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구입비 200억 유증…‘쉘’로서의 가치↑[하이퍼코퍼레이션: 이상석과 무리들-④]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2년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잇단 인수합병(M&A)과 관계사 자금거래를 거쳤고,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됐다. 본지는 이 과정에서 이상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과 회사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졌는지, 일련의 거래와 함께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제품 매입을 위해 200억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달 목적 자체보다 유상증자 이후 회사 자금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이후 약 3개월 동안 정정신고서가 다시 제출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쉽게 해소하기 어려운 '크리티컬(치명적인)'한 사안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이번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약 20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는 조달 자금 전액을 제품 매입을 위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로지텍 제품과 주방가전 등 커머스 사업에서 판매할 상품을 확보하는 데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밝힌 자금 사용 목적만 놓고 보면 본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유통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제품을 먼저 매입한 뒤 이를 판매해 현금을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상품 매입을 위한 운전자금 수요 자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하이퍼코퍼레이션의 과거 자금 운용 이력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신고서에 기재된 목적대로 사용되는지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 이후 회수되는 현금과 기존 보유자금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 자금이 향후 인수합병(M&A)이나 관계회사 자금지원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기업 자금의 대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유상증자로 제품 매입비용을 충당하는 만큼, 기존 보유자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또 유상증자로 현금 여력이 커질 경우 회사의 '껍데기(쉘)'로서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다른 기업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 이후 경영권이 변경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금감원의 심사 과정에서 향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 이에 따른 대주주·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의구심을 가지는 배경에는 최근 최대주주 변경 전후 하이퍼코퍼레이션이 보여준 행보가 자리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전 최대주주인 에프에스엔(FSN)은 2024년 하이퍼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하이퍼코퍼레이션은 FSN으로부터 메이크어스와 이모션글로벌, 핑거랩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M&A에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인수 이후에는 이들 관계회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거래까지 이어졌다. 상당 규모의 대여금은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전액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이들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콘텐츠 제작 등을 주력으로 해 유통이 본업인 하이퍼코퍼레이션과 사업영역에도 차이가 있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이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했지만, 거액을 투입한 M&A가 기존 사업과 뚜렷한 시너지를 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일부 투자자산은 이후 처분되기도 했다. 본지 참조. 올해 또 한 차례 최대주주가 바뀌었는데, FSN과 완전히 단절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올해 2월 FSN에서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로 변경됐다. JK신기술투자조합은 약 1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39.09%를 확보했다. 그러나 FSN과 JK신기술투자조합,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인수한 관계회사 주변에서는 이상석 대표를 비롯해 서정교·최복규·이정찬 등 같은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본지 참조. 이들은 10여년전부터 FSN과 자회사 레코벨을 비롯해 하이퍼코퍼레이션이 FSN으로부터 인수한 핑거랩스와 이모션글로벌 등의 경영진을 오가며 활동했다. FSN이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에는 일부가 하이퍼코퍼레이션 경영진으로도 합류했다. 현재 최대주주인 JK신기술투자조합과의 접점도 확인된다. JK신기술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인 엑스큐어에서는 이상석 대표와 최복규 이사가 과거 사내이사로 재직했고, 두 사람은 현재 JK신기술투자조합 측 특수관계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추진됐다 무산된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는 제16회차 CB 투자자인 버덴트아우룸1호의 최대출자자 케이트레저리인베스트먼트 대표조합원으로 이정찬이 등장했다. 종합하면 FSN에서 JK신기술투자조합으로 최대주주가 교체되고 중간에 다른 투자자들을 통한 경영권 변경까지 추진됐는데, 이 과정들에서 이상석·서정교·최복규·이정찬 등 기존 인적 네트워크가 관계회사와 투자구조를 달리하며 이어진 셈이다. 이번 유상증자 이후 자금 운용을 과거 경영과 완전히 분리해 바라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측은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기존 인적 네트워크가 이어졌다는 점만으로 경영권 변경이 형식적이었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상석 대표는 조합의 결성이나 투자자금 조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며, 조합의 투자 의사결정 역시 규약과 업무집행조합원 등 적법한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기존 경영진이 유임된 것은 경영권 변경이 형식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사업 연속성과 기존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한 경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 변경이 반드시 기존 경영진 전원의 교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며 “새로운 최대주주 역시 기존 사업과 경영진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회사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상증자가 금융감독원 심사 단계에서 장기간 멈춰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28일 하이퍼코퍼레이션에 증권신고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후 약 3개월이 지났지만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아직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4일 유상증자 일정만 연기하는 공시만 냈을 뿐이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심사할 때 재무수치와 자금 사용처뿐 아니라 최대주주 변경 이력과 지배구조 변화 등도 폭넓게 살펴본다. 특히 단기간 최대주주가 반복적으로 변경됐거나 본업과 동떨어진 신규 사업을 추진한 경우, 무자본 M&A 가능성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자금조달 배경과 지배구조 등에 대해 보다 충실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나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투자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충실하게 내용을 기재했는지, 그 근거가 타당한지 등을 중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금감원의 정정신고 요구 이후 약 3개월 가까이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정정 요구를 받으면 회사와 주관사가 지적사항을 보완해 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고, 추가 지적이 있으면 재차 정정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이어간다. 유상증자는 일정이 정해져 있어 회사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보완할 유인이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문구나 수치 보완이라면 정정신고서를 다시 내고 추가 요구가 나오면 또 보완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맞춰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3개월 가까이 정정신고서를 한 차례도 다시 제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회사가 쉽게 설명하거나 해소하기 어려운 '크리티컬한' 부분을 아직 보완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상증자는 효력이 발생해야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회사와 주관사도 통상 최대한 빨리 정정에 나선다"며 “그런 상황에서 석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는 기간 자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인해 현금이 풍부해져 아이러니하게도 하이퍼의 쉘로서 가치가 올라간다"면서 “과거에도 주주배정 유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권 변경이 있었던 타기업 사례를 고려해볼 때 금감원은 유증 효력 검토 시, 갑작스런 지배구조 변화와 같은 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이해상충을 초래하는 회사행위(Corporate Action)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측은 이번 유상증자 자금이 과거와 같은 M&A나 관계회사 지원에 사용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신규 M&A나 관계회사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전제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향후 투자나 M&A를 검토하더라도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을 우선적으로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증권신고서 등에 기재한 사용목적에 따라 커머스 사업의 제품 매입 등 회사의 핵심 영업활동을 위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현재 과거와 같은 M&A나 관계회사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을 전제로 이번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투자나 M&A가 검토될 경우에도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기존 핵심사업과의 전략적 연관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이사회 및 공시 절차를 준수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신규 외형 확장보다 재무구조 정상화와 핵심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가장 중요한 경영목표로 두고 있으며, 실제로 3분기 흑자전환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장사 잘됐는데 회사는 망가져…무리한 M&A·방만경영이 남긴 상흔 [하이퍼코퍼레이션: 이상석과 무리들-➂]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2년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잇단 인수합병(M&A)과 관계사 자금거래를 거쳤고,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됐다. 본지는 이 과정에서 이상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과 회사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졌는지, 일련의 거래와 함께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잇따른 최대주주 손바뀜 이후 외형 성장과 재무상태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총이익은 꾸준히 늘었다. 