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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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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인수레이스 ‘시계 제로’…최태원 끝장 승부 보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23 16:22

▲SK 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낸드 플래시의 경우 선발 업체들이 특허를 많이 보유해 이를 피하면서 기술 개발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수요도 30% 이상 성장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한국·미국·대만 업체들이 도시바메모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도시바메모리 인수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다.

23일 재계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는 24일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을 방문한다. 최 회장은 5월 진행되는 2차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도시바 측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일본 정부 인사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최 회장이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고객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법 안에서 협업 방안을 알아 보겠다"고 밝힌 만큼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재계는 추정하고 있다.

최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일부에선 도시바 인수를 위해 약 3조엔(약 31조5000억원)의 자금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진 대만 홍하이그룹(폭스콘)을 겨냥한 발언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시바가 단순히 자금 규모를 떠나서 협업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단번에 삼성전자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만큼 최 회장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낸드 플래시의 경우 선발 업체들이 특허를 많이 보유해 이를 피하면서 기술 개발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수요도 30% 이상 성장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적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도시바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10여 곳이 지난달 진행된 1차 입찰에 참여했다.

현재 일본 현지에선 도시바메모리가 중국이나 한국으로 넘어갈 경우 그동안 쌓은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며 미국 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대만 홍하이그룹(폭스콘)이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3조엔을 베팅했지만 일본 정부가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일본계 재무적 투자자들과 손을 잡는 한편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미국 베인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업체들도 총력전이다. 일본 정부나 도시바는 파트너인 웨스턴디지털(WD) 등을 선호하고 있다.

홍하이는 이 같은 반대에도 애플(미국), 소프트뱅크(일본), 계열사인 샤프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일본 내 정서를 끌어안으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독점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17년 동안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만큼 독점교섭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크 롱 웨스턴디지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사에 매각해도) 지속적 관계는 구축할 수 없다"며 도시바 측에 독점 교섭을 거듭 요구했다. 또한 "일본산업혁신기구와 일본개발은행과 연합할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며 공동 입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도시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혼할 수 없는 관계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웨스턴디지털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가능성을 없애지 않았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미국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연합이다. 실버레이크파트너스는 브로드컴에 약 30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제공키로 한 데 이어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은행 3곳이 브로드컴에 150억달러를 대출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현지의 지지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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