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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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미중 ‘관리모드’, 한중 실리외교 계기 삼아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회의에 이은 두 번째 대면 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후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세 가지 회담성과를 꼽았다. 첫 번째는 수년간 보류되었던 마약 대응 협력 재개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펜타닐 원료 유통 차단 등에 대한 협력을 요구해왔다. 중국 측은 펜타닐 원료를 만드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번째는 군 대화 소통 재개다. 미국은 남중국해·동중국해 공역에서 중국군이 위협적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오판을 막기 위한 군 소통 채널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AI) 개발에 관한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문가들과 함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위험 및 안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문제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변함없다고 확인하면서도,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다.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해 미국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시 주석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소통은 하지만 국익이 걸린 핵심 현안은 양보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평가할 수 있다. 군사 소통채널 복원에 합의하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대만 문제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에 관해서는 현저한 시각차를 드러냈고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각시키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나눈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이 대화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미 관계와 관련된 전략적·전반적·방향적 문제와 세계 평화·발전에 연관된 중대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평했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경쟁이 충돌로 비화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시 주석이 "충돌은 감당 불가"라고 화답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경기침체에 직면한 시 주석이 충돌 격화만은 막은 셈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패권경쟁으로 칭할 정도로 충돌했던 미중관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 질문에 시진핑을 주석을 독재자로 칭하고, 중국외교부가 무책임하다고 반발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일단은 관리 모드로 가는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외교적 활동 공간을 넓혀나가는 기회로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먼저,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탈북자 문제 등에 있어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그리고 흑연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로 인해 한국의 경제안보가 위협받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생산에 필수적인 원부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셋째, 미중 간 마약 대응 협력 재개 기회를 활용해 국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연예계, 학원가 등에 확산되고 있는 마약 퇴치에 진력해야 한다. 넷째, 대외활동을 자제해 온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6년 만에 미국 땅을 밟았는데, 시 주석의 방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한중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슈&인사이트] 트렌드를 읽자

"내년엔 좀 좋아질까?" 많은 사람들은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변화를 예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다. 그래서 연말이 가까워 올 수록 내년에 예상되는 유행과 트렌드에 관심을 쏟고, 트렌드를 예측하는 관련 도서가 쏟아져 나온다. 트렌드와 유행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트렌드는 오래 지속되는 패턴이나 변화를 말하고, 유행은 일시적이고 급격한 인기를 얻는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는 새로운 해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트렌드 분석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현재의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트렌드 분석에 대한 불확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일부의 사회적 이슈들은 트렌드로 지속하기 못하고,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유행과 트렌드의 구분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트렌드에 대한 주관적 분석과 그 결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어떤 트렌드가 진정으로 중요한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모호성에도 트렌드 분석은 여전히 중요한 비즈니스 및 개인적인 전략 수립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트렌드를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간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욕망과 해당 시대의 가치를 반영해 사회·문화적인 변화의 흐름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 및 비즈니스 관점에서 모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트렌드는 우리의 갈망과 가치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분석하여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 기업은 더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트렌드 