매출원가 상승에도 매출액 증가가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반면 재무건전성을 대표하는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급격히 치솟았다. 최대주주가 에프에스엔(FSN)으로 바뀐 2024년을 전후해 수백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잇따랐고, 인수 회사에는 별도의 자금 대여까지 이어졌다. 본업은 성장했음에도 M&A와 특수관계자 자금거래가 회사의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구조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FSN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2024년과 맞물린다. 2023년 말 51.21%였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245.36%로 급증했고 지난해 말에는 369.80%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226.25%까지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3년 22.25%에서 지난 1분기 53.04%로 상승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의 재무안정성과 차입 부담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200%,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같은 기간 본업의 외형은 오히려 좋아졌다. 매출은 2023년 429억원에서 2024년 577억원, 지난해 76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도 꾸준히 늘었는데, 특히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135%에 달했다. 실제 지난해 매출총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 51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영업손실은 오히려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2023년 19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늘었다. 판매관리비가 89억원에서 16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FSN이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가 된 2024년 4월, 하이퍼코퍼레이션은 M&A에 거액을 쏟아 부었다. 문제는 M&A 대상 기업이 FSN의 비상장 계열사이거나, 계열사가 투자한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퍼코퍼레이션은 메이크어스 지분 인수에 약 79억원, 이모션글로벌에 약 59억원, 핑거랩스에 약 166억원을 투입했다. FSN과 연관된 기업 인수에만 3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FSN이 하이퍼코퍼레이션을 통해 부실 계열사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하이퍼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그 피해를 일반 주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인수 당시 이들 회사의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핑거랩스는 2024년 142억원, 2025년 21억원의 당기손실을 냈다. 이모션글로벌은 2024년 취득후 지난해까지 누적 당기순손익 16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억7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메이크어스의 경우에는 결국 지난해 8월 보유 지분 전량을 28억원에 처분하며 관계를 정리했다. 당초 지분 취득에 약 79억원을 투입했던 점을 고려하면 처분가는 취득가보다 약 51억원 낮은 수준이다. 투자금의 약 3분의 1만 회수한 셈이다. 회사도 M&A가 재무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점을 인정했다. 기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했으나, 일부 투자와 사업이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재무적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상석 대표는 본지에 “대표이사로서 이러한 결과에 대한 경영적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지난해부터 비핵심·저수익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부채 상환과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의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인수 대상 기업과 하이퍼코퍼레이션 사이에 충분한 사업적 연관성이 있고, M&A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면 달리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당시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주력 사업과 인수 기업들의 사업영역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하이퍼코퍼레이션은 FSN 측이 경영권을 확보한 시점에 맞춰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소프트웨어 자문 및 유지보수, 컴퓨터 프로그래밍, 인터넷 콘텐츠 공급 등 사업목적을 대거 추가했다. 이후 인수한 세 회사의 사업영역은 새로 추가된 사업목적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다만 정관상 사업목적을 추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력 사업이 유통인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이들 기업에 수백억원을 투입한 경제적 타당성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인수한 계열사가 당장 적자를 내더라도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다면 기술이나 인력, 영업망 등을 공유하면서 중장기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유통업을 영위한다. 인수한 기업들과 사업영역이 달라 기존 사업의 노하우를 축적하거나 경쟁력을 높이는 등의 간접적인 효과도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수백억원을 투입한 M&A가 실적뿐 아니라 본업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M&A에 따른 연결 대상 확대, 신규 사업 투자 및 인력·조직 운영비용, 일부 사업의 초기 비용과 구조조정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외형 성장의 효과가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며 “회사는 현재 외형 성장 자체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경영기조를 전환하였으며, 저수익·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커머스·페이먼트 등 실질적인 현금 창출능력이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액을 들여 지분을 인수한 뒤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2024년부터 올초까지 인수·관계회사에 수십억원 규모의 단기대여금을 제공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핑거랩스다. 올 1월 말 현재 핑거랩스에 대한 단기대여금은 64억원에 달했다. 최초로 빌려줬던 54억원의 경우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전액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는데, 이후 10억원을 추가로 빌려줬다. 이밖에 이모션글로벌 등 특수관계 법인에 수십억원씩 단기대여하고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행위가 이어졌다. 관계사 밖으로도 자금거래는 이어졌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이상석 대표 개인에게 2억원을 대여했고 지난해에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FSN에도 33억원을 신규 대여했다가 회수했다. 외부에서는 차입과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는 동안 회사 안에서는 특수관계자를 상대로 한 자금 이동이 빈번히 일어난 셈이다. 종합하면,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 악화는 장사가 안돼서 발생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M&A와 관계회사 자금지원, 추가적인 차입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는 빠르게 취약해졌다. 특히 인수한 회사에 투자금에 이어 대여금까지 추가로 투입했음에도 일부 채권은 전액 대손충당금을 설정할 정도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수준이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 지분증권서를 통해 “올해 1분기 현재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42.34%인데, 2024년 외형확장 목적에서 발생한 관계회사 및 타법인들에 대한 대여금에서 비롯됐다"면서 “현재 최대주주인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는 대여금 회수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측은 이와 관련된 본지 질의에 '핑거랩스에 대한 자금 대여는 당시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손충당금 설정은 회계기준에 따라 회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한 회계 처리일 뿐 채권 회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며, 만기 연장 역시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설정이 법률상 회수권을 포기하거나 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만기 연장은 회사의 재무상황과 현실적인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채권 회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미 100%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는 것은 회사 스스로 해당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그런 상대방에게 다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 의사결정 관점에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여신 판단 절차가 작동했다면 상대방의 상환능력과 담보, 이자율, 회수 가능성 등을 먼저 따졌어야 한다"며 “회계상으로는 손실을 인정하면서 실제 자금지원은 계속됐다면 회계 판단과 자금 의사결정이 분리돼 이뤄진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최대주주 두 번 바뀌어도 ‘그 사람들’…끊이지 않는 인적 고리[하이퍼코퍼레이션: 이상석과 무리들-➁]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2년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잇단 인수합병(M&A)과 관계사 자금거래를 거쳤고,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됐다. 본지는 이 과정에서 이상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과 회사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졌는지, 일련의 거래와 함께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최근 2년 사이 두 차례 바뀌었다. 2024년 3월 에프에스엔(FSN)이 경영권을 확보했고, 올해 2월에는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가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겉으로 보면 회사의 주인이 연이어 교체된 셈이다. 그러나 최대주주와 관계회사, 투자자들의 등기와 출자 관계를 따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상석 하이퍼코퍼레이션 대표를 비롯한 동일 인물들이 법인과 투자조합을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우선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전 최대주주인 FSN과 현 최대주주인 JK신기술투자조합, 그리고 하이퍼코퍼레이션이 FSN으로부터 인수한 비상장사들과 공통적으로 얽힌 인물은 이상석, 서정교, 이정찬, 최복규 등이다. 이상석씨는 FSN과 JK신기술투자조합 최대출자자인 엑스큐어, 핑거랩스, 이모션글로벌 등에서 전·현직 대표·사내이사로 등기됐다. 이밖에 인물들 또한 이와 비슷하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전 최대주주인 FSN에서 시작된다. 이상석 대표는 2016년 이후 FSN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을 맡았다. 마찬가지로 서정교 이사도 2021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를 오가며 지냈다. FSN 자회사인 레코벨에서는 이상석 대표와 서정교 이사, 그리고 이정찬씨가 돌아가며 대표와 사내이사를 지냈다. 오랜 기간 같은 기업집단 안에서 경영진으로 활동해 온 셈이다. 이후 FSN이 2024년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이들의 연결고리는 하이퍼코퍼레이션으로 이어졌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전 최대주주인 FSN으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들여 인수한 비상장사에서도 같은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대표적인 곳이 이모션글로벌이다. 