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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의 눈] 외교 관례 넘어선 한국인 입국 제한 유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26 13:42

산업부 이종무 기자

▲이종무 산업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한국 사람만 보면 ‘코로나!’라고 소리친다, 코와 입을 막고 도망가는 시늉을 한다, 코리안이 아닌 코로나다…." 유럽과 중동, 중국 등을 여행하고 돌아온 여행객들의 경험담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들의 한국인 기피 현상이 노골화되며 ‘한국인 혐오’ 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한국인 입국을 아예 가로막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제 중국에서는 사전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한국발 항공편 입국 금지 조치와 한국인 승객이 전원 격리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서 한국발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전원이 격리됐고, 랴오닝성 선양 공항과 옌지 공항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 중앙 정부가 공식 지시한 것이 아닌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취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가 중국발 입국 제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와 사전 협의도 없이 성급하게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함에 따라 양국 간 신뢰 관계를 먼저 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신혼 여행지로 유명한 아프리카의 섬 나라 모리셔스에서는 더욱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후 모리셔스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34명은 일부 인원이 발열 등 감기 증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입국이 막히고 격리됐다가 전원 귀국 조치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선제적으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조치다. 외교 관례를 깼다는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외교부도 "우리 국민에 대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역은 주권 사항이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세계 각국이 한국발 입국 제한에 동참하는 것을 막을 뾰족한 수는 없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해외 바이어 등을 통해 국산 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판로가 모두 막힐 수 있어서다.

방역의 최선책이 이동을 막는 것이고, 자국민을 우선하는 것이 국가의 보호 본능이라지만 예고도 없이 한국인 입국을 막아선 것은 씁쓸하기만 하다. 국가 간 신뢰는 예고 없는 빗장 잠그기가 아닌 기본적인 ‘매너 빗장’을 채우는 것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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