전망이 가져오는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의 욕망과 선호도를 반영한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욕망에 민감하게 대응해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 전략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현대 비즈니스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이해하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맞춤화가 가능하고 이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트렌드를 이해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트렌드는 미래의 가능성을 열는 열쇠이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함으로써 기업은 기존의 경쟁자들을 뛰어넘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혁신은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제품과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셋째, 트렌드는 사회적인 변화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렌드 분석을 통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 이상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개인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사회적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트렌드를 읽을 필요가 있다.이홍주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그린워싱 의심받는 기업ESG

필자가 다니는 학교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매년 교정의 단풍사진을 찍어서 올리는데 올해는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아 작년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가을까지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단풍이 제대로 들지 못한 탓이다. 이달 초순까지도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아 단풍여행을 갔다가 실망을 했다는 글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이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해 사람들도 몸 소 느끼는 시대가 온 것 같다. 환경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환경 보호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를 불러왔다. 대중의 관심이 늘고, 친환경 제품 선호가 높아지자 기업들은 앞다투어 ‘환경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ESG이다. 한때 ESG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제 ESG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펀더멘털과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나아가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시장 테마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김한성 자문역은 환경적 문제는 소비자 선호의 변화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과 영업 마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회적 문제는 기업의 평판과 지지가 확산되면서 순차적으로 관련 규제와 세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거버넌스 문제는 기업이 조직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성별, 지역별 차별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유능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의 이탈을 막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ESG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공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적·물적자원의 투입이 늘어남에 따라 공시품질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공시품질이 올라가는 것에 따라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공시품질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데도 ESG경영은 단기 비용을 상승시킬 소지가 있기에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배척되거나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공시품질이 재무성과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원용연 박사의 학위논문(신상윤교수 지도)’에 따르면 환경경영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기업가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환경경영은 공시품질을 증가시키고, 공시품질을 통해 기업가치를 간접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 비록 환경경영이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증가시켜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ESG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에게 비용을 증가시켜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증가시키기에 기업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하지만 과거 기업들은 ESG 중 사회적 책임(S)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하며, 단기적인 수익과 비용에만 신경 쓰며 실효적인 ESG경영은 방관했다.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 ESG에서 소외되고 있는 환경보호(E)에 실효성이 있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 정부도 이런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현재 ESG는 기로에 서있다. 침체된 경제분위기 속에서 기업의 ESG가 단순한 그린워싱이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FTC는 월마트가 친환경 제품으로 소개한 침대가 합성 레이온으로 만들어진 것을 적발하고 300만 달러의 벌금 부과와 함께 친환경 마케팅 표기 규제안인 ‘그린 가이드’ 개정에 착수했다. ESG는 이런 상황일수록 대중들에게 직접 와 닿는 환경보호(E)와 관련된 경영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공시품질의 향상을 통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기업의 ESG경영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기업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ESG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E칼럼] 신재생 앞세운 지역발전은