이 회사에서는 2016년 이후 이상석과 서정교, 이정찬, 최복규 등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오가며 재직했다. 이정찬 이사와 최복규 이사는 올 1분기 말 현재 하이퍼코퍼레이션 지분을 각각 0.11%, 0.38% 보유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기도 하다. 최복규 이사는 2024년 3월부터 올 3월 말까지, 이정찬 이사는 2024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하이퍼코퍼레이션 사내이사로도 재직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약 166억원을 들여 인수한 핑거랩스도 비슷하다. 이상석 대표는 2016년 기타비상무이사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이정찬 이사 역시 2019년 사내이사를 맡은 데 이어 지난해 4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복규 이사는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았고, 서정교 이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사내이사로 재직했다. 결론적으로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수백억원을 투입해 인수하고 이후 다시 자금을 빌려준 관계회사 주요 경영진에서도 FSN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다. 법인의 이름과 사업영역은 달라졌지만 주요 인물들의 연결고리는 상당 부분 이어진 셈이다. 쉽게 말해 최대주주인 FSN이 보유하던 비상장사를 피인수회사인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사들이는 과정에서 매도자와 인수자 양측의 주요 경영진이 상당 부분 겹쳤던 셈이다. FSN이 하이퍼코퍼레이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거액의 M&A와 관계사 대여금 등 거래의 사업적 필요성과 의사결정 배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 1월 말 현재 하이퍼의 핑거랩스에 대한 단기대여금은 64억원에 달했다. 기존 대여금 54억원 전액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이후에도 10억원을 추가로 빌려줬다. 이모션글로벌 등 다른 특수관계 법인에도 수십억원을 대여한 뒤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거래가 반복됐다. 인적 연결고리는 지난해 추진됐다 무산된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당시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싱가포르에 설립된 파나틱 스트래티직 홀딩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계획대로 납입이 이뤄지면 파나틱 스트래티직 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구조였다. 이와 함께 KStrategy Holdings(케이스트레티지 홀딩스)와 버덴트아우룸1호가 각각 200억원 규모의 제15·16회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자금조달도 추진됐다. 케이스트레티지 홀딩스는 하이퍼코퍼레이션 지분에 대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대량보유보고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최대주주 변경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제15·16회차 CB 역시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일부가 만기 전 취득·상환됐다. 눈에 띄는 것은 당시 제16회차 CB 200억원을 인수했던 버덴트아우룸1호의 투자구조다. 버덴트아우룸1호의 최대출자자인 케이트레저리인베스트먼트의 대표조합원으로 이정찬 이름을 올렸다. 관련 등기를 대조한 결과 FSN과 하이퍼코퍼레이션, 핑거랩스 등에서 활동한 이정찬 이사와 동일 인물로 확인됐다. 이정찬은 전 최대주주인 FSN에서부터 하이퍼코퍼레이션과 관계회사 경영진을 거쳐 지난해 경영권 변경과 함께 추진된 CB 투자구조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최대주주 변경 자체는 무산됐지만, 그 과정에서 유입된 투자자 측에서도 기존 하이퍼코퍼레이션 주변 인물과의 연결고리가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추진된 경영권 변경이 무산된 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올해 다시 바뀌었다.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가 지난 2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150억원을 납입하고 지분 39.09%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새 최대주주 주변에서도 익숙한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 측 특수관계인 명단에는 이상석 대표와 최복규 이사가 포함됐다. JK신기술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는 엑스큐어다. 그런데 엑스큐어에서 이상석 대표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최복규 이사는 2025년 3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사내이사로 재직했다. 당시는 FSN이 JK신기술투자조합에 하이퍼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넘기기 이전이다. 최대주주의 명칭은 FSN에서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로 달라졌지만, 새 최대주주 주변에서도 기존 경영진과 연결되는 인적 고리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 변경을 단순히 서로 독립된 투자자의 경영권 인수로만 보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최대주주는 바뀌었지만 FSN과 관계회사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이후 CB 투자구조와 새로운 최대주주 측에서 다시 확인되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최대주주가 바뀌고 여러 법인과 투자조합이 등장하는데 주변에서 동일한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흔한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기존 최대주주 측의 비상장 관계회사들을 인수한 데 이어 이들 회사에 다시 자금을 빌려주는 등 돈의 흐름까지 함께 보면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가 바뀌었다면 통상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와 기존 경영과 단절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새 최대주주 주변에서도 기존 인물들과의 연결고리가 이어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라며 “결국 법인이나 투자조합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누가 계속 관여하고 있고 회사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지는 이 같은 최대주주 변경 과정과 인적 관계 등에 대해 하이퍼코퍼레이션과 이상석 대표 측에 여러 차례 질의하고 입장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좀비기업’ 전락, 주주에 손…200억원 유상증자[하이퍼코퍼레이션: 이상석과 동행자들-①]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2년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잇단 인수합병(M&A)과 관계사 자금거래를 거쳤고,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됐다. 본지는 이 과정에서 이상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과 회사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졌는지, 일련의 거래와 함께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제품 매입을 위한 운영자금 확보에 나선다. 영업활동으로는 수년째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한 데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최근 주가가 예정 발행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실제 조달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04억435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잔액인수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주주 청약과 실권주 일반공모 이후에도 소화되지 않은 물량은 대표주관사인 SK증권이 전량 인수한다. SK증권은 모집총액의 1.8%를 인수수수료로 받고, 실제 잔액인수가 발생할 경우 인수금액의 15%를 실권수수료로 추가 수취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조달 자금 전액을 제품 매입비용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게이밍 마우스와 키보드 등 로지텍 제품과 프리미엄 주방가전 등을 유통하는 커머스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런 유통업 특성상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재고를 상시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전환사채(CB) 상환 등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유출되면서 제품 매입에 필요한 운전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게 회사가 제시한 유상증자 배경이다. 계획한 규모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는 지난 5월 2대 1 주식병합에 따른 변경 절차로 약 한 달간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 이전 주가는 4000원대였지만 재개 후 하한가를 맞았고,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5월 유상증자 계획이 공개된 이후 지분 희석 우려가 반영되며 주가가 약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17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인 2655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신주 발행을 앞두고 다시 산정되는 만큼 주가 약세가 이어질 경우 실제 조달 금액도 당초 계획한 204억원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주가 하락으로 강화된 상장유지요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일 기준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시가총액은 188억원으로, 지난달부터 200억원으로 상향된 코스닥 시가총액 유지 기준을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상장폐지 제도를 개편해 코스닥 상장사의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였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건전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6.25%, 차입금의존도는 53.04%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200%,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의 재무안정성과 차입 의존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경우 두 지표 모두 안정권을 크게 웃돌며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커진 상태다. 영업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2023년 -2.76배, 2024년 -2.07배, 2025년 -0.62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 배율이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은 한계기업 또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하이퍼코퍼레이션 본업의 수익성은 수년째 부진하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22년 40억5800억원, 2023년 18억9400만원, 2024년 38억5400만원, 2025년 42억8200만원이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23년 -21억원, 2024년 -45억원, 2025년 -83억원, 올해 1분기 -30억원으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유상증자 추진 배경과 재무 현황 / CRAiSEE 회사도 정정신고 이전 제출한 지분증권신고서에서 재무 부담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영업적자가 지속될 경우 재무안정성이 더욱 악화돼 지속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외부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차입금 상환 요구나 만기 연장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실적에 따라 추가 자금 차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해당 증권신고서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 요구를 받은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28일 하이퍼코퍼레이션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정정 요구는 증권신고서의 형식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중요 사항의 거짓 기재·누락 또는 기재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이뤄진다. 