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 |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고 이건희 회장 영결식에 참석했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 26일에도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정 회장은 조문 후 취재진을 만나 "너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셔서 참 안타깝다"며 "고인께서 우리나라 경제계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1970년생으로, 1968년생인 이재용 부회장과 평소에도 자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빈소가 차려지기 전인 25일 오후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팰리세이드를 직접 몰고 두 자녀와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적어도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이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실리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란 점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향후 보다 구체적인 협력 관계를 도모할 것이란 게 업계 판단이다.
최근 정 회장이 주도한 ‘K배터리 회동’도 실무진 차원의 건의나 대책 수립 차원이 아니라, 총수 간 교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정 회장이 삼성 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지 두 달 후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답방,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 부회장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 전초기지인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재계 총수에게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앞서 두 회사는 창업주인 고 이병철·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삼성은 1983년 이병철 회장의 ‘도쿄선언’으로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고, 현대그룹 역시 같은 해 반도체 진출을 발표하며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를 설립해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삼성이 1995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자동차)를 설립하고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자 경쟁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현대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했고, 삼성 역시 고 이건희 회장의 도전이었던 자동차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두 회사 관계는 2000년대 이후 주력 사업이 전자와 자동차로 재편되면서 변화를 맞았다.
2001년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을 방문해 이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이건희·정몽구 회장은 나라 경제를 위해 서로 협력할 분야가 있으면 협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이후로도 두 기업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실제 사업 교류가 많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선대 회장들과 달리 이 부회장과 정 회장 등 주요 그룹의 오너 3세들끼리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래 먹거리 협력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