몇 년 전부터 국내 에너지문제에서 중심 의제는 전력이다. 4차 산업·정보혁명 시대에 전력이 주종에너지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2차 에너지인 전력의 생산 방식은 다양하다. 기존의 화석연료·원자력 발전에다 다양한 신재생발전이 그 대종을 이룬다. 지금은 연료전지, 전력 저장, 수소-메타놀 발전 등이 가세했다. 전력 생산 방식은 갈수록 복잡해져서 한꺼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하나의 도선(導線)으로 이뤄지는 전력수송과 배분 방식도 복잡한 전력 생산 체계와 연계돼 갈수록 복잡다기해지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전력의 생산-수송-배분체계를 하나의 지도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편리하다. 문제는 이런 지도체계가 갈수록 복잡해져 점차 그 편리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제는 신재생을 포함한 전력 체계가 주는 국민 이득 파악이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은 이대로는 미래 전력 체계가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에너지문제의 새로운 ‘아이러니’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h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대기업 공장 등에 적용되는 산업용만 올렸다. 고물가에 따른 서민경제 어려움과 내년 총선을 앞둔 여론을 고려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수익자 부담과 원가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정부 당국이 나서서 가정보다 100배 정도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대기업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값싼 전기요금 혜택을 직시하면서 에너지 효율과 경영 효율 제고를 통해 이전 요금인상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요금 문제를 정부가 경제정책 차원을 떠나 사회 형평 일환으로 간주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는 향후 전력 정책에 대한 정부개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판매수익이 올해 4000억원, 내년에는 2조 8000억원의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한전의 1년치 이자도 못 갚는다. 애초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26원 남짓 올렸다. 이에 따라 한전의 재정 적자는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가 47조원이고,부채는 올 상반기 기준 201조원에 달한다. 하루 이자 비용만 118억원이다. 당연히 내년은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다. 누적 회사채가 법으로 정한 한도를 넘어 추가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요금 인상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송배전 사업을 하는 한전이 발전 사업자들에게 지불한 도매가격이 2021년 Kwh당 70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260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에 주로 기안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경쟁 대상 선진국(OECD) 가운데 가장 싼 수준이다. 이런 판국에 한전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 대책’을 내놨다. 조직 혁신, 인력 효율화,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본사 조직을 20% 줄이고, 희망퇴직을 받는다. 서울 인재개발원 부지(64만㎡)를 팔고 자회사인 한전KDN 보유 지분 20%도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해 매각한다. 필리핀 의 태양광 사업 보유 지분도 정리한다. 그러나 이런 자구노력 대부분이 곧바로 실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생색내기용이라는 일각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한전 전기요금 결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부의 역할과 책임 제시는 아예 없다. 정부는 요금 결정의 권한을 가진다면 국민을 위해 전력산업 공공성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통상적인 ‘시장실패’를 넘어 심각한 ‘정부실패’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사실상 결정하는 상황은 후진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기요금과 같이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인 공공재 요금은 별도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시장-가격 규제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주장도 많다. 그러나 법률상 독립규제기관인 ‘전기위원회’가 사실상 산업부 등 기관의 하부조직으로 편입된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전기위원회 구성원들은 2021년 시행된 ‘유가가 상승하면 전기요금도 올리는 연료비 연동제‘ 준수 책임을 어긴 셈이다. 따라서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요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다. 당장 손해 본다는 소비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논리가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요금제도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시안적인 정치 논리로 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정부나 정치권이 행사한 ‘비합리적’ 가격정책이 결국은 더 큰 자기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한전이 주관하는 송배전 설비 등 전력망 구축 투자가 부진해 반도체·이차전지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사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신재생 전력 투자의 급증으로 호남과 남부 서해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설비 증설이 급증하고 있다. 