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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전염병 보다 위협적인 리스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3.29 10:36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YIDO 사외이사


연초부터 코로나19로 긴장한 탓인지 피로감이 꼭 연말 같다. 전염병이 이토록 위협적인 리스크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지식포럼은 글로벌 리더들을 대상으로 그해 지구촌에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 요인이 무엇인지를 설문조사해 발표한다. (중국에서 이미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올해 1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전염병은 겨우 10위에 올랐다. 1위에 기상이변이 꼽힌 것을 비롯해 기후변화,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환경재난 등 환경관련 이슈가 5위까지 차지했다.10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환경 관련 리스크들이 5위까지 모두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이 환경리스크들은 기후변화와 연결돼 있다.

그러면 왜 기후변화 리스크가 세계를 휩쓰는 전염병보다 앞 순위에 올랐을까? 투자자 관점에서 살펴 보자.2015년 약 200개 국가가 합의한 파리협정에 맞춰 탄소를 줄일 경우 석유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석유매장량의 약 30%는 땅 속에 묻어 두어야한다는 것이 글로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유매장량과 기업가치가 정비례하는 업종특성을 감안하면 석유업종의 시가총액이 20%는 증발하는 셈이다. 이른바 좌초자산(Stranded Asset)에 대한 우려다.탄소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 관련 업종에 투자한 금융기관은 좌초자산으로 인한 손실이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석탄회사의 기업가치가 74%추락한 것을 목격한 글로벌 투자자는 다른 업종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는 전조가 여려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세계 중앙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은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기후변화가 예기치 못한 시점에 경제에 가하는 충격으로 다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자연재해로 인해 농산물 가격 및 식료품 가격의 급등 가능성,에너지 전환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 가능성, 기상이변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노동생산성 급락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제시했다.

민간 금융기관의 움직임도 분주하다.7조달러(약 8200조원)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이 투자대상기업을 상대로 구체적인 친환경 요구를 시작했다.화석연료 발전 및 석탄 관련 매출 25% 이상에 직간접 투자를 금지하고,탄소정보공개 글로벌 권고안에 따른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 요청으로 만들어진 이 권고안에 따르면 투자대상기업은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을 위한 지배구조, 시나리오별 전략,세부리스크,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기업이 이 권고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상장사는 이 권고안을 기준으로 기후리스크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이 연말까지 법제화될 예정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해 앞서 준비하고 있다. 무디스는 2018년 환경리스크로 신용등급이 위협받는 11개 업종을 공개했다.석탄산업과 발전업종을 우선위협대상으로 선정했다.스탠다드앤푸어스도 작년 말 스위스 자산운용사인 로베코샘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로 투자대상기업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요소) 평가부서를 인수했다.

이처럼 기후변화 리스크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기관의 본격적인 준비가 막 시작되었다. 메르스 사태의 손실규모가 10조원에 달하고 코로나19 사태의 피해는 아직 추정이 어렵지만 기후변화의 손실리스크는 차원이 다르게 위협적이라는 판단 아래,미래세대에 천문학적이고 불가역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기후변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금부터 돈의 흐름을 바꾸는 노력이 시작됐다.

하지만 필자는 글로벌 리스크 차원에서의 상관성을 더 주목한다.기후변화든, 전염병이든 심각해진 후 대응하면 피해가 폭증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전염병은 끝이 있고 이전경제로 회복될 수 있지만 기후변화는 끝을 모르고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이것이 글로벌 리더들이 다보스에서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전염병보다 훨씬 높은 글로벌 리스크로 꼽은 이유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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