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 |
"소통과 포용을 통해 변화와 활력이 넘치는 조직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일터, 신바람 나는 IBK를 만들겠다."(2020년 1월 29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취임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신바람 나는 IBK’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윤 행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CEO 소통방’을 만들어 현재 경영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 직원들이 익명으로 건의한 안건에 대해서도 개선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수지IT센터를 방문하고, 해당 내용을 CEO 소통방에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수지IT센터를 방문한 후 느낀 점은 물론 직원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이 담겨있다.
CEO 소통방은 윤 행장이 취임 직후 사내 인트라넷에 신설한 것으로, 온라인 상에서도 직원들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점이 특징이다. 윤 행장은 해당 게시판에서 영업점을 방문한 후 느꼈던 점이나 현재 IBK기업은행을 둘러싼 내외부적인 사안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운영 중인 ‘소통엽서’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이다. 소통엽서는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고충, 조직 문화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이것이 직접 윤 행장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다만 전임 행장들이 직원들의 의견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변을 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윤 행장은 오프라인 채널의 소통엽서와 온라인 상에서 ‘CEO 소통방’을 운영해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소통엽서 가운데 모두가 고민했으면 하는 내용들을 CEO 소통방에 올리고 윤 행장만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한다. 윤 행장은 취임 초기 ‘외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노조와 마찰을 빚었던 만큼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직원들과 소통해 신바람 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윤 행장이 CEO 소통방에) 엽서 내용을 요약해서 게재하고, 검토 결과나 조치 사항도 함께 적는다"며 "소통엽서의 경우 어떤 내용이 올라갔는지 직원들끼리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CEO가 직접 개선 방안도 함께 공유하다보니 임직원들과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이 올린 글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도 CEO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며 "이로 인해 CEO 소통방에 올라오는 글은 다른 게시글보다 유독 조회수가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윤 행장의 소통 강화 행보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사태에도 적용되고 있다. 윤 행장은 이달 8일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그간 펀드 환매 지연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행장과의 만남을 요구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은행들이 해당 의견을 수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 가운데 윤 행장이 이례적으로 투자자들을 만나기로 한 것은 그들의 요구사항과 입장 등을 청취하고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어치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어치가 환매 지연됐다. 기업은행은 현재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선지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펀드 선지급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해당 펀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그동안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투자상품 전행 대응 TFT’를 운영해 왔지만, 6월 예정된 이사회 이전에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면담 요청에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