효율적 전력 소비 체계 구축이 지연되고, 비싸고 비효율적인 전력 저장설비 투자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극단적인 전력 투자 비효율을 의미하는 ‘무효(無效· Reactive)전력’ 증가를 의미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현 정부가 글로벌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재생-원전 조화를 주축으로 하는 ’무탄소(CF ·Carbon Free) 에너지’ 체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효전력 사태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작업과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혹시나 하는 제2의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재현과 영속화는 막아야 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한국경제 발목잡는 뉴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있다. 유독 한국 기업들이 실적 대비 주가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저평가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를 확장하면 해외에서 한국 경제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저평가의 원인에 대해서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동안은 대부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목한다. 남북한은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이고 여전히 군사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러한 점에 대해 둔감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등장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3% 안팎의 평균적인 경제 성장 속도가 불과 3년 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IMF 전망치를 기준으로 할 때도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1.4%)이 미국(2.1%)과 일본(2.0%)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믿기지가 않는다. 나아가 IMF는 향후 5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2.2%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앞으로도 1%대 성장률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 동안 한국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성장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산업 지형이 신기술 중심으로 급변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응이 늦었다. 우리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여전히 안정성을 추구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일 뿐 기업의 사운을 거는 공격적인 투자는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전기차와 이차전지에 뒤늦게 발을 걸치고 있는 정도다. 기업이 이렇게 축 처진 상황에서 정부는 어땠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도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이 버티는 데 급급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재정을 대규모로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방법 밖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국가채무가 급증해 향후 상당 기간은 재정이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을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로 중국 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된 점이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는 배후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중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던 것이 위기 극복의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이제 그 배후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2020년 5월에 대 중국 수출비중이 30.8%에 달하던 것이 올해 10월에는 20% 밑으로 떨어졌다. 삼화하는 사회적 갈등도 코리아디스카운트에 한몫을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그대로다.사회적 갈등은 약간의 긴장가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너무도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 표출 방식도 과격하다. 더 큰 문제는 그 어느 사회 주체들도 그러한 갈등을 중재하려 하지도 않고 중재할 능력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비효율성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돈다. 이러한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 방법을 실천에 옮길 때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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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가운데 소비시장에서 최근들어 완전 공짜에서 할인 쿠폰, 앱 테크 초절약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무료 문자와 벨소리는 물론 무료 시사회, 화장품, 만화 심지어 운세까지 다양하다. 인터넷에서는 5000원으로 1주일 살아보기, 배달 서비스 이용 줄이기, 돈 안 드는 집이나 공공시설 이용 데이트, 무료공연이나 무료전시장 등 이른바 ‘짠돌이 십계명’이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다 도시락 싸서 출근하기, 회사 커피 마시기, 사지 않고 만들기, 하루 지출 0원인 ‘무지출 챌린지’도 성행한다. 소비 유혹 줄이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안 가기, 백화점 안 가기를 실천하고, 새로운 기분 전환 방법으로 산책, 대청소, 요리, 도서관 이용을 늘리자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한 유튜브의 ‘가계부 작성법’도 인기를 끈다. 