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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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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글로벌 정유산업…중국 뜨고 미국 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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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정유시설(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 정유산업에도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경제회복에 힘입어 정유시설을 확충하고 있고 인도 역시 5년 이내 정제생산능력을 두배로 늘릴 계획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문을 닫고 있는 정유시설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하루 140만 배럴 규모의 새로운 정제시설이 건설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지난달 독립 정유사들의 중심지인 산둥성에 208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정유·석유화학단지 건설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 단지는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하고 연간 30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선 4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정제시설이 우선 2025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되는 아랍초경질유(Arab Extra Light)와 쿠웨이트산 원유를 수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디젤과 휘발유 소비를 따라잡기 위해 정제능력을 세 배 가까이 늘렸다.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경제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정제능력은 올해말 하루 1750만 배럴에서 2025년 2000만 배럴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다른 원유수입 강국으로 꼽히는 인도에서도 원유 정제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앞으로 5년간 현재 정제능력을 두배로 늘릴 것"이라고 최근 천명했다.

이는 또한 인도의 정제능력을 향후 10년 내 하루 4억 5000만 톤에서 5억 톤으로 늘리겠다는 모디 총리의 지난 6월 공언과 비교했을 때 목표달성 시점을 앞당긴 것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의 정제능력은 하루 500만 배럴(2억 5000만 톤)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은 울상이다. 미국의 정제능력이 작년 기준 하루 1900만배럴로 세계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너지업체 로열더치셸은 이달 초 미국 루이지애나에 있는 정유공장의 문을 닫았다. 주목할 점은 해당 시설은 지금까지도 원유를 원료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데 로열더치셸측은 정제능력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들어 전 세계에서 하루 17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정유시설들이 문을 닫았고 이중 절반은 미국에서 일어났다.

유럽도 상황이 비슷하다. IHS마킷의 헤디 그라티 유럽 정유시장 리서치 책임은 "현재 유럽에 위치한 정유시설의 3분의 2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연료생산에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의 정제능력은 앞으로 5년 이내 하루 170만 배럴어치 축소되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처럼 글로벌 정유업계의 판도가 뒤바뀌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플라스틱과 연료에 대한 수요가 더 빠르게 아시아 지역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위기는 세계 정유 산업의 지각변동을 재촉했다"며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유행 이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플라스틱과 연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어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과 유럽 정유사들은 지금도 경제위기와 씨름하고 있고 화석연료에서 탈피하고 있어 수요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어둡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아시아 국가에서의 수요가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정유업 시장의 주도권이 북미와 유럽에서 아시아와 중동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맥킨지는 2019~2027년 원유 정제 능력 절반 이상이 아시아로 향할 것이며, 이중 70~80%는 플라스틱 관련 제품에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추세로 인해 중국의 정제능력이 앞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팩트글로벌에너지의 스티브 소이어 컨설턴트는 "중국의 정제능력은 앞으로 몇 년 동안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이나 그 다음해에 중국의 정제능력이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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