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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 시험대 올랐다"…'팬더믹 공포' 휩싸인 글로벌 증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25 12:59

코로나 19 확산에 '나홀로 호황' 美증시도 타격
다우존스·나스닥 등 3% 하락에 시총 290조 증발
시장선 "향후 10~15% 추가하락 가능성"
안전자산 선호 뚜렷...금값 온스당 1700달러 눈앞

▲뉴욕증권거래소(사진=A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마저도 무너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24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31.61포인트(3.56%) 폭락한 27,960.8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1.86포인트(3.35%) 추락한 3,225.8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55.31포인트(3.71%) 떨어진 9,221.28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1,079포인트 이상 내리는 등 극심한 불안 끝에 2018년 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나스닥을 제외하면 뉴욕증시가 올해 들어 상승분을 반납하고, 작년말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정보기술(IT) ‘빅 5’의 시가총액도 2380억 달러가량(약 290조원) 증발했다. 아이폰 등 주요 제품의 생산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는 애플의 주가는 이날 4.75% 하락했다. 전 거래일보다 14.87달러 떨어진 298.18달러로 장을 마쳤다. 중국은 애플에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날 4.31% 하락한 170.89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알파벳 역시 4.29% 떨어진 1419.8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아마존 주가는 4.14% 떨어진 2009.29달러에, 페이스북 주가는 4.50% 하락한 200.72달러에 각각 머물렀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특히 한국과 이탈리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매도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팬더믹 공포가 월스트리트를 지배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적 타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시선을 중국 밖으로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25일 오전 9시 기준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93명, 사망자는 8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4일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22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7명까지 늘은 상황이다. 또 이란에서 사망자가 큰 폭 늘고,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 다른 중동 국가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등 세계 곳곳에서 확산 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팬더믹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지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는 현상은 한층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미 국채 시장에서 30년물 금리는 1.9% 아래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 경신 흐름을 이어갔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1.4%를 하회하며, 사상 최저치에 바짝 다가섰다. 대표적인 안전자산 금도 2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온스당 1.7%(27.80달러) 상승한 1676.60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1700달러 선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이날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7%(1.95달러) 하락한 51.43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달 8일 이후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3.76%(2.20달러) 내린 56.30달러로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가하면서 원유수요를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유럽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영국의 런던 FTSE 100은 전 거래일 대비 3.34% 내린 7,156.83으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의 CAC 40 지수는 전날보다 3.94% 내린 5,791.87로 마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지수도 4.01% 하락한 13,035.24로 장을 종료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 역시 4.01% 하락한 3,647.98을 기록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상당히 멀리 있는 이탈리아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자, 유럽증시의 투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 美 증시 향후 방향은?..."추가 조정" VS "반등 가능"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미국 증시가 향후에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포트피트 캐피탈 그룹의 카터 헨더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에서 온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도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것이 지난 주말 목격된 점이 투자자 주의를 환기시켰다"면서 "우리는 바이러스가 왜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마켓전략가는 "시장에서는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펼쳤다"며 "이러한 낙관적인 태도가 드디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는 지난달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확산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뉴욕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체 최고치 행진을 이어왔고 다우지수는 ‘3만 고지’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상승랠리에 취한 뉴욕증시가 코로나19 사태에 뒤늦게 반응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 투자자문업체 오퍼튜니스틱 트레이더의 레리 베네딕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멈춰 섰지만 시장은 이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향후 10∼15%의 추가 조정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시가총액이 높은 기술주 중심의 일부 종목들이 과잉매수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하락세는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선트러스트와 BB&T의 합병 후 새로 탄생한 트루이스트 은행의 키스 러너 수석 마켓전략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사태가 어떻게 흘러나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주가와 밸류에이션이 고점 부근에 있는 상황 속에 코로나19 악화에 대한 리스크가 아직까지도 시장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메리벳 시큐리티의 미 환율거래 부문장인 그레고리 파라넬로 역시 "요약하자면 시장은 코로나19의 현 상황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동안의 거래기록을 봤을 때 뉴욕증시가 하락세를 멈추고 당장 다음날부터 ‘깜짝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2009년 3월 이후의 기록을 살펴보면, S&P 500 지수가 월요일에 2% 이상 떨어졌던 적은 18회 더 있었다"며 "이 중 15회는 다음날 평균적으로 1.02% 가량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이 18회 중 17회는 (월요일 하락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평균 3.98% 상승했고 한달 뒤에는 약 6.47%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24일처럼 전 거래일인 금요일에 1% 가량 떨어진 후 월요일에 2% 가량 추가로 하락할 경우, 다음날인 화요일에 1.5% 정도 오른 경향이 있었다"며 "1주 뒤, 그리고 한달 후에는 각각 3.98%, 6.47% 가량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美 경제 위협한다 목소리도…트럼프 "잘 통제되고 있다"


▲워런 버핏(사진=AP/연합)


이렇듯 코로나19 우려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앞으로 미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대규모 감세 이후인 2018년에는 2.9%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2.3%로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1%의 성장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하방 위험을 강조하면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혼란이 2분기 또는 그 이후까지 지속되면 잠재적인 생산 감축을 시사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전날 코로나19가 미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의 파업, 연쇄 추락 참사에 따른 보잉의 737 맥스 운행중단 등 여파로 미국의 성장률이 0.5%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GDP 하향 가능성과 관련, 구체적인 기간은 언급하지 않았다.

‘투자의 귀재’이자 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도 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이날 경제매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이슈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면서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사업체도 매우 상당한 비율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애플과 데어리퀸을 거론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 지분 5.7% 보유한 2대 주주다. 작년 말 기준 2억4천500만여 주, 약 720억달러(약 87조8천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데어리퀸은 버크셔가 투자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버핏 회장은 "중국에 1천개가량 데어리퀸 매장이 있는데, 상당수 문을 닫았다"면서 "애플도 공급망 등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공포감 속에 급락세를 보이는 뉴욕 증시에 대해선 "오늘의 헤드라인을 보고 사거나 팔지 말라"며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30년간 보유할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한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20~30년 전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문제가 미국에서 잘 통제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19 공포’로 폭락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 자칫 대선에도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상황관리를 시도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도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현지시간 25일 새벽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에서 매우 잘 통제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이들, 모든 관련국과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은 매우 열심히 그리고 매우 똑똑하게 일해왔다"며 "주식 시장도 내가 보기에 매우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인도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돼 업데이트된 상황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우리는 매우 관여돼 있다"며 "우리는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매우 통제가 잘 되고 있다"고 답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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