영수증 기록과 관리, 생활비 달력 만들기 등 불경기와 고물가를 겪고 있는 만큼 과시적 소비에서 탈피해 현명한 소비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짜투리 시간에 광고 시청하기, 설문조사 응하기, 리워드 앱 이용후 포인트나 현금 보상 받기, 매일 생방송으로 퀴즈 풀기 앱, 매일 걷기 만보 채워 적립금 쌓기, 할인 쿠폰과 적립금 모으기, 지역사랑상품권 및 앱테크 이용하기 등 일상 속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적립 혹은 추가적인 부수입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폐지 줍기’라고 해서 ‘거래소(K뱅크, 코빗, 고팍스 등)에 가입해 1만원 받기’ 등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어떤 앱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방문했던 장소에 대한 리뷰를 남기면 첫 방문 시 50원, 재방문 시 10원의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리서치 기업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참여자들에게 설문 소요 시간이나 난이도에 따라 현금으로 환급해 주거나 문화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 걷기 등 걷는 활동 만으로 현금을 모을 수 있는 앱이 있어서 하루 1만보 걸으면 100 캐시를 보상 받아 주요 사용처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어떤 앱 서비스는 걸음 수에 따라 소모한 열량, 또래의 평균 걸음 수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재미 요소도 곁들여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앞서 소개된 절약 꿀팁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고 싶은 게 생기면 30일 규칙 실천, 외출 대신 친구 초대, 옷장 정리와 옷 수선, 유행 옷 안 사기, 고정 수입 외 수입 무조건 저금, 샤워 시간 줄이기, 온수 아끼기, 쓰지 않는 조명 끄기, 신용카드 할인에 현혹되지 않기, 통신비 낮추기, 카페 소비 줄이기, 도서관 애용, 돈 안드는 취미 찾기, 미용실 비용 줄이기, 여행 갈 때 한끼 음식 포장, 자동차 안 타기, 외식 안 하기, 안 쓰는 물건 팔기, 자녀를 즐겁게 해 주는 것에 돈 안 쓰기, 애매하게 남은 밥 얼리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검소함이 지나치고 무엇에든지 인색한 사람을 가리켜 ‘자린고비’라고 부른다. 시쳇말로 ‘짠돌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유래는 다양한 데 이 가운데서도 조선시대 이항복이 쇠 조각을 매일 모아, 호미를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쇠를 사다 더 큰 삽을 만들어 팔고…. 이렇게 하다보니 예전 살림을 다 찾게 됐다는 설이 있다. 중국의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어떤 사람들은 우공이산에 대해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의미로 폄훼하지만 사실 이 말은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작은 생활 태도, 별 것 아닌 것 같은 변화가 태산을 만들고 산을 옮기는 힘의 원천이 된다. 요즘 시대에 딱 와닿는 말이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여권 발 ‘메가시티’ 구상 발표로 대상지역인 서울 인접 도시 주민들의 기대가 한 껏 부풀고 있다. ‘메가시티’는 미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인 점에 비춰 이번 구상은 긍정적이며 주민들의 희망대로 실현되면 좋겠다. 다만 서울 메가시티가 지역정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최대 현안인 지방살리기, 즉 지방소멸 대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방 소멸 대책은 대기업의 지방 이전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지방에 대기업이 들어서면 인구가 늘어나고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경기도 평택시의 경우 2022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028명으로, 인구 50만 이상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늘어났다. 이는 전국 평균(0.778명)보다 32%나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평택에 들어서고,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옮겨 오면서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난 것이 합계출산율 증가로 이어졌다. 지방에 대기업이 생기거나 이전하면 인구가 유입되고 출산율이 증가하며, 지방이 살아나고 국토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지방이전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많은 젊은층이 유입되기 때문에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지방 소멸 극복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기업주의 결심, 회사 자체의 비전, 직원 만족 등 3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기업주가 지방 이전을 결심하려면, 먼저 현재의 사무실과 공장을 처분하고 새로 이전할 사업장 신설에 소요되는 토지 매입과 공장 신설비용 등 막대한 자금 조달에 대한 대책이 서야 한다. 그런데 이는 새로운 투자비용이 되고, 추가 투자비용 지출은 투자 리스크 상승을 의미하므로 파격적인 지원이 없으면 기업 이전은 어렵다. 그 핵심은 상속세 면제와 자본이득세 도입이다. 10년간 법인세 감면 정도로는 어림없다. 상속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지자체가 상속세 존치 여부 및 세율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 지자체 간의 기업유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회사 자체의 비전은 업무환경을 말한다. 교통과 물류(고속도로 및 철도를 통한 항구 및 공항과의 접근성), 해외 네트워크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토지ㆍ전력ㆍ공업용수 문제는 최우선 해결과제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투자의향서 제출 후 5년이 지난 아직까지 공장 건물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제1공장은 2025년 3월에 착공해 2027년 완공이 목표다. 정부는 이러고도 기업에게 무슨 할 말이 있나? 직원 만족을 위해 아파트 재개발 수준의 획기적인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기숙사는 물론 가족용 숙소 공급), 교육환경(어린이집, 자사고 수준의 교육기관의 존재), 의료환경 및 문화환경(우체국, 대형 마트, 카페, 은행 등의 편의시설, 아이맥스 영화관ㆍ테마파크 등 오락시설), 대규모 테니스장 복합단지ㆍ저렴한 퍼블릭 골프장, 축구장, 야구장 등 체육시설을 갖춰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 도요타시(豊田市)가 좋은 본보기다. 도요타시는 본래 양잠ㆍ견직물 주산지인 고모로시(擧母市)였지만, 토요타 자동자가 공장을 옮겨오면서 친환경ㆍ모빌리티ㆍ5Gㆍ로보틱스ㆍAI기반 미래기술 등 스마트시티로 변모했다. 직원 전용 호텔ㆍ예식장ㆍ수영장ㆍ스타디움ㆍ중앙도서관ㆍ미술관ㆍ콘서트홀ㆍ도요타기념병원ㆍ도요타공업대학이 설립됐다. 도시 이름도 아예 기업이름을 따서 도요타시로 바꿨다. 기존 문법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 없이는 지방소멸·인구절벽을 극복할 수 없다. 앞의 과제를 특별자치도법이나 각 지자체의 ‘기업 및 공장유치 조례’제정 등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공기업이 지방으로 옮겼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기업주가 움직일 수 있게, 기업이 편하게 일할 수 있게, 직원이 가서 살고 싶게 만드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김포의 서울 편입,도시경쟁력 차원서 접근해야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쏘아 올린 경기도 분도 논의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문제로 옮겨 붙었다. 