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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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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저성장 일본 전철 밟지 않으려면 정책개선 급선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9.10 15:30

현대연,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 의미’ 보고서 발표
"정책 신뢰도 높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 개선 필요"


일본의 택지가격 및 정책 추이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한국이 버블붕괴를 겪은 일본을 뒤따라갈 가능성은 작지만 정책 실기가 반복될 경우 장기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의 의미’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만일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면 일본이 겪는 여러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0년대 초 버블붕괴 후 일본경제는 약 30년에 걸쳐 장기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디플레 탈출도 요원한 상황이다. 버블붕괴 후 일본경제는 지난해까지 평균 1% 성장에 그쳤고, 1인당 GDP도 3만 달러대에 머물며 정체됐다. 특히 2013년부터 본격화된 아베노믹스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컸지만, 지난해까지 6년간 평균 성장률은 고작 1.2%였다. 반면 한국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인 편이고,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지 않은 데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덕에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는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경기 회복력이 약한 상황에서는 정책 실기가 장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일본은 단기 미봉책만 반복하며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고 침체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87년 엔고 불황을 막고자 기준금리를 전폭적으로 내렸고,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그러자 경기과열을 막으려 1989년 소비세 3%를 도입한 뒤 1990년에는 금리를 다시 올렸다. 이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떨어져 소비가 줄어들고 디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장기 저성장으로 일본의 위상은 뚝 떨어졌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은 중국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밀려났고, 4위 독일과의 격차도 좁혀졌다. 국민 순자산도 1997년 3586조엔(약 3경9860조원)에서 2017년 3384조엔(약 3경7618조원)으로 5.6% 줄어드는 등 국부도 축소했다.

생산성 개선 속도도 느려졌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980∼1989년 1.5%에서 1990∼1999년과 2000∼2009년 각각 0.7%로 낮아졌다. 2010년 이후부터 2017년까지는 1.0%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80년대 수준을 밑돌고 있다. 또한 가계 재산소득 감소, 빈곤층 증가와 이에 따른 자살률 상승 등 사회적 문제를 겪었다.

이 이사는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 확충을 통해 장기 저성장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정책 실기형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보호무역주의 확산,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 불확실성 극복은 물론 대내적으로도 약화하고 있는 경제 활력 개선이 시급하고, 각종 사회적 보험처럼 향후 막대한 사회적 부담이 소요되는 부분은 선제적인 개혁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재정절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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