최근 현금성 자산은 증가했지만 이는 외부 조달에 의한 결과물로 보인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3년 말 27억7800만원에서 2024년 말 76억3900만원, 지난해 말 182억26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28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현금이 늘어난 만큼 차입 부담도 커졌다. 실제로 단기차입금은 2024년 말 6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74억7900만원으로 급증했고,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CB도 2024년 138억8300만원에서 지난해 말 288억2200만원으로 늘었다. 올 1분기 말 현재 규모는 284억9000만원이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차입과 CB 발행 등 외부 조달에 의존해 유동성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외부 자금 조달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5년간 CB 7차례와 유상증자 3차례 등 총 10차례에 걸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추진 중인 주주배정 유상증자까지 포함하면 11번째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지분증권서를 통해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투자활동이나 재무적 유동성 확보에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며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에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지속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투자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영업과 투자에서 빠져나간 현금을 재무활동을 통해 메우는 외부 조달 의존 구조가 이어진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태는 최근 6년 중 4년이나 계속됐다. 이번 유상증자가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 IB 관계자는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벌어 차입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외부 조달을 통해 유동성을 유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기업가치를 회복하려면 유상증자보다 본업의 수익성과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한앤코 품에 안긴 SK디앤디…소액주주는 ‘토끼몰이’ 신세 전락 [장하은의 유증 리포트]

지난해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SK디앤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회사가 기존 발행주식 수의 약 240%에 달하는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회사는 유상증자가 사실상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여러가지 자구노력을 이어왔지만 오는 10월 집중된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과 신용등급 추가 하락, 계속기업 불확실성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주주에게 비용 부담이 집중된 구조와 장기적인 상장 유지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 주주는 지분을 유지하려면 대규모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하고, 청약하지 않으면 대규모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한앤컴퍼니가 '당분간'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향후 지분 구조 변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136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확보한 자금 가운데 620억원은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사채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747억원은 군포 트리아츠 사업장 대위변제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SK디앤디 입장에서 선택보다 생존에 가까운 결정으로 보인다. SK디앤디는 그동안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산 매각과 유동화도 추진해 왔다. 회사채와 전환사채(CB),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검토했지만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 경색과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SK디앤디는 에 “회사채와 CB,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했지만 자본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유상증자가 즉시 부채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며 “유상증자와 별도로 자산 매각과 유동화 등 자구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상증자로 재무구조가 일부 개선되는 효과는 있다. 다만 문제는 그 수준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증권신고서상 자금 사용계획을 반영할 경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올해 3월 말 8308억원에서 7688억원으로, 순차입금은 6369억원에서 5749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부채비율도 163.7%에서 122.5%로, 차입금의존도는 56.6%에서 49.8%로 각각 낮아질 전망이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총차입금은 7600억원대, 차입금의존도는 50% 안팎을 유지한다.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차입금의존도가 안정성 기준으로 여겨지는 비율은 30%다. 만약 40%를 넘어서면 경고 구간으로 평가된다. 조달자금 1367억원 가운데 실제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는 금액은 620억원에 그친다. 절반이 넘는 747억원은 군포 트리아츠 사업장 대위변제에 투입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자본 확충에도 가장 시급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셈이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실권주를 일반공모하지 않으면 발행주식 수가 더 늘어나지 않아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모든 주주에게 지분율에 비례한 신주인수권을 동일하게 부여한 만큼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디앤디는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주배정 방식을 선택했다"며 “기존 주주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형식적인 평등과 실제 부담은 다르다고 본다.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기업 정상화 이후 경영권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다. 반면 일반 주주는 지분을 유지하려면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회사가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하는 데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생존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최대주주는 경영권과 투자 회수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액주주는 추가 출자 아니면 희석이라는 선택지만 남는다"며 “법적으로는 선택권이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구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체보다 공개매수 직후 기존 주주들에게 다시 대규모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이라며 “회사 정상화 필요성과 소액주주 보호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한앤컴퍼니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자진상장폐지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당분간 상장폐지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공개매수 이후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한 사례가 있는 데다 장기적인 상장 정책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로 소액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해지면서 향후 지분 구조 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과거 루트로닉과 쌍용C&E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뒤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 바 있다. 루트로닉은 공개매수 이후 주식교환을 거쳐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상장폐지가 완료됐고, 쌍용C&E 역시 공개매수로 95% 이상 지분을 확보한 뒤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 이 같은 전례 때문에 SK디앤디 소액주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SK디앤디 공개매수 당시 공개매수신고서를 통해 공개매수 완료 이후 추가 공개매수와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활용한 자진 상장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현재 회사 입장은 달라졌다. SK디앤디는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최대주주가 당분간 추가 공개매수 등을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기재했다. 본지의 추가 질의에서도 SK디앤디 관계자는 “당분간 상장폐지 절차를 추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상장 정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SK디앤디 관계자는 “향후 상장폐지와 관련한 계획은 최대주주의 결정 사항으로 회사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바로 이 지점이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고 본다. IB 전문가는 “현재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근거는 없지만 한앤컴퍼니가 과거 공개매수 이후 자진 상장폐지를 진행했던 사례가 있고, SK디앤디 공개매수 당시에도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던 만큼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계획이 없다'는 것과 '장기적으로 상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라며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향후 상장 정책 역시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들도 행동에 나섰다. 주주행동 플랫폼 ACT(액트)는 금융감독원에 SK디앤디 증권신고서에 대한 중점심사와 정정공시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 액트가 진행한 주주 의견 수렴에서는 173명(75만4510주)이 탄원서 제출에 찬성해 전체의 98.9%를 차지했다. 액트는 탄원서에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 계획과 자금 조달 출처, 일반 주주 청약률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 변동 시나리오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또 기존 발행주식의 약 240%에 달하는 유상증자 규모의 적정성과 다른 자금조달 수단 검토 여부, 자진상장폐지 가능성을 포함한 향후 상장 정책에 대한 회사의 입장 공개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사회가 이번 유상증자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이익과 주주 간 형평성을 어떤 기준으로 심의했는지 설명하고, 핵심 쟁점이 충분히 소명될 때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탄원서에 담을 예정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유상증자의 필요성보다 자금조달 방식과 주주 간 부담의 형평성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가 처한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면 자본 확충이 불가피했다는 데 시장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기존 주주들이 대규모 지분 희석 또는 추가 출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와 최대주주 및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 차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IB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로 지분 희석을 감수하거나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에 놓였다"며 “최대주주는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기업가치가 회복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소액주주는 같은 비용을 부담하고도 얻는 실익은 크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김부장도 못 살렸다’…판타지오, 드라마 흥행에도 생존 시험대 [장하은의 유증 리포트]