한강 북쪽 지역을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분도가 추진돼왔는 데 김포시를 경기 남부와 북부 중 어느 쪽에 둬야 할 지를 김포시민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북도’로 편입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김포 시민들 사이에서는 섬처럼 한강에 의해 격리되고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경기북도보다는 서울시 편입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서울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찬반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가 내년 총선의 메가톤급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필자는 김포의 서울편입 문제를 중국 푸동 성공사례로 풀어보고자 한다. 1930년대에 동양 최대의 도시로 번영을 구가했던 상하이는 1949년 공산당 정부가 수립되면서 쇠락했다. 그러다 1978년 말 공산당 제11차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이 결정되고 1990년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푸둥지역 개발이 시행되면서 일대 전환을 맞았다. 특히 1992년 덩샤오핑이 남방 주요 도시를 순시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개혁개방을 독려한 후에 푸동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상하이는 급속히 발전하며 명실 공히 중국경제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 1월 상하이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푸동을 둘러보며 "완전히 천지개벽을 했구먼"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처럼 푸동 개발로 상하이가 발전한 것처럼 서울에 김포시가 편입되면 김포를 서울 발전의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면적이 605㎢로 런던(1572㎢), 도쿄(2134㎢), 상하이(6340㎢) 등 세계적인 경쟁도시에 비해 작다. 더구나 이들 도시는 바다를 끼고 있어 교통·물류 이점을 누리고 있다.게다가 상하이는 푸동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양산도라는 섬에 심수항을 건설해 ‘국제물류허브’로 도약했다. 인천만 해도 면적이 1067㎢로 서울보다 훨씬 넓고 바다 매립을 통해 송도국제도시라는 명품도시를 만들었다. 이에 비해 서울은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곳곳에 산들로 둘러쌓여 가용면적이 60%에 불과해 시대변화에 걸맞은 도시 기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김포는 면적이 276㎢로 서울의 절반에 가깝고 대부분이 평지로 개발여지가 많은 데다 한강에 길게 연접한 상태로 바다를 끼고 있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무엇보다도 넓은 토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첨단 미래산업 단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한강을 통한 교통 및 물류 기반이 확대돼 관광자원 개발과 산업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서울은 김포 편입을 계기로 세계적 추세인 ‘메가시티’ 도시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다. 세계는 경제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경제 위주로 전환되면서 대도시권의 메가 시티를 통해 도시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파리를 중심으로 인근 위성도시를 하나로 묶어 ‘그랑파리 메트로폴(Metropole du Grand Paris)’을 출범했다. 영국은 런던 주변 도시를 합친 ‘대 런던계획’(Greater London Plan)을 세우고 대대적인 투자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수도 베이징과 톈진·허베이 등 인접 도시를 묶어 중국 북방의 성장 거점 메가 시티로 개발하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메가 서울’의 핵심은 도시경쟁력 향상이고,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은 정치논리가 아닌 도시와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야 한다.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거점도시의 메가 시티 추진 방안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슈&인사이트] 전쟁이 만들어내는 위기와 기회

박세원 S&P Global 상무/거시경제·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역사적으로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은 세계 경제와 지역 경제에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극심한 불확실성을 몰고 왔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향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따져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무역과 공급망 이슈이다. 전쟁은 국제 무역 및 공급망을 교란시킨다. 인프라 파괴, 봉쇄, 제재 등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흐름이 중단돼 필수 상품의 부족과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 이는 분쟁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가 뿐만 아니라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상품 가격의 변동성이다.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상품 가격의 변동성을 초래한다. 특히 석유가 풍부한 지역의 갈등은 유가 변동을 초래한다. 에너지 자원 공급 불안정성은 전세계적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비용을 증가시켜 우리나라 같이 대외 자원에 의존하는 산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셋째, 투자 및 자본 이동과 그에 따른 통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쟁은 불확실성의 분위기를 조성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감소시킨다.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시장을 추구함에 따라 외국인 직접 투자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자본 유출을 발생시킨다. 이는 분쟁에 연루된 국가와 주변 지역 국가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금융 시장과 무역 관계 변화와 연결된다. 투자자들이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투자를 자국으로 회수하거나 다른 나라로 옮긴다면 환율과 투자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넷째, 지역 및 글로벌 경제 둔화를 불러온다. 