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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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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각] 실시간 경쟁 시대 맞은 '커머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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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3R랩스 대표

라이브커머스가 유통 경쟁의 새로운 축이 됐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서비스로 말 그대로 라이브로 물건을 파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고 있고,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누군가 상품을 판다는 측면에서 홈쇼핑의 모바일 버전처럼 보이지만 꽤나 다르다. 홈쇼핑은 홈쇼핑사에 고용된 혹은 프리랜서 쇼호스트들이 판매를 한다. 제조사 대표나 관계자가 출연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고 실제 판매를 하는 사람은 쇼호스트다.

이에 반해 라이브커머스는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판매를 위한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 누구나 SNS에 글을 쓰고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라이브커머스는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 홈쇼핑은 채널에서 같은 시간에 하나의 방송밖에 할 수 없지만 라이브커머스는 플랫폼 내에서 수많은 실시간 판매가 이루어진다. 유튜브에 수많은 영상과 실시간 방송이 진행되는 것처럼.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실시간, 그리고 쌍방향 소통이다.

라이브커머스는 방송을 진행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청바지 판매 방송인데 판매자가 착용한 액세서리를 물어보고, 일상적인 대화도 이뤄진다. 방송할 때 마다 찾아오는 고정 시청자가 생기고 점점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런 라이브커머스를 먼저 시작한 건 역시 온라인 기반의 티몬이었고, 두각을 나타낸 것은 그립이라는 라이브커머스 전문 스타트업이다. 최근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형 포탈 사업자다. 과거와 다르게 새로운 유통 채널이 생겨났는데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도 아니고, 온라인 쇼핑 플랫폼도 아닌 포탈 사업자가 가장 큰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라이브커머스가 유통산업 구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누구나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제조사나 브랜드에서 직접 판매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제조사는 일반적으로 유통업체에 납품을 하거나 입점을 통해 매출을 올렸는데 이제는 굳이 유통사를 통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당연히 직접 만든 상품이니 누구보다 잘 알 것이고 내가 만든 상품이자 유통사에 들어가는 중간 수수료가 없으니 더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각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 내면 장기적으로 직접 판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고 점차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진다. 결국 점차로 유통사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다른 실시간 영역은 바로 배송이다.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른 배송속도를 자랑한다. 오늘 주문하면 도서 산간을 제외한 전국에 다음날 배송된다. 그것도 모자라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통해 반나절 정도면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더 빠른 배송 정도가 아니라 즉시배송 경쟁이 시작되었다.

음식배달 속도 수준으로 일반 상품을 주문 즉시 배달하는 퀵커머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생겼다. 퀵커머스는 그보다도 훨씬 빠른 실시간 배송을 제공한다. 최대 1시간, 평균 30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곧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구매한 상품을 실시간 방송이 진행중인 시간내에 받아서 바로 후기를 이야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과거에도 몇 차례 이벤트성 시도는 있었지만 현재의 흐름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과거의 상품 구매와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되는 것이다.

커머스 경쟁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될 때는 사이즈, 즉 규모가 중요했다.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싸게 그리고 가까운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이커머스에서는 고객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사이트, 앱 구조와 다양한 상품,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품 설명 그리고 편리한 배송이 경쟁의 주요 항목이었다. 물론 여전히 규모가 중요하긴 했지만 신생업체가 시장을 리드할 만큼 좋은 서비스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제 실시간으로 경쟁하는 라이브커머스는 과거 대규모, 획일적인 부분에서 벗어나서 소규모 사업자, 판매자들이 본인의 강점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본다. 판매를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접근성과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졌다. 한정된 오프라인 공간에 진열대를 얻거나 행사, 메인 노출을 중심으로 싸워야 했던 온라인 경쟁이 아닌 실시간으로 나의 고객을 응대하는 경쟁인 만큼 각자의 경쟁력에 따라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유통 산업이 단기간에 흐름이 바뀌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전체 시장의 선두 경쟁과 별개로 소규모 판매자와 업체들의 다양한 실시간 서비스가 기대되는 202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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