드라마 '김부장'의 흥행으로 상승세를 타던 판타지오 주가가 일반공모 유상증자 발표를 계기로 급격히 꺾였다. 첫 방송 이후 우상향하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다음 거래일 20% 넘게 급락하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가 드라마 흥행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시장에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과 지분 희석 우려를 반영해 주식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판타지오는 169억3000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예정 발행가는 1693원으로 신주 1000만주를 발행한다. 조달한 자금은 모두 운영자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앨범 제작에 60억4400만원, 드라마 제작 46억3900만원, 뮤지컬 제작 37억9200만원, 콘서트 제작에 24억5500만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증자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대주주 등 기존 주주가 신주를 배정받아 참여하는 주주배정이나 제3자배정과 달리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 구조다. 또 실권주와 단수주는 발행하지 않는다. 실제 청약률에 따라 조달 규모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판타지오를 둘러싼 분위기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6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자, 오랫동안 부진했던 회사에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콘텐츠 기업의 특성상 흥행작은 제작 수익뿐 아니라 지식재산권(IP) 가치 상승과 후속 프로젝트 확대 기대를 동시에 키우는 재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실제 드라마 성적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김부장은 지난 18일 방송된 8회에서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시청률 23.6%, 전국 시청률 23.1%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다시 썼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6.2%까지 치솟으며 올해 미니시리즈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수도권 2049 시청률 역시 평균 7.6%, 최고 8.59%를 기록하며 화제성과 대중성을 모두 입증한 셈이다. 드라마의 흥행세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투둠(Tudum)에서 비영어 TV 시리즈 부문 3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한국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를 포함해 19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73개 국가에서는 TOP10에 진입하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도 화답했다. 김부장이 첫 방송된 6월 26일 판타지오 주가는 16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30일 1879원, 7월 1일 190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7월 2일에는 1950원, 3일에는 2010원을 기록하며 다시 2000원선을 회복했다. 유상증자 발표 전 마지막 거래일인 6일에도 2045원으로 마감하며 흥행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상승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가 6일 오후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하자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다음 거래일인 7일 주가는 하루 만에 20% 가까이 급락한 1660원으로 내려앉았고, 8일에도 1528원까지 밀리며 이틀 만에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14일에는 장중 147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이 단순히 유상증자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일반공모 방식이 던진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공모는 최대주주나 기존 주주가 먼저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투자자들은 회사의 자금 사정과 성장 가능성, 지분 희석 우려 등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 흥행으로 살아나던 주가 흐름이 유상증자 발표를 계기로 끊겼다"며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이 예상되는 데다 최대주주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도 아니어서 차익을 실현하거나 보유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타지오 측은 김부장의 흥행으로 콘텐츠 경쟁력과 사업성을 입증했지만, 자본 확충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콘텐츠 산업은 작품 흥행과 별개로 제작비 선투자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신규 콘텐츠 개발 등에 지속적인 운영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단기적인 자금 확보보다 콘텐츠 사업 확대와 재무 안정성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강화되는 상장 유지 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드라마 제작과 아티스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기존 주주들께서 지분 희석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회사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확보한 자금을 통해 사업 성과를 높여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주주들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판타지오에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결정으로 읽힌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최종 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을 밑돌 가능성이 커졌지만, 회사가 처한 상황을 보면 자금 조달을 미루기도 쉽지 않다. 수년째 이어진 적자와 감소한 현금, 특정 아티스트에 집중된 사업 구조까지 맞물리면서 외부 자금 수혈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판타지오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회사 스스로도 현재 경영환경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위험요인으로 상장 유지, 계속기업 존속, 수익성 악화, 특정 아티스트 의존, 전속계약 자산 손상, 반복적인 외부 자금조달, 지정감사, 아티스트 평판 리스크 등을 꼽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장 유지와 관련된 내용이다. 판타지오는 최근 3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과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는 만큼, 손실이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역시 동전주 요건 등 제도 변화에 따라 상장 관련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수익 구조도 불안 요인이다. 드라마 제작 매출이 줄면서 현재 매출 대부분은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작 편수가 감소하는 반면 제작원가와 아티스트 관련 비용은 늘어나면서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약 47억원, 당기순손실은 53억원이다. 확보한 자금을 운영자금에 투입하려는 것도 신규 투자보다 본업의 안정적인 운영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매니지먼트 사업 특유의 구조적 한계도 적지 않다. 판타지오의 매니지먼트와 기타매출은 일부 주요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최근 주요 아티스트 3명의 매출 비중은 59%, D그룹을 포함한 비중은 67%에 달했다. 전속계약금 역시 특정 아티스트 의존도가 높다. 미상각 전속계약금 64억원 가운데 특정 아티스트 1인 비중이 42억7000만원으로 약 66%를 차지하며, 상위 3명 비중은 81.3%에 이른다. 매니지먼트 사업은 소속 아티스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지급한 계약금을 무형자산(전속계약금)으로 계상한 뒤 계약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나눠 반영한다. 판타지오의 재무여력을 감안하면 특정 아티스트 한 명의 변수만으로도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회사는 주요 아티스트의 활동 중단이나 계약 종료, 이미지 훼손, 군입대, 건강 이상 등이 발생하면 매출 감소는 물론 전속계약금 손상차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아티스트를 둘러싼 이슈도 풀어야 할 숙제다. 판타지오는 지난해 배우 차은우 관련 세무조사로 약 82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고, 이후 일부 광고주의 광고 콘텐츠 비공개와 재계약 미체결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선호 역시 가족 법인 논란 이후 일부 광고 콘텐츠가 비공개 처리됐지만 현재까지 직접적인 매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는 이 같은 평판 리스크가 광고 계약 해지와 작품 공개 연기, 팬덤 이탈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결국 자금 조달 문제로 연결된다. 판타지오는 최근 5년 동안 유상증자 3차례와 전환사채(CB) 4차례 발행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해 왔다. 영업활동만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해 외부 자금조달에 반복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경우 계획대로 흥행하지 못하면 실제 조달 규모가 줄어들 수 있고, 향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드라마 흥행이라는 오랜만의 호재가 나왔지만, 주가가 1700~1800원대에서 2000원 안팎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며 “시가총액도 상장 유지 기준인 200억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작품 한 편의 흥행만으로는 회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회사는 다시 주주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또 돈을 넣어야 하는 회사라면 차라리 팔고 나가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일반공모는 자금 조달을 넘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타지오 측은 최종 조달 규모가 예정에 미치지 못할 경우 확보한 자금 범위 내에서 사업 우선순위를 고려해 집행하고, 콘텐츠 제작 일정과 투자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효율적인 자금 운용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현재 확정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판타지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별도의 자금조달 계획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우선 확보되는 자금 범위 내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집행하고, 콘텐츠 제작 일정과 투자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성과와 내부 현금흐름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운용을 추진하면서, 필요할 경우 시장 상황과 회사의 재무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12억 베팅한 XRB, 장부가 9000만원으로 추락…이렘, 신사업 3년 ‘무성과’

