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본사.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현대차의 주가가 글로벌 완성차에 대한 시장 수요 부진 등 악재로 연초 수준인 11만원대로 돌아간 가운데 최근 발표한 중장기적 투자계획인 ‘전략 2025’가 주가에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중장기 경영 전략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는 점은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주주환원책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도요타처럼 보다 명확하고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올해 1월 2일 11만4000원에서 이달 6일 종가 기준11만8500원으로 3.95%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는 3.5%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가 코스피 수익률을 소폭 상회하긴 했지만,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시장’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이후 현대차 주가 추이.(사진=구글 화면 캡쳐) |
▲연초 이후 코스피 추이.(자료=한국거래소) |
현대차 주가는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 신차 판매 확대에 따른 믹스 개선 효과, 환율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6월 11일 장중 14만3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초 리포트에서 "세계 완성차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세타2 엔진 관련 비용 및 연구개발비 등 고정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단기간 내 수익성 회복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초 이후 현대차 주식을 1조1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올해 초 45.8%에서 이달 현재 41.63%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현대차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고 미래 자동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달 4일 주주,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2025 전략’과 중장기 ‘3대 핵심 재무목표’를 발표했다.현대차는 영업이익률을 5% 수준으로 상향하고,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2025년까지 8%로 올린다는 것이다. 또 향후 6년간 61조1000억원을 투입해 기존사업 역량제고에 약 41조1000억원, 전동화·모빌리티·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20조원에 투자할 방침이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내년 3월 4일까지 보통주 213만6681주, 기타주식 63만2707주를 장내에서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보통주 기준 상장주식수 2억1366만8187의 0.99%에 해당한다.
▲현대차 전략2025 계획.(자료=현대차) |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번 발표에 대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중장기 경영전략 목표를 제시하고, 주주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 개선활동을 지속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 개선 등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다"라며 "대규모 투자활동과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는 것은 안정적인 실적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주주가치 제고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긍정적이다"라며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더해 현대차가 영역을 확장한다면 매출도 판매에서 리스, 서비스, 광고, 빅데이터까지 넓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주주환원 계획.(자료=현대차) |
다만 현재 지지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당근책’으로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회사에 걸맞는 더욱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도요타는 엔고에도 매년 3~4% 자사주 매입을 6년간 실시해 현재 15.4%의 자사주 비중을 두고 있다"라며 "현대차는 향후 투자 계획과 함께 1%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명확하게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지저했다. 이어 "앞으로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쳐야 주가 하락세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다소 무리한 수치다"라며 "경쟁사들의 신차 출시확대로 경쟁이 심화 되고 있고, 미국 등 주요 지역의 수요부진이 지속돼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