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양국 산업의 협력과 경쟁 토론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용근 상근 부회장(오른쪽 세번째), 현대경제연구원 이동근 원장(오른쪽 네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한일간 정치적, 역사적 현안이 외교적으로 원만히 해결돼 양국 경제관계가 회복되고, 국제분업체제 속에서 협업과 경쟁을 바탕으로 상호 발전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또한 한일 교역갈등은 우리 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 상 경쟁우위 국가의 공격과 태도 변화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재인식한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우리 산업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12일 개최한 ‘한일 양국 산업의 협력과 경쟁-한일간 서플라이체인(공급망) 변화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과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이 같이 말했다.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최근 한일 교역갈등은 양국 기업들 사이에 다져온 오랜 신뢰관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양국이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산업 비중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도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가 앞으로 주요 산업에서는 국내에서 핵심소재를 조달할 수 있는 자체 서플라이체인을 강화하고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와 일본 간 정상적인 경제협력 관계 속에서 시간을 가지고, 국제분업체제와 기업의 상업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R&D 업무에 대해 연장근로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R&D 분야에 대해서도 그대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적용가능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정산기간이 1개월로 제약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핵심제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R&D 분야에 대한 유연 근로시간제도를 확대하고, 필요시 특별연장근로시간도 보다 폭넓게 인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한일간 산업내 교역 및 산업간 교역 비중(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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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석유제품 | 화학제품 | 철강제품 | 기계 | 전자기기 | 자동차 | 정밀기기 | 잡품 |
산업내 교역 |
80.4% | 71.2% | 79.2% | 52.3% | 87.3% | 53.3% | 49.9% | 66.6% |
산업간 교역 |
19.6% | 28.6% | 20.8% | 47.7% | 12.7% | 46.7% | 50.1% | 33.4% |
이동근 원장은 "최근 글로벌 무역분쟁은 상대국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 내 허점을 공격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가진 글로벌시장 내 영향력을 무력화함으로써 상대국에 피해를 주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도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함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내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배경에 있다" 언급했다.
이어 "우리 산업 경쟁력은 크게 개선됐지만 압축성장해 온 만큼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우위를 달성하지도 못했고, 일본처럼 특정국 쏠림현상으로 언제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무역분쟁에 대비해 모든 걸 국산화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인 접근으로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호혜적 협력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일 수입의존도 70% 이상 및 90% 이상 품목 수 | ||||
구분 | 對日수입의존도 70% 이상 품목 수 | 對日수입의존도 90% 이상 품목 수 | ||
2015년 | 2018년 | 2015년 | 2018년 | |
합계 | 96개(100%) | 116개(100%) | 36개(100%) | 45개(100%) |
석유제품 | 6개(6.3%) | 7개(6.0%) | 4개(11.1%) | 4개(8.9%) |
화학제품 | 45개(46.9%) | 44개(37.9%) | 18개(50.0%) | 24개(53.3%) |
철강제품 | 19개(19.8%) | 22개(19.0%) | 8개(22.2%) | 7개(15.6%) |
기계 | 18개(18.8%) | 26개(22.4%) | 6개(16.7%) | 8개(17.8%) |
전자기기 | 2개(2.1%) | 1개(0.9%) | 0개 | 0개 |
자동차 | 0개 | 4개(3.4%) | 0개 | 1개(2.2%) |
정밀기기 | 4개(4.2%) | 9개(7.8%) | 0개 | 1개(2.2%) |
잡품 | 2개(2.1%) | 3개(2.6%) | 0개 | 0개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일간 서플라이체인 변화와 대응 전략’에 관한 주제 발표에서 "일본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 수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이들 중 만성적이라 할만한 품목도 상당수 있다"며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의 산업과 경제는 한일 관계에 의해 언제든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유엔 국제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일본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2015년 36개에서 지난해 45개로 늘었다. 화학제품(24개), 기계(8개), 철강(7개), 석유제품(4개), 자동차와 정밀기기(각 1개)가 여기에 속한다.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도 96개에서 116개가 됐다. 유엔 국제무역통계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수는 4200여개다.
이부형 이사는 "탈일본이 반드시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보장하진 않는다"며 "장기적으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등 양국이 경제적 혜택을 주고받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