이렘(옛 코센)이 경영 정상화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수년간 추진해 온 신사업의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 이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웠지만, 아직 의미 있는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렘은 최근 113억28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확보한 자금은 운영과 시설투자 등에 투입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추진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기존 사업을 보완할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던 AI와 이차전지, ESS 등 신사업으로 향하고 있다. 이렘은 지난 2023년 6월 정관 변경을 통해 AI 소프트웨어 개발, AI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이차전지 소재 제조·판매, ESS, 군수품, 모듈러건축물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당시 AI와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 국내 증시를 주도하면서 이렘 역시 관련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장중 60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차전지 업체 XRB(엑스알비) 투자다. 이렘은 2023년 8월 이차전지 개발·판매업자인 엑스알비 지분 30%를 12억1600만원에 취득했다. 당시 엑스알비는 설립된 지 약 3개월에 불과한 신생기업이었다.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기업가치를 약 4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후 회사는 엑스알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협력, 음성공장 부지 공동 활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사업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엑스알비의 매출은 2024년 50만원, 2025년 600만원에 그쳤다. 설립 3년 차인 현재 자본금은 7466만4000원으로 설립 당시 7000만원에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등기상 임원은 황승환 대표와 감사 1명이며 직원도 3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렘이 투자한 지분 가치도 크게 낮아졌다. 회사는 엑스알비 지분과 관련해 약 11억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장부가액은 약 9000만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분 투자 외 자금 지원도 있었다. 이렘은 2024년 엑스알비에 5억원을 빌려줬다. 올해 1분기 현재 이 가운데 4억6461만원은 대손충당금이 설정됐다.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을 고려한 판단을 회계상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술기업은 기술력만으로도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업화와 실적"이라며 “최근 3년간 엑스알비의 매출과 이렘의 재무지표를 종합하면 신사업이 아직 숫자로 성과를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기술을 수익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사업 확대 3년차인 현재, 이렘의 매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의 약 83%는 스테인리스 강관 사업, 약 16%는 슈퍼데크 사업에서 발생했다. 기타를 포함하면 매출의 98% 이상이 기존 사업이다. AI와 이차전지 등 신사업에서 발생한 의미 있는 매출은 확인되지 않는다. 본업 실적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이렘은 2023년 약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4년 47억원, 2025년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재무 부담도 빠르게 커졌다. 차입금의존도는 2023년 15.7%에서 2024년 40.2%, 2025년 44.6%, 올해 1분기 43.6%까지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는 전체 자산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30%를 넘으면 재무 부담이 높다고 평가하며 40% 이상이면 경고 구간으로 본다. 실제 차입금은 2023년 약 90억원에서 2024년 500억원대로 급증하면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신사업을 설계했던 당시와 현재의 경영 환경은 달라졌다. 2022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오른 코스틸은 AI·이차전지 등 신사업 확대를 주도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줄였다. 올해 1분기 말에는 지분율이 12.52%로 낮아져 2대주주가 됐다. 현재 최대주주는 에스앤티제1호투자조합이다. 신사업을 추진했던 경영 주체가 바뀐 만큼 당시 제시했던 성장 전략이 현재도 유효한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신규 성장투자보다는 기존 사업 유지와 재무구조 방어에 방점이 찍힌 자금조달로 보인다"며 “성장투자로 보기는 어렵고, 재무 정상화형 자금조달로 규정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속도의 적자라면 1~2년 내 다시 소진될 수 있다"며 “매출 회복과 원가구조 개선 같은 영업 턴어라운드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엑스알비 투자 당시 기업가치 산정 근거와 신사업 추진 현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렘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황승환 대표는 올해 3월 충청남도와 투자협약(MOU)을 체결하고 수도권 이차전지 및 바나듐 배터리 생산시설을 아산 배방 스마트복합그린산업단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신규 인력 2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직원 수가 3명 수준인 점과 재무상태를 감안하면 향후 투자계획과 인력 확충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이렘, 2년 만에 또 주주에 손…안전판 사라진 ‘흥행 시험대’ [장하은의 유증 리포트]

무상감자로 재무 부담을 일부 덜어낸 이렘이 다시 주주 지갑을 열고 있다. 2년 만의 유상증자지만 안전판은 사라졌고, 청약률이 곧 조달 규모로 직결되는 만큼 흥행 부담은 더 커졌다. 유상증자가 성공하더라도, 시장의 평가는 결국 무너진 영업력이 실제로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렘은 최근 113억28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시설투자에 14억6000만원, 운영 78억6800만원, 채무상환 20억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시설자금은 부안공장 설비 투자에, 운영자금은 스테인리스 강관 생산에 필요한 코일(Coil) 원자재 매입에 쓰인다. 이번 유상증자는 2024년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이렘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82억1250만원을 조달했다. 당시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발행 예정 주식 1550만주 가운데 구주주 청약으로 소화된 물량은 851만709주(54.9%)였다. 초과청약으로는 93만4597주(6.0%)가 추가 배정됐다. 일반공모에서도 19만5000주(1.3%)만 청약되면서 시장 수요는 사실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남은 585만9694주(37.8%)는 대표주관사 한양증권과 SK증권이 인수했다. 전체 자금조달은 완료됐지만, 실제 시장에서 소화된 물량은 62.2%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이번에는 구조가 달라졌다. 일반공모 절차가 없다. 구주주 청약과 초과청약 이후 발생하는 실권주는 발행하지 않는다. 청약률이 곧 실제 조달 금액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2년 전처럼 증권사가 잔여 물량을 인수해 조달 규모를 맞춰주는 안전판도 사라졌다. 최대주주의 참여 규모도 흥행을 좌우할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이렘의 최대주주인 에스앤티제1호투자조합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배정 물량의 30% 이상 청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권주가 미발행되는 구조인 만큼 최대주주의 참여 규모가 실제 청약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2024년 구주주 청약률이 54.9%에 그쳤던 데다 당시보다 매출은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확대되는 등 펀더멘털이 오히려 악화됐다"며 “실권주를 발행하지 않는 구조인 만큼 이번 유상증자의 흥행 부담은 2년 전보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최대주주의 책임청약 의지인데, 배정 물량의 약 30%만 참여하는 수준이라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주들의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감자로 결손금을 정리했지만 재무 부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렘은 유상증자에 앞서 9대 1 무상감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줄이고 약 323억원 규모의 결손금을 상계했다. 감자는 장부상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현금을 유입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이 실제 영업력 회복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야 재무 정상화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렘의 영업수익성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이자보상배율이다. 이렘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1분기 -4.32배, 2025년 -4.47배, 2024년 -1.0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로 평가한다. 또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은 통상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렘의 경우 올해도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다. 이렘의 영업손실은 계속되고 있다. 2023년 9억7900만원으로 소규모지만 영업이익을 냈으나, 2024년 4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139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 부진은 곧바로 차입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차입금의존도는 2023년 15.7%에 불과했지만 2024년 40.2%로 급증했다. 총차입금이 2023년 약 90억원 수준에서 500억원대로 불어난 영향이다.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에 44.6%까지 상승했고 올해 1분기에도 43.6%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서면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40%를 넘어서면 경고 구간으로 평가된다. 이렘은 유상증자로 운영자금과 설비 투자 재원을 확보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정리했고,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생산과 원재료 조달에 투입하면 재무구조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유상증자가 곧바로 재무건전성 정상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만으로 재무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감자는 결손금을 줄여 재무제표를 정리하는 효과는 있지만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며 “결국 이자비용을 감당할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의 성패는 영업력 회복에 달려 있는 셈이다. 감자로 결손금을 정리하고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본업이 살아나지 못하면 재무 개선 효과는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이렘의 매출 구조는 강관 사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올해 1분기 현재 강관사업이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슈퍼데크 사업은 16%, 기타 부문은 2% 수준이다. 하지만 강관사업의 사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강관 사업은 배관용과 구조용 등으로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강관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이다. 플랜트와 조선, 건설, 기계 등 전방산업의 투자와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수요가 줄거나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실적도 곧바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경쟁도 치열하다. 