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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부지열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1.10.12 11:32

민기복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프랑스 슐츠 지열컨퍼런스를 다녀와서

지열에너지는 과거에는 높은 지온경사가 보장되는 미국 서부, 필리핀, 일본 등 화산지대 나라의 전유물로 인식이 됐으나 최근에는 한국처럼 비화산지대에서도 지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필자는 10월초 학술대회 참석차 프랑스 남부의 슐츠지역에 위치한 지열발전소를 견학했는데, 이곳은 비화산지대 지열에너지 이용의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 전력공사 등 프랑스 및 독일의 6개 에너지관련 기업이 공동출자한 지열전문기업에 의해 운영되며 1.5MW급 지열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kWh당 20 유로센트의 가격에 전력망에 공급되고 있다. 특히 슐츠 지열발전소는 유럽 연합의 주도로 1987년 이래 실시한 장기적인 연구개발의 결정체로 지하 5km 이상 시추된 3개의 시추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지실험이 실시돼 왔으며, 암반공학계에서 유명한 지역이다.

슐츠에서의 연구를 통해 총 41편의 박사 학위자를 배출하고, 700여편이 넘는 국제적인 학술논문이 발표됐으며 이 중 많은 논문이 지열에너지 뿐만 아니라 유사한 요소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산화탄소 지중, 폐기물 지하 처분장 등과 관련분야에서 인용돼 큰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시추하기 전 예상과 달리 인공저류층 생성이 용이하지 않는 등 슐츠지역 연구개발의 초기단계의 난관을 잘 알고 있던 필자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장기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인들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졌다.

또한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인근 지역은 약 25만명의 인구가 약 2km 심도의 34개의 시추공에서 생산된 지열로 난방을 하고 있으며 전력설비로 환산하면 이는 200MW가 넘는 규모이다.

이처럼 심부지열을 이용해 난방을 하고 발전을 하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까지 지열발전에 의하여 전 세계 전력량의 3.5%에 해당하는 총 200GW급의 전력을 생산해 이중 50%이상이 비화산지대의 지열발전에 의해 공급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작년 12월부터 지식경제부의 지원으로 심부지열발전 사업이 5년 예정으로 시작돼 포항지역에서 2개의 심부시추를 실시해 지열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5km 당 100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시추 비용, 심부암반에서의 인공저류층 생성가능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지열에너지개발에 따른 주민수용성 등은 국내 최초의 지열발전소 건설의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에 존재하는 자원개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심부암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외국의 많은 사례에서처럼 자원개발 시 사용된 수백개의 시추공에서 획득한 직간접적인 정보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초기투자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9월 개최된 국제에너지기구 산하 지열에너지 실행위원회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송윤호 박사가 부위원장으로 피선이 되는 등 국제학계에서는 꾸준히 학술활동을 펼쳐 본격적인 지열에너지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인적 역량을 갖춰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총 475억원이 소요되는 국내최초의 지열발전소사업을 필자는 한국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에 비유하고 싶다. 성공적인 우주발사체를 위해서는 이론적인 연구나 실험실에서의 연구는 물론 실물크기의 실험발사가 필수적인 단계이다. 마찬가지로 심부지열에너지 개발은 지표에서 이뤄지는 실험이나 지질조사로는 한계가 있으며 반드시 지하심부로 접근해 실증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도를 통해 얻어질 국내 과학기술계의 경험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외국 학계에서도 아시아 최대의 비화산지대 지열발전소 건설 사업에 비상한 관심을 이미 표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비전을 지하암반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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