전쟁으로 인한 무역 중단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은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안정적인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과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High-Intelligence 기반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전략을 마련해야 될 시점이자 기회다. 연관 국가들의 국방 및 안보에 대한 군비 지출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전쟁에 연루된 나라들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분쟁 후 피해를 입은 경제를 재건을 위해 외교, 원조, 재건 및 안정성을 육성할 때 우리가 지능적으로 기여하면서 혜택을 누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을 치르는 나라들의 피해는 전략적으로 접근한 다른 나라들의 이득으로 연결됐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물자가 부족한 유럽국가들에 미국은 무기와 상품을 팔아 경제대국이 됐다.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누렸고, 우리나라도 베트남 전쟁 참전을 통해 5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였다. 지역 및 글로벌 제조 공급망과 메쉬 네트워크의 주된 노드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나라의 산업 생태계는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과 리스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자국의 이익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이 전쟁의 큰 영향을 받고 있으니,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 가공, 생산을 통해 최종 고객에게 전달할 때 정치적 논리보다는 경제적인 논리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 고유가· 고물가를 야기하는 전쟁의 여파가 우리에게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 경제’라는 위기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치밀한 외교전략을 통해 전쟁 자원을 전략적으로 제공하고,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박세원 S&P Global 상무/거시경제·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이슈&인사이트]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고위 당·정·대협의회에서 "영끌 투자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몇 십배 위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현재 주택시장의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실제로 주택시장의 위험성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급락한 집값이 올해 1월 각종 규제 완화 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그리고 신고가 허위거래 신고와 같은 집값 교란 행위 등의 여러 요인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강보합세를 이어오다 추석 연휴를 변곡점으로 다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9월19일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자에 대한 처벌 강화(3년이하 징역형)가 시행된 데 이어 같은 달 27일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 요건을 강화한 데다 고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주택 매수심리가 푹 꺼진 탓이다. 특히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 시점을 2026년으로 보면서 현재의 고금리 추세는 적어도 2026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매매거래 감소, 신규 공급위축 등의 냉각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의 장기화는 ‘영끌 투자’나 ‘갭투자’를 중심으로 한 매물이 쏟아지며 주택시장을 더욱 냉각시킬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과 정부부처에 대해 "모두 민생 현장으로 가라"며 민생현장 챙기기를 독려하고 있다. 민생은 물가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삶의 바탕이요, 온 국민의 자산인 주거의 안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0%에 달할 정도다. 그러면 경기침체기에 민생 살리기 차원의 주거정책은 어떻게 어떻게 펴야 할까. 첫째, ‘민생주택’ 중심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주택은 사회경제적 성격에 따라서 ‘민생주택’과 ‘상품주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민생주택은 인간의 기본적 주거 필요를 충족시키는 서민 중심의 주택으로 공공부문의 영역이다. 경기침체기나 불황기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들이다. 이때는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대출을 끼고 어렵게 장만한 주택을 고금리와 경기불황에 따른 가계 수지 악화로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민의 자가보유율은 떨어진다. 이런 장기불황기에는 공공부문에서 ‘민생주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유지하느냐가 서민 주거안정의 관건이다. 민생주택은 부담가능성(Affordability)이 요체다. 서민과 청년들이 현재 부담하는 주담대 고금리를 어떻게 감당하게 할지, 이들이 소득 수준내에서 부담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둘째,서민과 청년 등 실수요의 눈높이에 맞춘 지속가능한 대출상품(주택담보대출 등)을 내놔야 한다. 담보인정비율(LTV)을 50% 정도로 올리고 대출상환기간을 30년 정도로 장기화한 상품이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가중평균 금리가 4.35%인 만큼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낮은 4%이하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가계소비지출 대비 주거비(집세·관리비 등) 비율인 슈바베 지수도 25%를 넘지 않도록 임대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 금융지원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9·26공급대책에서 부동산 PF에 25조원의 대출보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책은 부실화된 건설사를 지원하는 대책이지 민생대책이 되지 못한다. 이 재원을 실수요자 주담대에 지원하면 시장에서 부실PF 사업장은 자연적으로 퇴출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지원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다. 25조원 공급대책을 민생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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