세아제강과 현대제철, 휴스틸, 넥스틸 등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렘의 시장점유율도 최근 들어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렘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 8.2%에서 2023년 8.5%, 2024년 9.4%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 9.3%로 소폭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말에는 다시 8.2%까지 떨어지며 2022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새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슈퍼데크 사업도 아직은 검증이 필요하다. 이렘은 지난해 1월 당시 최대주주였던 코스틸로부터 약 480억원 규모의 슈퍼데크 사업부문을 양수했다. 경쟁사에 없는 '와이드 타입 일체형 데크'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전방산업이다. 데크플레이트는 공장과 물류센터, 상업시설 등 비주거 건축물 착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신규 착공이 줄어들면서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구조다. 특히 금리와 부동산 경기,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업황 변동성이 실적에 직접 반영된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2026년 주요 산업별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이 하반기에도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분양 해소 지연과 대출 규제, 경기 둔화 등이 이어지면서 건설 투자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이렘도 증권신고서에서 같은 우려를 담았다. 회사는 건축 착공면적 감소로 시장이 축소되고 있으며, 국내 업체 간 경쟁 심화가 수익성과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달액 113억원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68억원에도 못 미치는 규모라, 지금 속도의 적자라면 1~2년 내 다시 소진될 수 있다"면서 “2024년 이후 유증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본확충만으로는 구조적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계자는 “유증으로 부채비율이나 이자부담은 완화되겠지만, 매출 회복과 원가구조 개선 같은 영업 턴어라운드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한화솔루션, 1.7조 조달해도 남은 숙제 ‘신용등급’…방어 키는 ‘EBITDA’ [장하은의 유증 리포트]

한화솔루션이 세 차례 정정 끝에 1조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본궤도에 올렸다. 조달 자금 가운데 절반인 9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투입된다. 단순한 투자 재원 마련을 넘어 재무구조 개선 성격이 짙다. 시장의 관심은 유상증자 자체보다 신용도에 미칠 영향에 쏠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차입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도 충족한 상태다. 회사는 유상증자와 자구안 이행을 통해 주요 재무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신용평가업계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회복 여부, 즉 실질적인 영업 개선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조달 자금 가운데 약 9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나머지는 미국 태양광 사업 관련 시설투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약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와 발행 조건 조정 등을 거치며 조달 규모를 축소했다. 이후 세 차례 정정 끝에 최근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면서 유상증자 절차가 재개됐다. 이번 유상증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재무개선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수년간 태양광 사업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선점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태양광 업황 둔화와 석유화학 부문 부진이 겹치면서 재무부담도 커졌다. 실제로 회사는 최근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3000억원, 2025년 3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BITDA는 2023년 1조원대에서 2024년 4000억원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자 부담도 적지 않다. 한화솔루션의 이자비용은 최근 2년간 5000억원을 웃돌며 EBITDA를 상회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금융비용이 더 큰 구조가 이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자보상배율은 2024년 -0.56배, 2025년 -0.67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 배율이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은 한계기업 또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흐름이 올해에도 지속될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총차입금은 2022년 7조원대에서 지난해 14조원대로 급증했고, 올 1분기 들어서는 16조원까지 늘었다. 순차입금도 해마다 2조~3조원 단위로 증가하면서 올 1분기에는 13조원까지 확대됐다. 신용평가사들이 주목하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화솔루션의 올 3월 말 TTM(Trailing Twelve Months·최근 12개월 실적 기준) 기준 순차입금/EBITDA가 등급 하향변동요인 수준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이 제시한 등급 하향 기준은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다. 한화솔루션의 3월 말 TTM 기준 해당 수치는 26.9배로 기준을 크게 웃돈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EBITDA)으로 순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재무안정성 지표다. 예를 들어 해당 수치가 30배라면 현재 수준의 EBITDA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순차입금을 모두 갚는 데 약 3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반대로 6배는 약 6년, 3배는 약 3년 수준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차입 부담이 크고 재무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가 신용도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가 밝힌 계획을 보면, 유상증자 완료 이후 부채비율은 196.3%에서 159.8%로 낮아질 전망이다. 순차입금은 12조6259억원에서 10조6236억원으로 감소하고, 순차입금의존도는 38.1%에서 31.5%로 개선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순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차입금의존도 대비 좀 더 보수적인 판단 지표인 만큼, 31.5%는 여전히 불안한 수준이다. 업종 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가 안전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자구안 이행 시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 하락 트리거인 순차입금/EBITDA는 2025년 말 30.1배에서 올해 말 6배, 2028년 말 2.9배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나이스신용평가의 주요 지표인 총차입금/EBITDA 역시 지난해 말 36.5배에서 올해 말 8.2배, 2028년 말 3.9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순차입금의존도도 2028년 27.3%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 신용등급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회사가 제시한 개선 전망이 단순히 차입금 감소만 반영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순차입금/EBITDA는 분자인 순차입금과 분모인 EBITDA가 동시에 반영되는 지표다. 순차입금이 줄어도 EBITDA가 늘어나지 않으면 기대만큼 개선되기 어렵다. 실제 회사가 제시한 전망치를 보면 순차입금 감소 효과뿐 아니라 대규모 EBITDA 증가가 전제돼 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EBITDA를 1조648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000억원 수준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계획대로 순차입금/EBITDA가 30배 수준에서 6배 수준으로 낮아지기 위해서는 EBITDA 확대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계획대로 순차입금/EBITDA 수준을 6배대로 낮추더라도, 한기평의 하향 트리거인 3.6는 초과하는 수준이다. 회사는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미국 태양광 사업을 꼽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연도별 사업계획과 실적 전망을 반영해 EBITDA를 추정했다"며 “최근 완공된 미국 카터스빌 공장을 통해 잉곳·웨이퍼·셀·모듈을 아우르는 미국 내 유일의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수혜와 현지 프리미엄 효과가 기대되며 연간 1조원 규모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가 예상된다"며 “한화큐셀의 AMPC 수령액은 올해 약 1조원대로 예상되며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 전망도 회사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키움증권은 한화솔루션의 EBITDA가 지난해 4195억원에서 올해 1조749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역시 올해 적자에서 내년 8469억원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회사가 제시한 EBITDA 전망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실적 개선 전망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여전히 업황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으로 화학주가 반등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퍼진 공급과잉 우려는 여전하다. 중국발 신증설 물량 부담과 국내 구조조정 변수도 남아 있다. 한기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공급망 정상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스토킹(재고 축적) 수요에 따른 단기 개선 가능성은 있지만 중국의 신증설 물량은 여전히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역시 정책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IRA 정책 변화와 미국 수요 둔화 여부에 따라 실적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한화솔루션은 AA- 등급에 부정적 전망(Negative)이 부여된 상태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AA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하방 압력이 반영된 상태다. 만약 한 단계 하향될 경우 등급은 A+로 내려가게 된다. 여전히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AA급은 재무안정성과 사업안정성이 매우 우수한 기업군으로 평가된다. 반면 A급은 업황 변화나 경기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기업군으로 분류된다. 신용등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회사채 발행금리와 투자자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기관투자가와 펀드의 매입 수요가 많아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진다. 반대로 등급이 하락할 경우 차환 부담과 조달 비용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채무 상환으로 순차입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순차입금/EBITDA는 EBITDA 변화도 함께 반영되는 지표인 만큼 실제 개선 폭은 향후 실적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화학 업황은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정기평가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상지건설, 190억 자금조달…본 PF 전환 여부가 핵심 [장하은의 유증 리포트]

