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에너지경제

ekn@ekn.kr

에너지경제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청춘, 아파할 필요 없다' 국가 청년정책 혜택 누려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23 09:42

우재원 재원 노동법률 사무소 공인노무사


유명한 포크가수 송창식이 부른 ‘담배 가게 아가씨’라는 노래가 있다. 일반적인 가사와 다르게 한 편의 이야기를 서술식으로 들려주는 이 노래는 동네 담배 가게의 어여쁜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짧은 머리의 새침한 그녀를 모든 동네 총각들이 사랑하지만 퇴짜를 맞고 아직 고백하지 않은 사람은 이 남자 뿐이다. 남자는 아침 일찍 담배를 하나 사러 가서 고전적인 수법으로 장미꽃을 건네고 아가씨의 반응을 살피는데 다행히 그녀는 웃는다. 용기가 생긴 주인공은 그녀의 퇴근시간에 맞춰 말끔히 차려입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그녀는 도도하게 집으로 향한다.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그녀의 발걸음에 맞추어 무작정 뒤따라 걸어간다. 그리고 연인들이 함께 있는 장면에 늘 등장하는 고전적 클리셰인 아랫동네 불량배가 나타나고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백마의 기사가 되려고 덤벼들지만 노란 하늘만 보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이라 알 수 없으나 해피엔딩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래가 발표된 90년도와 다르게 지금은 ‘담배 가게’는 편의점으로 변했고, ‘아가씨’라는 단어의 의미도 많이 변했다. 미혼의 양반집 딸을 높여 부르던 단어에서 파생돼 결혼적령기의 여자를 부르는 호칭인 ‘아가씨’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경우에 따라 듣는 사람이 불쾌 할 수도 있는 단어가 됐다. 2000년대 초반에 서울대 학생들이 지역 농활에 참가했다가 여학생들에게 ‘아가씨’라고 부르는 호칭에 반발해서 예정보다 일찍 중단해 버려서 이슈가 된 사건도 있었고, 최근 설문조사에서 간호사들이 한 응답에 따르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가장 크게 드는 호칭도 ‘아가씨’라고 한다.

반면에 젊은 남성을 지칭하던 ‘청년’이라는 단어는 그 이미지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새로움에 익숙하고 역동적이며 뜨거운 가슴이나 열정의 느낌이 있다. 계절적인 느낌도 산뜻한 봄이나 활기찬 여름이다. 색으로 표현하자면 밝고 화사하며, 긍정적이고 유쾌한 이미지이다.

차별이 아닌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시대가 변하면서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처럼 국가의 정책도 당연히 변한다. 과거, 산업역군인 중장년을 위해서 많은 정책을 펴던 것과 달리 현 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 큰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사실 청년이란 단어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이라는 의미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을 포함해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청년정책의 대상에는 당연히 여성도 포함된다. 다만 청년의 기준이 각 정책마다 달라서 잘 확인하고 적절한 혜택을 찾아서 누려야 한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이 어려워 잠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담배를 사러오는 동네 남자들이 던지는 ‘아가씨는 남자 친구가 있느냐?’, ‘데이트 하자’ 등의 실없는 농담에 화가 난 30살 아가씨가 편의점을 그만둔다고 가정해 보자. 비록 백수가 됐지만 통계청에서 말하는 청년은 15세부터 29세까지로 청년실업률의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당장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하다면 18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신청해 취업준비를 할 수 있다. 6개월간 열심히 취업준비를 해 중소기업에 취직하는데 성공했다면 15세부터 34세까지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2년 동안 매월 12만5천원씩 적금처럼 총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에서 추가로 1300만원을 지원해 준다. 즉 2년 후에는 통장에 총 1600만원이 적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독립이 필요하다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15세부터 34세 이하의 청년에게 저리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해주는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통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이렇게 돈을 모으며 열심히 일하다가 몇 년이 지나서 갑자기 번뜩이는 창업 아이템이 떠올라서 회사를 차리고 싶다면, 만 39세 이하 청년들에게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위한 금융서비스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는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신청, 융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하면 된다. 사업에 성공해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아직 낙심할 필요는 없다. 조례에서 청년을 55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는 전라남도 강진군으로 내려가서 더 많은 청년정책의 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는 역시 숫자일 뿐이고 청년의 범위도 정하기 나름이다. 청춘이라고 아파할 필요 없이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누리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자.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