년 임기 부여

우리금융 실적 개선 의지 피력...올해 성과 주목



하나은행, 사모펀드 제재심 줄줄이

박성호 하나은행장, 고객보호-글로벌 성과창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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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석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박성호 하나은행 내정자.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은행을 끝으로 4대 금융지주가 주요 시중은행장의 거취를 모두 마무리지었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작년 하반기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가운데 하나금융은 이례적으로 지성규 행장 후임에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을 선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를 1년 연장하는데 그치면서 이같은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 권광석 우리은행장, ‘1년 임기’ 실적 개선 드라이브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까지 거취를 확정한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인물은 단연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다. 우리금융은 권광석 우리은행장에 대해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1년의 임기를 부여한데 이어 이번에도 임기를 1년 연장하는데 그쳤다. 통상 금융사 CEO의 경우 2+1년의 임기를 부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1+1년의 임기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권 행장은 취임 이후 어려운 대내외 금융환경 속에서도 조직 안정화, 디지털 경쟁력 강화, 영업 채널 혁신 등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이 권 행장에 추가로 2년이 아닌 1년의 임기를 부여한 것은 실적 부진 여파가 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3630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 순이익은 전년보다 30% 줄어든 1조3073억원이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지주사에 비해 증권 등 비은행부문 계열사를 갖추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실적의 가장 큰 핵심 축인 만큼 권 행장에 1년의 임기를 추가로 부여해 실적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권 행장은 취임 초기 1년간 조직 안정화 등에 주력했다면 앞으로 1년은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보다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CEO의 임기를 1년 단위로 연장할 경우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경영은 1년 단위가 아닌 각 사업별, 부문별로 중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만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행장이 앞으로 1년간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경우 추가적인 임기 연장도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모펀드 제재심 줄줄이...박성호 내정자 과제 ‘산적’

우리금융과 달리 하나금융은 이례적으로 행장을 교체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경우 이제 막 2년의 임기가 만료된 만큼 추가로 1년 더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 사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는 조직 안정, 소비자 보호는 물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손발을 맞춰 글로벌, 디지털 부문 역량 강화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사태 뿐만 아니라 독일헤리티지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라임펀드 등 각종 제재심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에 각종 대내외적인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하는 것도 박 내정자의 중요한 과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되고, 앞으로 여러 제재심이 남아있는 만큼 (박 내정자는) 투자자 신뢰 회복,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강화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 부문에서 하나은행만의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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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 진옥동 신한은행장·허인 KB국민은행장, 연임 성공 배경은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와 달리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하반기 연임에 성공했다. 진 행장은 은행권 최초로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영업전략 수립 권한을 현장에 위임하는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해 고객과 은행이 균형있게 동반 성장하는 영업문화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장 직속 디지털혁신단을 설립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하고,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신한 쏠(SOL)의 현지화 버전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글로벌 부문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진 행장은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해 2년의 추가 임기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3연임을 확정한 허 행장은 취임 이후 KB국민은행의 건전성 및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외국계 은행 최초로 미얀마 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의 거취를) 결정할 때는 순이익은 물론 위기 관리 능력 등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며 "조직마다 임기 정하는 방식이나 기준들이 다 다른 만큼 인사에 대해서는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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