상지건설이 1년 만에 다시 유상증자에 나섰다. 회사는 조달 자금을 서울 강남 논현동 개발사업에 투입해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종상향(용도지역 상향)과 본 PF 조달 여부는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의 관심이 유상증자 자체보다 사업 실현 가능성에 쏠리는 이유다. 본 PF 전환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자금 조달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 부담과 추가 자금 조달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약 187억원 규모의 주주우선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 규모는 220만주, 예정 발행가는 8520원이다. 구주주 청약은 7월 22~23일, 일반공모 청약은 같은달 27~28일 진행된다. 납입일은 30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 11일이다. 현재 발행주식총수 682만8712주를 기준으로 증자 비율은 32.2%다. 기존 주주 3명당 1명꼴로 신주를 배정받는 구조다. 주관사는 지난해와 같은 SK증권이다. 실권주 발생 시 주관사가 인수하지 않고 미발행 처리하는 방식도 동일하다. 이번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직전 유상증자로 향한다. 상지건설은 지난해 2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유상증자에 나섰다. 하지만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행사와 주가 급등이 겹치면서 조달 규모는 914억원까지 불어났다. 최종 발행가는 당초 5000원에서 2만2850원으로 치솟았다. 불과 몇 달 만에 신주 가격이 4배 넘게 뛴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정정 증권신고서상 최종 발행예정총액은 914억원이었지만 실제 조달액은 102억원에 그쳤다. 최종 발행예정총액 대비 11.17%, 최초 조달 목표 200억원 대비로는 약 51%에 해당한다. 당시 최대주주를 제외한 전체 청약률은 7.23%에 그쳤다. 구주주 청약률은 5.85%, 일반공모 청약률은 1.38%였다. 시장의 외면을 받은 유상증자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회사 측은 당시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발행가 급등을 꼽았다. 반면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실패를 단순히 발행가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시 최종 발행가는 주가가 정치 테마주로 급등하기 전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청약 당시 시장가격 4만43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반값 청약'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일반공모 청약률은 5.65%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이 신주 상장 이후 주가 급락 가능성을 우려했거나, 할인율보다 사업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신주 가격이 정치 테마주로 주목받기 이전 주가의 몇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던 데다 무엇보다 성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며 “그런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지건설 관계자는 “유상증자 결정 당시 주가는 액면가를 밑돌아 1차 발행가액이 5000원으로 결정됐지만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최종 발행가가 2만2850원까지 상승했다"며 “약 4배 증가한 발행가액이 투자자들의 참여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이전과 달리 안정된 발행가액에서 시작하는 만큼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행가 부담이 낮아졌다고 해서 회사의 체력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상지건설의 사업 구조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 어렵다. 상지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68억원이다. 전년 218억원 적자 대비 손실 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올해 1분기에도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수익성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이자 상환 능력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2024년 -3.9배, 2025년 -1.4배, 2026년 1분기 -4.3배를 기록했다. 이 상태가 올해 연말까지 지속한다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 배율이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은 한계기업 또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상지건설은 증권신고서에서 이자보상배율 외에도 단기차입금의존도, 총자산 대비 영업현금흐름비율,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등 총 4개 항목이 기업부실위험 관련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부채 구조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28.4%에서 2025년 말 116.4%로 낮아졌지만 올해 1분기 말에는 다시 121.5%로 상승했다. 올 1분기 말 현재 총차입금의존도는 46.3%다. 대한건설협회가 공고한 2024년도 말 종합건설업 경영상태 평균비율상 차입금의존도(22.6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30%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 이 비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기업이 총자산 대비 빌린 돈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업황 악화 시 이자 부담이 커져 재무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현금흐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4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53억원이 유출됐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벌어들이기보다 빠져나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87억원 유입으로 집계됐다. 제20회 전환사채 매각을 통해 153억원이 들어왔고 유상증자로 102억원을 조달한 영향이 컸다. 결국 영업활동이 아닌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현금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구조다. 실제 상지건설도 증권신고서에서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필요 수준에 미치지 못해 자금 조달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기에 실적을 뒷받침할 사업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분양 관련 매출 대부분은 논현 카일룸M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절대 규모 자체는 여전히 미미하다. 현재 진행 중인 수주 현장도 신촌동 씨아이테크그룹사옥 신축공사, 임실 정주활력센터 건립공사, 마곡 소방공사 등으로 대부분 착공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회사 역시 향후 실적 부담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상지건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신규 분양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아 향후 매출액 감소가 예상되며 대규모 영업적자 및 당기순손실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금 조달 이력도 적지 않다. 상지건설은 2021년 이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반복해 왔다. 2021년 유상증자(160억원)를 시작으로 전환사채 3차례(260억원), 유상증자 5차례(392억원)를 통해 652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최근 5년간 총 조달 규모는 839억원에 달하게 된다. 사실상 매년 외부 자금에 의존해 사업을 이어온 셈이다. 회사도 증권신고서에서 “증권 발행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화 및 투자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신용등급 역시 상황을 보여준다. 상지건설의 시공사 신용등급은 BBB-다.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최하단으로 평가된다. 한 단계만 하락해도 투기등급으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IB 관계자는 “BBB- 등급은 투자적격 최하단으로, 이 수준에서는 회사채 발행 자체가 사실상 어렵고 CB도 조건이 크게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 187억원은 전액 종속회사 카일룸도산의 '상지카일룸 에스칼라' 사업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42억원은 브릿지론 이자비용으로 사용된다. 해당 사업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원에 공동주택 24세대와 오피스텔 5실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브릿지론 잔액은 682억원이다. 핵심은 종상향과 본 PF 전환이다. 현재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사업성을 높인 뒤 본PF를 추진하는 구조다. 종상향은 토지의 용도지역 등급을 높이는 절차로, 통상 용적률 확대를 통해 분양 가능 면적이 늘어나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회사는 내년 2월 종상향 완료, 같은 해 6월 본PF 실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지건설은 종상향 이후 토지 추정 감정가가 1206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PF 전환이 지연되더라도 재무에 심각한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유상증자는 PF 심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기자본 확충과 책임준공 확약 등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계산은 종상향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1206억원은 현재 가치가 아니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완료됐을 때를 가정한 추정 감정가다. 종상향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사업성은 물론 본 PF 전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당 수치 역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지건설은 현재 브릿지론 682억원에 대해 보증한도 1008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약 979억원을 웃돈다. 카일룸도산에 대한 장기대여금 576억원, 공사미수금 35억원, 장기미수수익 91억원까지 더하면 관련 익스포저는 1300억원을 넘어선다. 본 PF 승인이 지연될 경우 이자비용과 금융수수료 증가, 추가 운영자금 소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본 PF 전환이 무산되면 사업 규모 축소나 부지 매각, 관계사 추가 출자까지 검토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브릿지론 차환 실패로 담보권이 실행되고 보증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카일룸 에스칼라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종상향은 개별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절차"라며 “공공기여를 조건으로 가능성이 열릴 수는 있지만 확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 소유자는 일반적으로 자산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추정 감정가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지건설 관계자는 “시장 상황 변화 등으로 본 PF 전환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카일룸도산이 보유한 논현동 토지의 종상향 후 추정 감정가는 1206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취득원가 360억원과 브릿지론 상환 비용, 기타 매몰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회사 재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종상향 용도변경은 사업성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며, 대상지에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 승인된 기존 사업안에 따라 금융사 수요조사 단계부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므로, 종상향 불발이 곧 바로 PF 실패 또는 1008억원 보증한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라고 밝혔다. 또한 “브릿지론 관련 1008억원은 보증계약상 최대 책임한도일 뿐 현재 확정채무나 즉시 지급의무가 아니며, 브릿지론 단계의 신용보강은 연대보증 및 주식근질권 제공이고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채무인수는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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