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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상고 포기···삼성 ‘투자시계’ 느려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5 16:03

총수 부재에 ‘반도체 초격차’ 위상 타격 우려···M&A도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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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재계에서 삼성의 ‘리더십 부재’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수준에서 결정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 시계는 당분간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이재용 최장 1년 6개월 수감···‘총수 부재’ 삼성 비상경영 돌입


25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실형 판결을 수용해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도 이날 재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2년 6개월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이미 복역한 1년을 뺀 나머지 1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사면이나 가석방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내년 7월까지 ‘총수 부재’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이후 혼란에 빠졌던 삼성은 일단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2017년 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후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해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일상적인 업무는 사장이 결정하겠지만,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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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다만 재계에서는 최장 1년 6개월간 이어질 총수 부재 기간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투자 시계’가 상당 기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치며 우려하고 있다.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현안들이 쌓여 있는데 제한된 보고와 정보만으로 진행되는 ‘옥중 경영’은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30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 P3라인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착공과 투자 규모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미뤄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 여부도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인텔은 최근 일부 반도체에 대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외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는 시기와 맞물린 탓에 투자와 관련해 눈치만 보고 있기는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자국산업 보호 및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미국 진출 기업에 대해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새 먹거리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강력한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 측은 "국내외 투자와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9조 3000억원을 쏟아 하만을 인수한 이후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삼성의 경영 보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회사 업무 외에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 정리와 상속세 재원 마련도 옥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기한은 올 4월까지다.

파죽지세로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최근 국내외 경쟁 상대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 대만 TSMC, 한국 SK하이닉스 등이 역대급으로 ‘투자 빅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바이든 체제’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미국-중국간 무역갈등 같은 변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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